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산업계에 희비가 엇갈렸어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졌던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차산업이 불안감에 주춤한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조선업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어요. 안 그래도 국내 조선업은 최근 업황이 개선돼 선박 발주(주문)와 건조량이 늘어나 일감이 충분할 전망이었어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선기업인 한화오션과 HD현대의 입지가 튼튼해지고 있죠. 두 기업이 현재 서로 불화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 문제지만, 둘 다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에요.
미국이 직접 못 하는 이유가 있어요
미국이 반도체 등 중요한 제조업을 리쇼어링(생산 시설 국내 복귀)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업을 직접 하겠다고 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협조 요청을 한 배경이 따로 있습니다. 조선업이 아직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이에요. 노동집약적 산업이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첨단 기술이나 자본금보다 숙련된 인력 다수를 얼마나 값싸게 일하도록 할 수 있는지 저렴한 인건비와 인력의 생산성이 더욱 중요한 산업이에요. 조선업은 설계부터 제작, 조립, 시운전까지 노동력이 핵심이에요. 미국에는 조선업 경쟁력이 없어요. 숙련된 조선업 노동자가 이미 사라졌을 뿐더러 인건비도 너무 비싸요.
우리나라 사정도 삐걱거리긴 해요
조선산업이 불황기에 접어들었던 지난 몇 년간 조선소에서는 숙련 노동자가 많이 떠났어요. 기술자들은 몇 년간 호황을 맞아 일감이 많고 조선업 현장에 비해 임금도 높게 쳐주는 반도체 현장으로 옮겨갔어요. 구체적인 지역으로 따지면 경남 거제에서 경기도 안성과 평택 등으로 이동했던 거죠. 현재 조선소에는 만들어야 할 선박이 넘치지만, 일할 사람이 크게 부족해요. 저렴한 이주노동자와 자동화 로봇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아직 생산성이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고 해요.
정인 한마디
⛵ 지금까지 조선소에서는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도 저임금 때문에 이탈하는 경우가 잦았어요. 10년 차 엔지니어(설계원)의 월급이 2022년 기준 288만 원에 불과한 수준이에요. 하지만 조선업 회복세가 돌아오면서 고급 인력이 충원될 조짐이 보여요. 노동 강도와 노동자의 생산성 수준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는 노동집약적인 조선업의 특성이고, 바로 그 이유로 다른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에 일감이 넘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제까지 그랬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개발하고, 선박 자율주행 등 기술 혁신 위주로 경영을 개편하면서 숙련공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인력 이탈을 막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는 물론 업계의 공통된 요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