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K-뷰티의 성장 이유와 수많은 인재가 몰리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화장품 사업을 하기에 좋다는 것은 이해했는데, 어떤 부분이 대체 얼마나 좋은 것일까?’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의류, 식품 업종과의 비교를 바탕으로 화장품 사업의 특징을 알아보려고 해요. 같은 소비재더라도 화장품 업종만의 고유의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산업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고, 투자 시점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잡아갈 수 있을 거예요.
첫째, 화장품 사업은 마진이 좋아요
화장품과 의류는 대표적으로 마진이 높은 사업이죠. 흔히 ‘옷 장사와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말이 있는데, 워낙 원가가 낮기 때문이에요. 옷의 경우 원가율이 25~35% 정도로 50% 할인을 해도 이윤을 남길 수 있어요. 이월 상품에 대해 가격 하락 폭이 가장 큰 것도 옷이에요.
반면, 가구나 가전은 원가에 판다는 상품을 봐도 크게 싸지 않아요. 원가율이 80%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식품도 원가율이 거의 80%인 저마진 상품이에요. 판매 단가가 낮아서 원가나 물류비에서 10원이라도 줄이려고 씨름하죠.
화장품의 원가율은 20% 이하로 옷보다도 더 낮아요. 보통 백화점은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율이 30%를 넘어가는데요. 그래서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들은 백화점을 마케팅 창구로 생각할 뿐 마진을 남기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런 백화점에서도 화장품 브랜드들은 10% 이상 마진을 남기고는 합니다.
현재 올리브영과 실리콘투 등 화장품 유통·무역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5~20% 정도예요. 올리브영의 매출이익률은 50%가 넘어요. 그런데도 화장품 브랜드 업체들은 이익을 내요. 심지어 다이소에서도 20% 마진이 난다고 하죠.
둘째, 화장품 사업은 실적 변동성이 작아요
옷은 준내구재로, 한번 사면 최소 5년은 입지만, 화장품은 ‘비내구재 소모품’이에요. 그래서 화장품은 브랜드 로열티만 높다면 유행이나 계절성 상관없이 꾸준한 매출 규모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의류, 패션 업종은 상대적으로 유행과 날씨에 민감하고 사이클이 커요. FW시즌에 날씨가 춥지 않으면 옷이 많이 팔리지 않아요. 날씨가 덜 추우면 롱패딩보다는 숏패딩 수요가 높아지죠. 패딩보다 코트가 유행할 때도 있어요. 브랜드 파워가 있더라도 트렌드를 잘못 읽으면 팔리지 않아요. 올해 패딩을 샀는데, 그다음 해에 패딩을 또 사지 않기도 해요.
화장품은 소모품이지만 소비기한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에요. 미개봉 상태에서는 소비기한이 일반적으로 2년이나 돼요. 그래서 소비자들이 ‘올영세일’만 기다리는지도 몰라요. 싸게 팔 때 쟁여 놓을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소비자들의 ‘재고 확충’ 수요는 실적 불확실성을 줄여줘요.
셋째, 화장품 사업은 재고에 대한 부담이 적어요
같은 소모품이라도 식품 업종의 경우, 상온 스낵 같은 제품들의 소비기한이 6~9개월밖에 되지 않아요. 소비기한 잔여율 70% 이하에서는 유통 업체가 가져가지 않고, 잔여율 50% 이하에서는 세일해야 하죠. 잔여율 30%에서는 1+1 행사를 해도 소비자들이 잘 사지 않아요. 소비기한이 두 달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쟁여 놓고 먹기가 부담이니까요. 재고 관리에 부담이 큰 편이에요.
의류, 패션 업종은 소비트렌드 조사, 디자인, 원단 매입, 가공 작업에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1년 전부터 수요를 타깃화하여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판매를 준비해야 해요. 만일 판매가 부진할 경우 고스란히 재고로 남아요.
반면 화장품은 원료 배합과 용기 디자인 및 생산에 드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반응 생산’이 가능하고 효율적이에요. 물론 화장품 업체들도 늘 연말 재고 처분 손실이 있지만 그 규모는 의류, 패션 업체보다는 부담이 적죠.
