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세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 2탄

글, 이현미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현미입니다. 지구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ESG 컨설턴트예요. 다양한 ESG 정보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알고보면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ESG, 보다 깊게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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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탄소국경세(탄소국경조정제도)를 누가 왜 만들어, 어떻게 부과하는지, 그와 둘러싼 논란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았어요. 오늘은 이 제도가 우리나라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차례예요.


EU에서 정한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맞추기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우리 회사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배출되는 탄소가 얼만큼인지 ‘탄소발자국’을 정확히 파악하는 거예요.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방법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통일이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계산이 쉽지 않다는 것이에요. 


그 나라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낼 때 얼만큼의 탄소가 배출되는지 알아야 하고, 또 그 제품의 ‘원재료’, 예를 들어 철광석이나, 리튬광석 같은 것들을 광산에서 채굴할 때 탄소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등도 모두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일개 기업이 아프리카 콩고의 코발트 광산이나 리튬 광산에서 광물 1kg을 채굴하는 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죠.


이때 활용되는 게 ‘LCI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어떤 원재료의 채굴이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한 자료예요. LCI 데이터베이스는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정부 차원에서 조사해서 모아놓은 것도 있고, 전문 만든 판매용 자료도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오래전부터 이 LCI 데이터베이스 개발에 공을 많이 들여왔는데, EU 집행위가 만든 LCI 데이터베이스를 LCDN(Life Cycle Data Network)라고 불러요. EU는 앞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에도 이 LCDN에 기반해서 계산된 탄소량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우리나라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때 어떤 LCI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서 계산하느냐가 무척 중요해졌죠.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환경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LCI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서 계산된 탄소발자국은 아직 다른 나라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요즘에 마트에 가면, 이런 마크가 붙은 제품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환경부에서 수집한 LCI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서 탄소발자국을 계산하여, 다른 제품에 비해 탄소량이 적은 제품에 붙여주는 환경부 인증이랍니다.


그래도 나름 우리나라 정부가 직접 만든 LCI 데이터베이스인데, 외국기업들은 왜 이 인증을 인정해주지 않는 걸까요?


원인은 데이터에 규모에 있어요. 2023년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LCI 데이터베이스에 탄소배출량 정보가 등록되어 있는 제품은 438개에 불과해요.


지구상에 우리가 ‘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종류가 몇 가지나 될까요? 수만 혹은 수십 만 개는 넘겠죠?  전문적으로 LCI 데이터를 수집해서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스위스의 비영리기관 ‘Ecoinvent’가 수집한 제품 품목만 해도 최소 18,000개 이상이라고 해요.


그러니 글로벌 대기업들이 보기에 우리 정부의 LCI 데이터베이스는 정보량도 부족하고 그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정부를 믿고 있을 수가 없고,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기업들마다 바이어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 LCI 데이터베이스들을 동원해 각자 알아서 자사 제품의 탄소량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좀 상황이 나은 편이에요. 돈과 정보력이 있고 인력도 충분하니까요. 특히 탄소배출량이 높고 수출비중이 큰 철강이나 석유화학 분야의 대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고, 내부적으로 탄소발자국 계산도 이미 마무리되어 현재는 단순히 탄소량 ‘파악’이 아닌 ‘감축’의 단계로 진입한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돈도, 인력도, 정보도 부족한 수출 중심의 중소기업들이에요. 이런 기업들이야말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죠.


그나마 현재 환경부가 우리나라 LCI 데이터베이스를 인정받기 위해서 EU와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해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우리회사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유럽제품과 공식적으로 비교 가능해져야 구체적인 ‘감축’ 전략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출이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나라인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더 늦게 전에 정부 차원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국내 기업들은 바라고 있어요.


오늘 내용에서 중요하게 알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는, 국가 전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율이 높을수록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기가 유리하다는 것이에요. 친환경으로 변화는 환경 그 자체뿐 아니라 경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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