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어피티
the 독자: 크아악! 이거 구매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고, 딱 한 번 썼거든요! 😡
어피티: (중계) 지금 the 독자님이 화내고 계신 이유는, 흥정 끝에 중고 카메라를 정가의 절반 가격에 판매하였기 때문입니다. 🎙️
the 독자: 절반 사용한 게 아닌데 절반 가격에 팔다니! 아이고 아까운 내 돈. 😭
어피티: 입장을 바꾸면 독자님은 그 카메라를 중고로 얼마에 사실 것 같으세요?
the 독자: 그야 뭐… 저도 최소한 절반 정도 가격을 원했을 것 같네요. 😅 아니 저를 포함해서 사람들 좀 이상하네요. 왜 멀쩡한 물건의 가격을 깎고 싶어 하죠?
어피티: 아무래도 감가상각이 되니까요~ 🤗
the 독자: 감… 네?
누군가 사용하던 중고 물품을 정가와 동일한 가격에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 거예요.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은 적어 프리미엄이 붙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품은 개봉과 동시에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심지어 포장을 뜯지 않았다고 해도 원래 가격보다는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마련이죠.
누구나 새 걸 좋아하니까 생기는 일이에요
중고 거래 가격은 소비자의 선호 체계를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효용 극대화: 새 상품 구매가 훨씬 더 기분 좋아요. ‘새 상품을 샀을 때보다 덜 좋은 기분’이 중고 거래가에 반영돼요.
- 정보의 비대칭성: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던 물건은 어떻게 다뤄지고 변화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전 소유자가 기업이나 판매자보다 깔끔하게 상품을 관리할 가능성은 아주 적어요. ‘불확실성 감당 비용’이 중고 거래가에 반영됩니다.
- 손실 회피: 중고 제품은 환불이나 A/S 등 그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한 기업의 서비스 제공 범위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잠재적인 문제 발생 가능성도 중고 거래가격 책정에 반영됩니다.
이런 경향을 한마디에 눌러 담은 것이 바로 감가상각이에요.
생활과 회계 사이 어딘가 💰
감가상각은 일본식 한자 용어입니다. 가격(價)을 빼고(減) 보상해서(償) 물리친다(却)는 의미의 다소 난해한 회계 용어이기도 하죠. 그래서 ‘회계적’인 관점으로 봐야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격을 뺀다는 말인 ‘감가’는 그래도 이해하기 쉬운데, ‘상각’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이렇게 한번 접근해 볼까요?
어피티: 오늘 점심으로 먹은 설렁탕 값은 1만 원 되겠습니다. 제가 한꺼번에 계산했으니 저한테 1만 원 주세요.
the 독자: 저한테 갚으셔야 할 돈, 100만 원 있죠? 거기서 빼세요.
어피티: 빚 1/100 상각했다…
상각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빚을 까는 것’입니다. 물건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 누구나 단번에 납득할 만큼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빚은 당연히 화폐로 표시되는 ‘금액’이고,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어요. 다른 예시를 하나 더 볼까요?
the 독자: 이번에 1천만 원짜리 법인 차량 구매하셨다면서요? 축하해요! 시승식 고고? 🚗
어피티: 아, 내년에 감가상각으로 800만 원짜리가 될 그 차 말씀이군요!
the 독자: 왜 800만 원이 되는데요?!
어피티: 중고차는 시장에서 중고가로 거래되니까요!
the 독자: 내년에 그 차 파실 거예요? 그리고 중고가가 딱 800만 원이 될지 어떻게 아는데요?!
어피티: 차를 팔 계획은 없어요. 회계 장부에 편리하게 기입하려고 임의로 그렇게 정한 거예요! 😉
회사의 모든 자산은 숫자로 표시되어야 해요. 회사가 가진 사옥이며 법인차, 사무용 컴퓨터와 각종 비품 등 자산의 가치를 매년 장부에 기입할 때마다 현재 가치를 새로 평가해 ‘우리 자산이 총 얼마다’라고 확정해야 합니다. 그때 중고가를 계산하는 방식이 바로 감가상각이에요. 회계에서는 자산에서 가치가 깎이는 만큼을 ‘비용’으로 처리한답니다.
the 독자: 일정 기간 사용한 만큼 비용을 냈다고도 이해할 수 있겠네요?
어피티: 좋은 접근이에요! 1천만 원짜리 법인 차량을 1년 내내 타고 다닌 비용을 200만 원어치 지불했다고 생각해도 말이 되죠!
the 독자: 매번 렌트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었네요?
어피티: 그럴 확률이 매우 높죠. 그러니까 재무부서가 목돈 1천만 원을 써서 법인 차량을 마련한 것일 테죠! 🤗
일상 생활에서는 ‘중고 거래 시 가격이 깎이는 정도’를, 회계적으로는 ‘자산 가치 소모의 장부 기입 방법’을 뜻하는 감가상각. 이렇게 회계 용어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일 만큼, ‘자산의 가치가 사용량이나 사용 기간에 따라 감소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경제적 사고방식에 자연스레 녹아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원리를 하나 배울 수 있는데요, 모든 것을 금액으로 표현해야 하는 회계일지라도 그 배경에는 역시 사람의 마음이 깔려 있다는 거예요. 감가상각이라는 일상의 현상이자 회계적 처리는 최대의 효용감을 느끼는 동시에 손실은 피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되니까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의 칼럼, <청년 주거 세계 여행> 속에 등장하는 감가상각 관련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