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저렴이, 미국에선 듀프소비 중국에선… ‘핑티’소비?

📌 코너 소개: ‘법카 들고 튀어’는 회사 돈을 눈치 보지 않고 쓰고 싶어 하는 고영 PD의 사심을 채우기 위해 급조된 신규 코너예요. 회사 ‘법카’로 고영 PD가 어디든 대신 가보고, 무엇이든 대신 사보면서 ‘대리만족’할 수 있도록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해 드릴게요.

검색창에 무언가의 ‘저렴이 버전’을 검색해 본 적 있으세요? 써보고 싶은, 꼭  갖거나 써보고 싶은 브랜드 제품이 있는데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망설였던 경험. 아마 한 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출처: X, @solazybeauty


조말론이나 딥디크 같은 니치 향수 브랜드를 떠올려 보세요. 올리브영 향수 코너를 둘러보기 전에, 화장품 커뮤니티에서 “이거 조말론 블랙베리 앤 베이 저렴이래요!”, “딥디크 도손 느낌 나는 향수 찾았어요.” 이런 후기들을 먼저 훑어본 적도 있을 거고요. 샤넬 레드 까멜리아 립앤치크밤 대신 다이소 손앤박 컬러밤이 품절 대란을 일으킨 것도 비슷한 케이스죠. 외형, 텍스처, 발림감까지 꽤 비슷한데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이라 많은 뷰티 유튜버들이 앞다투어 리뷰 영상을 올리곤 했었죠. 이런 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돈을 아끼는 ‘저렴이 소비’는 이제 보편적인 소비 방식이 된 것 같아요. 


저렴이를 찾는 소비자들은 한국에만 있는게 아니에요. 미국에서도 ‘듀프(dupe) 소비’라는 이름으로 꽤 오래 전부터 유행 중이거든요. 고가 브랜드의 디자인이나 기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낮은 제품을 찾는 것을 뜻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얼마전 월마트에서 판매된 ‘워킨백’이 있겠네요. 에르메스 버킨백과 비슷한 디자인에 가격은 훨씬 저렴해 없어서 못 사는 인기 제품이 되었죠.


최근엔 중국에서도 새로운 가성비 트렌드가 등장했어요. 바로 ‘핑티(平替) 소비’예요. 흔히 중국의 저렴한 제품이라 하면 짝퉁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핑티는 브랜드 로고를 무단 도용해서 명품처럼 위장하는 모조품이 아니랍니다. 디자인이나 콘셉트는 비슷하지만, 독자적인 브랜드가 정식으로 있는 대체 제품을 의미하거든요. 


이 핑티소비의 현장, 고영 PD가 직접 중국 발로 뛰며 싹 돌아보고 왔답니다. 어피티 법카 들고, 중국으로 튀어!


비행기 환승하는 김에,
중국 핑티소비 현장 직접 체험하고 왔어요


고영 PD는 지난 휴가차 비행기를 타기 전, 중국 핑티소비를 소개하겠다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일부러 경유지를 중국 상하이로 정했답니다.(물론 비행기값을 아끼겠다는 목적도 있었죠…)

중국 상하이에서 사용한 비용 인증, 출처: 어피티


정해진 시간은 단 10시간. 그 안에 Cotti Coffee, Tastién, MAIA ACTIVE를 돌아보며 2만 보 넘게 걸었답니다. 커피부터 햄버거, 애슬레저까지! 중국 Z세대가 실제로 선택하는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명품을 대체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돌아왔어요!


브랜드 선정은 KOTRA 베이징무역관이 2025년 2월 발표한 트렌드 보고서 <중국, 명품에서 핑티로…변화하는 시대, 달라진 소비관념>을 참고했어요. 보고서에 따르면, 이 세가지 브랜드는 업계에서 핑티소비 트렌드를 대표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었어요.

🍔 중국식 햄버거 Tastién vs 글로벌 햄버거 맥도날드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프더라고요.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Tastién(타쓰팅)입니다. 중국 로컬 브랜드로, ‘중국식 햄버거’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랜차이즈예요. 재미있었던 건, 이 브랜드의 매장이 관광지나 대로변이 아닌 골목 혹은 주택가 근처라는 점이었어요.

