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이
나이가 들수록 더 멋져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방송인이자 뮤지션인 배철수 님, 배우 윤여정 님, 투자자 레이 달리오, 기업가 이재웅 님이 그런 분이에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는 점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일이라는 것은 여전히 힘들고, 어렵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진한 즐거움을 가져다주니, 일의 즐거움이 표정과 삶에 묻어나는 거죠.
유명인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니스트플라워에서 MD로 일하는 김수지 님도 그렇습니다. 수지 님은 ‘내일 만날 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설렌다’고 해요.
오늘의 프로일잘러, 수지 님
조이: 하고 계신 일을 소개해주세요.
수지: 어니스트플라워에서 상품 MD로 일하고 있어요.
꽃을 재배하는 농가를 섭외하는 일부터 상품을 선별해 판매하고, 양질의 꽃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전반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제 업무를 쪼개서 소개해 보면 이렇습니다.
- 상품 준비: 꽃농가 발굴, 협약 체결, 상품 테스트 발송, 원재료 선별 및 가격 협상, 상품 구체화(1단의 양, 판매가, 옵션 설정 등), 상품 촬영 및 상품 페이지 작성
- 출고 준비: 농가에 자재 지급, 농가 대상 상품 출고 교육
- 상품 판매: 상품 페이지 오픈, 상품 재고 관리, 홈페이지 및 외부 채널 관리, 판매 목표 관리, 판매 액션 시도(타임세일, 가격 정책 수립 등), 마케팅 요청, 콘텐츠 작성 및 검수
- 상품 출고: 원재료 품질 관리, 고객 후기 반영해 개선, 농가 상황 공유 및 시정 사항 전달
- 스토어 관리: 스토어 전시 및 관리
“가드너, 플로리스트로 일했어요”
조이: 처음부터 꽃 관련 일을 하신 건가요?
수지: 대학에서 조경디자인을 전공한 뒤, 수목원에서 가드너로 일했어요.
식물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가드너로 일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꽃’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디자인적인 요소를 더해 꽃을 다루고 싶은 마음에 일본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동안 한계도 느꼈어요.
꽃의 예쁜 단면만 보는 점이 늘 아쉬웠고 시장의 수요도 충분하지 않았어요. 제일 예쁜 상태의 꽃을 받아 작업하거나, 작업한 꽃을 해체하는 정도가 플로리스트로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죠.
어니스트플라워에서는 꽃을 발견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배우고, 함께 할 수 있어 만족하며 일하고 있어요.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조이: 이전의 일과 어니스트플라워에서의 일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수지: MD로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팀원들과 일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가드너, 플로리스트로 일할 때는 배움의 즐거움과 성취감, 확장감이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저와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세상을 보는 관점이 한정된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운영, 회계, 디자인,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팀원들과 일하면서,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까지 얻을 수 있어 만족감이 커요.
“포기가 아니라, ‘그다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조이: 어떤 상황에서 좌절감을 느끼시나요? 극복하는 방법도 궁금해요.
수지: 노력해도 안 되는 일에 몰두하면서 자기혐오까지 느껴봤어요.
선택이 필요하지만, 어느 한 쪽도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지가 놓여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무조건 포기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죠.
이제는 관점을 바꿔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그다음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니까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자기 확신을 얻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조이가 전하는
수지 님의 ‘한 끗 차이’
① 빨리 결정하고,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수지 님은 상품팀을 리드하는 MD입니다. 수지 님의 결정을 기다리는 팀원들이 있고, 그 결정이 생산자 또는 소비자에게 연결되는 지점도 많아서 최대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려고 노력해요. 빠른 의사 결정이 힘든 경우라면, 그 사실을 동료들에게 공유합니다.
② 오늘도 지독하게 공부하는 ‘꽃 덕후’입니다
수지 님은 지독한 ‘꽃 덕후’라서, 어딜가나 꽃부터 찾습니다. 회사 일을 마치고도 혼자서 꽃 사진을 찾아볼 정도예요.
그러다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띄워주는 꽃 사진을 보면서 업무 체크리스트에 넣고, 공부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할수록 더 잘하고 싶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힘들지 않다고 해요. ‘덕업일치’의 일상은 이런 게 아닐까요?
③ 지금 일하는 이 순간을 사랑합니다
수지 님은 매일 100km를 달려 출퇴근합니다. 먼 출퇴근길이 주는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주는 성취감이에요.
꽃은 길어야 2주 정도의 상품성을 갖는, 정말 다루기 어려운 상품입니다. 꽃을 비즈니스로 만들기 위해 쏟은 땀방울과 맘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그 과정을 함께 한 동료들과 남다른 전우애를 쌓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일 듯 해요.
수지 님은 ‘파이어족’을 꿈꾸며 오늘을 견디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주는 즐거움을 더 오래오래 동료들과 나누며 살고 싶어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우면 더 큰 꿈도 이뤄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