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보는 청년의 삶은 나아지고 있을까요

글, 김영빈


📌 필진 소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아 Alookso와 Theseoulite 등에서 관련 논문을 소개하는 글과 사회 현안을 분석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헬조선’이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는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깔려 있어요. 입시 광풍, 낮은 삶의 만족도, 긴 노동시간, 심각한 빈부격차, 여성의 경력 단절,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 소멸, 줄어든 성장 동력, 공동체의 붕괴 등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한국 사회의 부정적 단면이 우리를 그런 생각으로 내몰죠. 어떤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언젠가는 문자 그대로 ‘사라질’ 거라는 공황에 빠지기도 해요. 


헬조선,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청년을 위한 통계는 있다> 지난 연재를 통해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통념을 마주할수록 ‘정말 그럴까?’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해요. 한국인들은 정말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비관하고 있을까요? 지난 2022년, 갤럽 인터내셔널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흥미로운 주제의 여론조사에서 그 답을 찾아볼게요. 이 여론조사는 현재 세대에 대한 평가와 미래 세대에 대한 전망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먼저, 전 세계의 경향을 살펴볼까요? 응답자 대부분은 현재 세대의 삶보다 미래 세대의 삶을 나쁘게 보고 있었어요. 앞으로 닥칠 기후 변화, 국제 분쟁, 저성장 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여요. 그런데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의 응답이 놀라워요. 응답자의 75%가 부모 세대보다 현재 세대의 삶이 좋아졌고, 56%가 현재 세대보다 미래 세대의 삶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거든요.


한국은 전체 63개국 중 현재 세대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국가 3위, 미래 세대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국가 15위에 올랐어요. 저소득, 고성장의 특징이 있는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보다 미래 세대의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한국은 선진국에 해당하는데도 삶을 바라보는 인식이 긍정적이었어요. 


사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바로 세대 간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40대 이상은 현재 세대의 삶이 더 좋아졌다고 평가하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청년층 중에는 현재 세대의 삶이 나빠졌다고 보는 응답자도 적지 않거든요. 40대 이상은 아직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시기에 유년기를 보내며 자아를 형성한 반면, 한국의 청년층은 경제 저성장으로 인한 취업난부터 기후 변화까지 새로운 사회 문제와 맞부딪히는 세대이니 자연스러운 결과일 테지요. 


그렇지만 청년 중에도 현재 세대의 삶이 부모 세대보다 낫다고 보는 응답이 더 많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해요. 심지어 미래 세대의 삶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도 절반이나 되죠. 현실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맹목적인 비관론이야말로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대상 중 하나예요.


이러한 사실은 저명한 사회과학 데이터인 한국사회종합조사(KGSS)에도 나타나요. 2023년 한국사회종합조사 데이터 중 ‘자녀세대 생활수준 변화’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면, 미래 세대의 생활수준이 현재 세대보다 나아질 거라고 본 응답자가 약 60%에 달했어요. 청년층의 50% 이상도 미래 세대의 생활수준을 긍정적으로 전망했고요. 이는 앞서 소개한 한국갤럽의 데이터와 유사한 수치예요. 

      과도한 걱정보다는
      사실 기반으로 변화를 모색해요


      데이터는 한국인들이 자국의 현재와 미래를 비관한다는 인식이 일부 과장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러 통계를 보면, 한국인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자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하물며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법한 청년층에서도 비관론은 압도적이지 않아요. 


      이쯤에서 우리는 과도한 한국 비관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물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간과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 여론과도 다르고, 과도하기까지 한 비관론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동력이 될 수 없어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죠.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한 접근은 막연한 비관론을 줄여주고, 진짜 문제를 인식하게 해 변화의 초석이 되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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