타쓰팅 매장 외부와 내부 ⓒ 어피티


우리나라 안경점이 월세 절약을 위해 2층에 입점한 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전략을 쓰는 것처럼, 타쓰팅도 공간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 아닐까 싶었죠.


점심시간에 방문했더니 매장 내부는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어요. 직장인들과 배달 기사들이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며 음식을 픽업해 갔고, 매장은 대부분 테이크아웃 중심이었어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는 몇 개 안 되더라고요.

(좌) 3+3 프로모션 전단, (우) 버거 단품 8.5위안 ⓒ 어피티


매장 입구에는 할인 프로모션 전단지를 큼직하게 전시해놨는데, 버거 3개 + 사이드 3개 구성의 세트가 38.9위안(약 7,200원). 둘이서 먹는다면 한 사람당 20위안도 안 되는 돈으로

햄버거 한 세트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죠. 정말 엄청난 가성비였어요. 혼자 온 게 후회되더라고요. 


고영 PD는 이곳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중국식 매운 치킨버거 세트를 골랐습니다. 감자튀김과 콜라를 더한 구성으로, 가격은 23.9위안(약 4,400원)이었어요. 제가 주문한 메뉴는 할인 세트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졌지만, 비교 대상인 맥도날드의 스파이시 치킨버거 세트(33위안)와 무려 10위안 차이니 여전히 저렴했죠.

매운 치킨 버거 세트 ⓒ 어피티


처음 햄버거를 받았을 땐, 조금 당황했어요. 제가 알던 햄버거의 번이 아니었거든요. 겉보기엔 중국식 크레페 ‘쇼좌빙(手抓饼)’을 연상시키는 납작하고 쫀득한 빵이었고, 검은깨가 뿌려져 있는 독특한 형태였어요. 게다가 매장 인테리어도 중국 전통 감성이 가득했어요. 원목 가구, 중국풍 벽지, 마작 느낌의 감자튀김 패키지까지. 햄버거를 먹으러 왔다기보다 중국 로컬 식당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실제로 북경 오리를 연상 시키는 오리 버거나, 중식 요리인 마파두부를 활용한 버거를 판매하고 있기도 했어요.


너무 낯선 비주얼의 햄버거를 보면서 기대감이 약간 사라졌지만, 한 입 먹자마자 너무 맛있어서 완전히 반해버렸답니다. 어딘가 부실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치킨은 바삭했고, 빵은 쫄깃했어요. 매운 맛도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정도로 조절되어 있어서 맥도날드의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와 꽤 유사한 맛이었지만, 소스나 식감, 조합 면에서는 오히려 더 입맛에 맞았던 것 같아요. 햄버거 같기도 하고, 중국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도 동시에 들었죠

중국 맥도날드의 풍경 ⓒ 어피티


맥도날드에서는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타쓰팅은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앱을 이용한 주문 시스템이 더 보편적이었어요. 맥도날드와는 매장 크기나 브랜드 포지셔닝, 메뉴 구성이 많이 다르고 약간 허술한 부분이 있었지만, 맛과 가격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10위안의 가격 차이가 크게 느껴졌죠. 10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거의 2천 원이니까요. 


☕ 저가커피, 코티커피 vs 중국의 스타벅스 ‘루이싱커피’

밥을 먹고 나니 입 안이 텁텁해졌어요. 뭔가 깔끔하게 입가심할 게 필요해서 바로 Cotti Coffee(코티커피)로 향했죠. 중국에서 초저가 커피 브랜드로 빠르게 중국 커피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언젠가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어요. 고영 PD는 이곳에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아메리카노 한 잔(9.9위안, 약 2,000원)을 주문해 봤어요. 

코티커피 아메리카노 ⓒ 어피티


사실, 흔한 아메리카노라 큰 기대는 없었는데요. 한 모금 마신 순간, 예상이 완전히 깨졌어요.  코티커피는 국제 테이스팅 협회(IIAC) 플래티넘 어워드와 금상을 받은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다고 해요. 100% 아라비카 다크 초콜릿 풍미, 그리고 꽃·과일 향이 나는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가 대표적이죠. 가격이 저렴해서 맛은 좀 포기해야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진하고 균형 잡힌 맛이었어요

(좌) 루이싱커피 외관, (우) 코티커피 외관 ⓒ 어피티


코티커피는 처음 매장을 열었을 때부터 Luckin Coffee(루이싱커피)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입점하는 전략을 썼다고 해요. 그래서 상하이를 걷다 보면 두 브랜드 매장이 가까이 붙어 있는 경우가 꽤 많아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루이싱커피도 함께 들렀어요. 루이싱커피는 중국의 ‘스타벅스’라 불리는 브랜드로, 세련된 매장과 감각적인 로고 디자인으로도 유명하죠.

