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문제는 감성 대신 이성으로

글, 정은길

님은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거라 생각하세요, 아니면 하락할 거라 생각하세요? 최근 몇 년간의 집값 상승세를 보면 계속 오를 것 같기도 하고, 이미 집값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올라있는 걸 보면 앞으로 하락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참 헷갈립니다.

부동산 관련 뉴스를 보면 더 헷갈려요. 어디는 신고가 경신이라며 연일 몇십 주째 상승이라고 하고, 그래도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며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고 하고, 종합부동산세가 오르면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집값 하락이 시작될 거란 말도 있습니다.

님은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기우시나요? 상승론을 믿나요, 아니면 폭락론을 믿나요? 시장은 내 믿음과 상관없이 흘러간다고 하지만, 나만의 전망을 내놓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나의 믿음이 어디로 기우느냐에 따라, 혼돈 속의 부동산 시장에서 나만의 판단을 내릴 수 있거든요.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려면, 여러 가지 데이터를 살펴봐야 할 텐데요.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볼 때는 냉정하게 데이터를 바라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상승론과 폭락론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듯 합니다. 님은 이런 제 의견에 동의하실 수 있나요?

체크 포인트 1. 
제발 떨어져라!

요즘 ‘영끌’이라는 단어가 기사에 참 많이 등장하죠. 20~30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다면서 말이에요. 실제로 올해 주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세대가 20~30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집을 사기에 충분한 돈을 갖고 있지 않으니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살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최근에는 신용대출 1억 원 이상 받는 것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영끌하는 것에 대한 기사까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에 꼭 빠지지 않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렇게 막차 타다간 앞으로 골로 갈 거다”
“쯧쯧, 그렇게 섣부른 선택을 하다니!”

바로 부동산 폭락론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집값이 한창 오름세지만, 앞으로는 하락세가 될 수도 있는데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놓으면 집값 하락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면 또 이런 대댓글이 달려요.

“그래서 당신이 무주택자인 겁니다”
“설마, 정말 집값이 떨어질 거라 믿으시는 건 아니죠?”

집값이 떨어질 거라 믿는 사람들은 무주택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떨어질 거라 믿는 것도 믿는 거지만, 사실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봐야 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그랬거든요.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2020년 1월 말, 그 당시 저는 무주택자였습니다. 코로나로 저자 강연회가 취소되고, 미리 잡혀 있던 강의들이 연달아 무산됐죠. 여기저기서 무급 휴직이니, 일자리를 잃었느니, 경제가 나빠진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죠. 그때는 주식도 폭락했거든요. 저는 자연스럽게 집값도 떨어질 거라 기대했어요.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랐습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왜 집값이 오르지?’, ‘도대체 무슨 돈으로 집을 사라는 거야?’, ‘집값 이거 괜찮은 거야?’ 등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어요. 정확히 집값이 왜 오르는 것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제발 집값 좀 떨어져라’ 하는 바람만 있었죠.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집이 남아돌아 집값도 폭락할 거다’, ‘지금 빚내서 집 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느냐?’, ‘지금 집 사면 평생 후회한다’ 등 듣고 싶은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그 말도 맞는 것 같았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저 스스로 너무 감정적인 상태였습니다. 어떤 데이터와 정보를 분석해 폭락론을 믿는 게 아니라 그저 막연히 바라기만 했으니까요. 

그러다 패닉이 왔습니다. 계속 집값이 오르자 더 이상 내가 가진 돈으로 집을 못 사는 날이 오는 건 아닌지 불안함이 극에 달했어요. 역시, 지나치게 감정적인 상태였습니다. 

체크 포인트 2. 
제발 올라라!

‘전국 집값 폭락해라!’라며 고사를 지내던 저는 6월 초에 일찌감치 패닉에 빠져 집을 샀습니다. 말 그대로 ‘패닝 바잉’으로 집을 산 거예요. 그나마 다행인 건, 부동산 거래에서 실패했던 경험이 많아서 이번엔 비교적 마음에 드는 집을 골랐다는 점입니다. 

저는 여기서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습니다. 무주택자에서 유주택자가 되었으니, 이제 마음 편히 지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부동산 기사가 눈에 띌 때마다 클릭하고 있더라고요. ‘집값이 더 올랐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읽는 저를 보고, 스스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무주택자였을 땐 ‘집값 폭락’을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는데, 집을 사고 나니까 ‘우리 집은 가격이 오르고 있나?’ 체크하기 시작한 거예요.

폭락을 바랄 때는 귀에 담아두지도 않았던 교통 호재, 1인 가구 증가,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 등 전혀 다른 이야기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이 내려앉을 거라 믿었던 제가 순식간에 변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집값이 미쳤다’라며 소리 높여 말하곤 했는데 말이죠.

“지금도 저평가됐다. 더 올라야 한다”
“여기 앞으로 날아간다. 두고 봐라”

누가 봐도 집 가진 사람들의 댓글이죠. 저도 딱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무주택자였을 땐 ‘집값 다 떨어져라!’ 생각했는데, 집을 사고 나니까 저 역시 영끌해서 마련한 집이기에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갑자기 변해버린 저의 돌변한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폭락론과 상승론은 면밀한 분석이 아닌, 저마다의 이익 앞에서 막연히 바라는 지극히 감정적인 소망의 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체크 포인트 3. 
제발 냉정해져라!

저는 최근의 패닉 바잉 기사를 보면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부산과 김포가 비규제지역으로 남았을 때 엄청나게 집값이 올랐죠? 오죽하면 ‘김포’가 아니라 ‘금포’라고 불렀겠어요. 그런데 최근 부산과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남아 있는 비규제지역인 파주가 뜨거운 시장으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파주가 뜨는 걸 보면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저는 파주를 잘 알거든요. 제가 <집블레스유>에서 내내 이야기했던 저의 경기도 외곽 아파트가 바로 파주였습니다. 무려 제가 7년 동안 살았던 지역이죠. 

2019년 4월, 저는 7년간 살던 아파트를 급매로 헐값에 던지고 나왔습니다. 그랬던 그 집의 가격이 제가 팔았던 금액보다 무려 1억 원이 올랐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절대 안 오를 줄 알았던 집이었는데 말이죠. 심지어 그 근방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는 전용 면적 84제곱미터 기준, 10억 원까지 호가가 나왔다고 해요.

참 운도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그저 내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린 것뿐이었습니다. 1년 전, 저는 조금이라도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그 집을 팔았습니다. 지금도 그곳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집값이 올랐다 해도 다시 그 불편을 감수하고 싶진 않아요. 

파주의 집값을 보며 패닉 바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내 이해관계에 따라 폭락론과 상승론을 믿던 상태에서 벗어나기로 했어요. 이젠 알고 있습니다. 집은 ‘나만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이거라도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매매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마지막으로, 현재 집값이 저평가된 건지, 고평가된 건지는 내가 잘 아는 지역일 때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파주를 잘 알았기에 지금의 호가를 들어도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어요. 패닉은 내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한 두려움이 찾아올 때 빠지게 되고, 냉정함은 내가 잘 아는 지역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할 때 마주하게 되는 듯합니다. 

그러니 님, 불필요한 패닉은 접어두세요. 폭락론과 상승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지 마세요. 내가 잘 아는 지역을 늘리면서 냉정함을 유지해주세요. 그래야 내가 모은 돈과 용기를 내서 일으킨 대출의 재산을 소중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결국 냉정한 판단으로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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