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2500으로 장을 마감했던 코스피 지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 수요일 2460대로 떨어졌어요. 계속해서 미끄러져 내리던 코스피는 7일 토요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된 후 첫 거래일인 9일에 다시 2.78% 급락해 종가 기준 2360까지 떨어졌죠. 그러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0일과 11일, 3.47% 상승해 2400대 중반까지 왔습니다. 12일 어제는 장 초반 1% 상승하며 2500선을 되찾을지 희망적인 기대를 품게 했어요. 하지만 대통령의 2차 담화가 있었던 오전 10시 이후, 코스피는 당일 직전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가 기관 매수에 힘입어 2482로 소폭 상승 마감했어요. 환율도 마찬가지로 출렁거려요. 금융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털어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하고 있기는 하지만, 달러를 무한정 소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앞으로 일주일만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되어도 1달러에 1,500원대를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증시에는 테마주 단타만 성행하고
안 그래도 국내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며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해 장기투자보다는 ‘테마주’ 위주의 단기투자 경향이 강해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이런 행태는 더욱 심화하고 있어요. 테마주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오르고 내리는 종목을 묶어둔 그룹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각 정치인과 관련된 테마주가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현 사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든가,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하다든가 하는 정치인과 관련 있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대선은 지금 시점에서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예요. 정치 테마주는 중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지지 않고, 단기적인 변동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하셔야 해요.
기업 자금조달시장은 예측 불가죠
기업들은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시장을 자금조달 통로로 더 선호해요. 문제는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국가신인도와 거시적 지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국가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는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높아졌어요. 당장 달러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한국계 외화채권(KP, Korean Paper)도 1월 집중발행철을 앞두고 불안감에 술렁이고 있어요. 금리가 오르는 것은 그렇다 치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채권을 아예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정인 한마디
🔥 1979년 12월 12일에는 전두환의 군사반란이 있었어요. 그로부터 꼭 10년이 되는 1989년 12월 12일에는 증시의 12·12사태가 있었죠. 노태우 정부가 취한 증시 부양조치가 역효과를 불러와 코스피가 오히려 폭락했던 사태입니다. 그 조치가 얼마나 무모했냐 하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무제한으로 주식을 매입해 코스피를 올리겠다는 거였어요. 딱 사흘 갔는데요, 정부의 돈을 빌린 투자신탁사들이 닥치는 대로 주식을 매집할 때는 폭등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기 시작한 나흘째부터는 폭락했어요. 그때부터 약 3년간 떨어진 코스피는 역사적 저점을 찍고서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12월 12일이 바로 어제였죠. 지표도 그렇고 투자자들의 마음도 그렇고 ‘아직은 괜찮다’고 합니다만, 우리는 ‘아직은 괜찮도록’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임시적인 조치들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역사로부터 이미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