후회가 남기고 간 것 💬

글, 어피티

사전적 의미로 ‘후회’는 현재 시점에 과거의 내 결정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뉘우치는 것을 뜻해요.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거를 회고하며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다면 후회는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죠.

두 달 전, 어피티가 열었던 <천하제일 후회대회>도 이런 취지였어요. ‘돈’ 문제로 후회하는 일화와 함께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건지’를 묻는 이 설문에, 많은 분들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다른 독자님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에요.

오늘도 <천하제일 후회대회>에 들어온 두 개의 사연을 소개할게요. 모두 가족과 관련된 일화입니다. 


👥 유르: “거짓말하고 장난감 사지 말걸”

다마고치가 너무 갖고 싶었어요

초등학생 시절,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 몰래 산 다마고치와 장난감들이 제 방에 널브러져 있어요. 책상 서랍에 숨겨뒀는데 엄마가 찾았나 봐요.

한창 다마고치가 유행하던 때였어요. 너무 갖고 싶었지만 엄마가 사주지 않을 것 같아서, 학교 준비물을 사야 한다며 거짓말을 했어요. 그렇게 받은 돈으로 샀던 다마고치와 장난감이었죠.

겨우 몇 주 가지고 놀다가 질려버린 이런 물건들 때문에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죄송해서 엉엉 울었어요.

그날 엄마는 경제관념을 다시 가르쳐주셨어요. 정말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그 물건이 진짜 꼭 필요한 것인지 한번만 더 생각해 보라고요. 그때 너무 크게 후회해서 이후로는 거짓말도, 불필요한 소비도 한 적이 없어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할 거예요

학교든 학원이든 친구들이 다마고치를 또 신나게 하고 있어요. 저도 정말 해보고 싶어요. 친구들에게 잠깐만 해보겠다고 말할 용기가 제게는 없네요.

하지만 저를 믿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요. 엄마랑 마트에 장을 보러 갔어요. 엄마가 언제나처럼 먹고 싶은 과자를 골라오라고 했어요.

과자를 골라서 돌아가다가 장난감 코너에서 다마고치를 발견했어요. 하나를 들고 엄마한테 가요. 이거 하나만 사달라고 말해보려고요.

과거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너의 자제력의 결과는 티끌처럼 느껴지더라도, 훗날 그 결과물이 모여 태산이 되어 있을 거야!”

– 머니레터 구독자 유르 님의 이야기

어피티의 조금 진지한 코멘트 💬

  • 금융감독원은 초등학생과 중학생고등학생을 위한 생활금융 교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교재에 따라 난이도는 다르지만, 핵심 내용은 비슷합니다. 그중 하나가 ‘합리적인 소비 지출’이에요. ‘주어진 자원과 돈을 알뜰하게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는 것’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무척 중요하답니다.

👥 진진: “빚을 더 일찍 갚을걸”

오랜 시간 우리 가족을 지치게 한 빚을 갚았어요

작년 가을 즈음, 우리 가족을 여러모로 지치게 했던 빚을 모두 갚았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가 진 빚인데, 고금리의 빚이 그렇듯 이자가 늘어 제가 성인이 된 뒤에도 다 갚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머니를 원망할 때도 많았지만,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살았습니다.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며 꼭 성공해서 빚도 갚고, 부모님 모두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학번, 방송국 인턴을 시작으로 조금씩 돈을 더 모아갔습니다. 그러다 이런저런 잔병치레부터 만성질환까지 얻으신 어머니가 작년 봄, 코로나에 걸려 중환자실까지 들어가 하루를 넘기기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약 네 달이 지나고 나서야 기적처럼 살아나신 어머니가 병원비와 남은 빚을 걱정하시는 걸 보고 무척 후회했습니다. 그까짓 돈이 뭐라고… 어머니가 생사를 오갈 때 저는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리고, 좋은 것도 많이 보러 갈걸’ 하는 생각으로 며칠을 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퇴원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취직에 성공했고, 그 길로 상경하고 나서야 뒤늦은 결심을 했습니다.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하는 이 빚을 갚자’고 말이에요. 그렇게 저는 큰 고민 없이 그동안 모은 돈을 빚 갚는 데 사용했습니다.

장장 20년이 넘는 긴 여정 끝에서야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빚이 사라지니 어머니는 마음 편히 건강도 챙기시고, 운동도 하시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됐습니다.

퇴근 후에는 늘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그때마다 혼자 후회합니다. 이 돈을 빨리 갚을 걸, 하루라도 더 빨리 돈을 갚아서 저희 가족을 힘들게 하지 못하게 할 걸 하고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할 거예요

모은 돈을 혼자 쥐고 있지 말고 가족들과 상의하며 빚부터 갚고 싶습니다. 이미 어린 나이부터 돈을 차곡차곡 모은 터라 첫 직장에서 모은 것까지 합치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요.

과거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돈은 언제든 다시 벌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어. 잃어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하고, 좀 더 먼 미래를 보자.”

– 머니레터 구독자 진진 님의 이야기

어피티의 조금 진지한 코멘트 💬

  • 책 <빚부터 갚아라>에는 ‘저축이 미래에 쓸 돈을 준비하는 거라면, 빚 갚기는 과거에 내가 벌여놓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당연히 빚 갚기가 먼저인데, 금리 차보다는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해요. 하지만 이론대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죠. 진진 님은 후회하는 일화로 보내 주셨지만, 그래도 잘하셨다고,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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