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도 하자’ 워크숍
출근길, 5분에 한 번씩 울던 때
마케팅 회사를 퇴사하게 된 것은 번아웃 때문이었어요. 출근 길에 5분에 한 번씩 울기도 했었죠. 오늘 내가 해내야 하는 일의 무게가 너무 크게 느껴졌거든요.
처음 프리랜서로 일할 때 온 번아웃은 회사 다닐 때의 번아웃보다 더 심했어요. 인지능력이 저하될 정도였으니까요. 눈을 뜨자마자 일하기 시작해서 더는 일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일하다가 쓰러지듯 잠들었어요.
심리치료도 받고, 필사를 하는 등 인지능력을 다시 되돌리려고 노력했어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루틴을 만든 후, 번아웃을 탈출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퇴근 후 일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아요.
대형 홍보회사의 입사 제안을 거절하다
2017년 대형 홍보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어요. 제안을 받아들여 다시 직장인으로 살 것인지, 프리랜서로 계속 일할 것인지를 두고 미친 듯이 고민했어요.
회사에 들어가면 당장 안정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제가 홍보 업무를 잘 해낼 거라는 확신도 없었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구상했던 일들을 시도조차 못하고 그만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결국 거절했어요.
홍보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제가 한 일은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2017년 하반기 매거진을 구상하고 2018년 12월에 창간호가 나왔어요. 만약 회사에서 일했다면 제 커리어에 큰 전환점인 매거진 <프리낫프리>가 없었을 거예요. 그때 그 제안을 거절한 나를 칭찬해 주고 싶어요.
돈 대신 장어를 주겠다는 고객도 있었어요
프리랜서로 살아가려면 스스로를 지켜야 해요. 그래서 저는 일을 시작할 때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일의 진행 여부를 결정해요.
- 정당한 대가를 주는가
- 합리적인 일정인가
-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한가
한번은 마케팅 해주면 장어를 주겠다던 고객도 있었어요.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일정이 급하면 결국 제 시간과 에너지, 생명력을 갉아먹으며 일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없어요.
커뮤니케이션의 명확성은 외주를 할 때 필수 요소예요. 명확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일의 방향성을 잃게 하고 한없이 일이 늘어지게 하거든요.
추가적으로 고려하는 두 가지도 있어요.
- 업무의 내용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으며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는가
- 흥미롭게 탐구할 수 있는가
저는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을 선호해요. 관심 없는 분야와 주제의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취재 과정에서 질문지를 쓰는 것조차 버겁다고 느껴졌어요. 제 성향 자체가 호기심이 없으면 잘 해내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답니다.
스스로에게 ‘망하지 않는다’고 말해 줘요
완벽주의와 불안이 심한 편이에요. 완벽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일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성격이에요. 명확한 계획이 세워지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하고요.
그렇다보니 시작도 잘 못하고, 효율적으로 일하지도 못하면서 일하는 시간만 길어져요. 남들 보기에는 추진력이 없어 보이기도 하죠.
그때 누군가 “그래도 내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에요.” 하고 말해줬어요. 퀄리티에 집착할 때,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못할 것 같을 때, 저는 ‘망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중얼거려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용기가 생긴답니다.
실패할 수는 있지만, 망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프리랜서로 ‘내 일’을 개척해 나갈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