화장품의 빠른 재고 회전율(턴오버)은 기업의 자금흐름에도 유리해요. 옷은 시즌 전에 미리 만들어 놔야 하므로 제작 후 최소 6~8개월이 지나야 현금화가 돼요. 화장품은 제조 후 2~3개월 안에 투자 회수가 되는 구조예요. 그래서 현금유동성에 제약이 심한 중소기업에 유리한 업종이에요.
넷째, 화장품 사업은 ‘레버리지’가 커요
화장품은 제품 하나만 히트하면 자본금 5억 원으로도 2~3년 안에 연 매출 500억 원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에요. 매출 50억 원에서 바로 300억 원, 1000억 원으로 퀀텀 점프할 수 있어요.
인디 브랜드 중에서는 매출이 불과 올해 50억 원 정도 예상되는데 ODM 생산을 위한 운영자금에 20~30억 원이 필요한 업체들이 종종 있어요. 제품이 히트 치면서 일본 버라이어티숍이나 올리브영 신규 진출, 실리콘투와 신규 계약 등으로 주문량이 급증했기 때문이에요. 원가가 20억 원이면 다음해 매출은 100억 원, 크게는 200억 원까지 기대해 볼 수 있어요.
이런 일이 화장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와 같은 글로벌 1~2위 ODM 업체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에요. 히트만 치면 얼마든지 제품을 공급할 수 있죠. 식품이나 패션 산업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에요.
K-뷰티가 글로벌 모멘텀으로 시장을 크게 확장하면서 인디 브랜드의 ‘퀀텀 점프’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어요. 인디 브랜드들은 이 시기에 자금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차입과 자금 유치 수요가 증가하게 돼요. 이 시기만 잘 넘기면 엄청난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어요.
M&A 가격은 통상 PSR(주가매출비율) 2배 이상이에요. 5억 원을 투자해서 500억 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10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초기 사업 자금이 적지만, 성공할 경우 막대한 매각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높아요.
다섯째, 화장품은 브랜드 로열티가 아주 높아요
피부는 사람마다 달라서 잘 맞는 뷰티 제품을 찾게 되면, 보통 계속 그 제품을 쓰게 되죠. 그렇기에, 화장품은 의류, 패션보다 반복구매율과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국내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각각 10% 정도 되지만, LF와 한섬 등 국내 톱 5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합쳐 봐야 10%가 조금 넘을 뿐이에요.
여섯째, 화장품은 ‘짝퉁’ 수요와 공급이 제한적이에요
옷이나 명품 시계와 가방 등 내구재는 짝퉁에 대한 수요가 일정 부분 존재해요.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바르는 제품이다 보니 짝퉁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가 적어요. 게다가 화장품은 공급 시장도 제한적이에요. 일정한 설비가 필요하고, 내용물은 카피가 어렵기 때문에 짝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은 없어요.
반면 패션의 경우 잘 팔리는 신상품을 몇 주일 후면 동대문시장에서도 볼 수 있죠. 의류와 패션은 카피하기가 쉽기 때문이에요. 디자인을 창안하는 것이 어려울 뿐 원단은 표준화되어 있으므로 똑같은 원단을 구해서 재단하고 봉제하면 끝이죠. 대단한 설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일곱째, 화장품 사업은 물류 효율이 좋아요
화장품은 크기와 무게에 비해 가격이 높아요. 예를 들어, 수입 가구가 비싼 이유는 물류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에요. LCD TV는 패널이 가격에 비해 차지하는 공간이 적기 때문에 수출에 용이하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항공기의 고객용 좌석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LCD 패널을 싣고 수출하여 항공사 손익을 보전했을 정도예요.
물류에서는 크기가 상당히 중요해요. 스낵의 경우 40ft 컨테이너 기준 3.5만 개, 도매가격 3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동일 면적에 화장품은 180ml 스킨 10만 개, 도매가격 100만 달러도 가능해요. 그러니 요즘 한국을 찾는 무역 벤더들은 상대가 식품회사이든 패션회사이든 ‘기-승-전-화장품은 없냐’고 묻는 상황이에요. K-뷰티의 인기가 좋기도 하지만 무역 벤더 입장에서는 훨씬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