(좌) 루이싱커피 주문 화면, (우) 코티커피 주문 화면 ⓒ 어피티


비슷한 등급의 원두를 사용하는 아메리카노 가격은 14위안(약 2,800원) 정도였고, 할인쿠폰이나 알리페이 앱을 사용한다면, 가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제가 결제한 기준으로 코티커피보다 약 4위안 정도 비쌌어요. 커피 맛은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컵 디자인과 매장 인테리어, 로고 브랜딩 면에서는 루이싱커피 쪽이 확실히 강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커피 맛과 가격이라는 조건을 고려해서 고르라면, 고영 PD는 혼자 마실 때는 코티커피에 한 표를 줄 것 같아요. 하지만 친구랑 카페를 간다면 루이싱커피를 갈 것 같아요. 코티커피는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이 많아서 빠르고 간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루이싱커피는 좌석이 마련된 쾌적한 매장이 많거든요.


🧘 아시아 여성 체형에 최적화 된 MAIA ACTIVE vs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룰루레몬

세 번째로 향한 곳은 상해 임시정부청사 근처의 쇼핑가였어요. 이 곳에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과 중국 로컬 브랜드 ‘마이아 액티브(MAIA ACTIVE)’의 매장 둘 다 있었거든요. 

(좌) 룰루레몬 외관, (우) 마이아 액티브 외관 ⓒ 어피티


처음 룰루레몬 매장에 들어섰을 땐, 전체적으로 차분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졌어요. 화이트 톤 벽면, 깔끔한 조명, 마네킹 하나하나에까지 신경 쓴 느낌이더라고요. 제품도 대부분 딥브라운, 그레이, 블랙 같은 뉴트럴 컬러 위주였고요. 


그런데 마이아 액티브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벽면은 주황색 타일, 레깅스 컬러는 형광 노랑부터 핫핑크까지 알록달록했고 제품 진열도 훨씬 꽉 차게 배치되어 있었거든요.

(좌) 룰루레몬 진열, (우) 마이아액티브 진열 ⓒ어피티


둘 다 타겟층이 자기 관리에 열심인 젊은 여성층이라는 점에서 비슷했지만 가격대에서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어요. 룰루레몬은 확실히 프리미엄 가격대였는데요. 상의는 400~650위안(약 8만 원~12만 원) 사이였고 하의는 750~850위안(약 14만 원~16만 원)이었어요. 아우터류는 한 벌에 20만 원이 훌쩍 넘는 제품도 많았죠.

룰루레몬과 마이아 액티브 중국 내 리테일가 비교 


반면, 마이아 액티브는 상의와 하의 모두 평균 355~599위안 정도, 대략 6만 7천 원에서 11만 원 사이 가격대로 구성돼 있었어요. 제품 대부분이 10만 원 안팎이었고 온라인몰에서는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시아 여성 체형에 최적화된 디자인 덕분에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중국 상하이에서 하루 만에 핑티소비 3대장 Cotti Coffee(코티커피), Tastién(타스팅), MAIA ACTIVE(마이아 액티브)를 모두 둘러보고 나서 느낀 건, ‘핑티’가  그저 ‘가성비가 좋아서’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코티커피는 국제 대회에서 수상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사용하고 있어서 가격 대비 커피 품질이 좋았죠. 타스팅은 중국인의 입맛과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다양한 버거 메뉴를 선보이고 있었고요. 마이아 액티브 역시 중국 여성의 체형과 운동 습관을 세심하게 반영한 ‘아시안 핏’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 소비자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복이 어떤건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어요. 각 브랜드를 선택하는 중국 소비자들도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보고 지갑을 열었겠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그냥 따르기보다는 ‘나에게 정말 잘 맞는 선택’을 하려는 기준과 태도, 그게 핑티소비의 핵심이 아닐까요? 잘쓸레터 독자님들은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딱 맞는’ 가성비 소비를 즐기고 계신가요? 오늘 이야기를 읽고나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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