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 해상풍력 단지 건설 현장 © KBS <시사기획 창>
경남 통영의 중소조선사 HSG성동조선이 제작했는데, 그 스토리가 드라마예요. 이 회사는 2010년대 조선 불황으로 법정관리까지 갔고, 직원은 200명으로 줄었었죠. 그런데 이 하부 구조물이 기업을 살렸어요. 2024년 매출의 70%가 이 한 프로젝트에서 나왔어요. 고용은 3,000명으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국땅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머나먼 우리나라 지방의 조선사를 살려낸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에요. 하부 구조물 위로 솟은 타워는 세계 1위 CS윈드가, 발전기와 송전망을 잇는 혈관인 해상 케이블은 아시아 1위 LS전선이 공급했어요. 건설 때 운반을 담당하는 풍력 전용 바지선과 해상 설치선은 현대가 담당했고요. 핵심 인프라 곳곳에 이른바 ‘코리안 드림팀’의 기술력이 녹아 있었죠.
2026년 2월 현재, 대만의 바다에서는 한국이 만든 인프라 위로 TSMC의 반도체를 생산할 깨끗한 전기가 이미 흐르기 시작했어요. 대만의 재생에너지 전환 의지와 우리나라의 제조 역량이 만나서 가능했던 일이에요.
우리나라에게 열린 기회의 문
이제 대만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짐작이 가시나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동력이 주춤했던 지난 몇 년, 대만은 우리나라 기업들과 손잡고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국가의 의지도 확고하지만, TSMC라는 기업의 결단이 결정적이었죠. PPA 전력은 일반 전기보다 비싸지만, TSMC는 추가 계약을 서두르고 있었어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직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의 PPA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과 비교되죠.
대만의 해상 풍력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산업의 가능성을 증명합니다. 터빈과 블레이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업 없이는 프로젝트가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풍력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한화솔루션-미국 가정용 시장 1위), 변압기(HD현대·효성·LS 등) 등에서 국내 기업은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섰어요. 제대로 된 정책과 국내 시장의 뒷받침만 있다면, 차세대 성장 동력 잠재력이 충분해요.
특히, 지정학이 우리를 돕고 있어요. 대만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현재 재생에너지 인프라 시장은 중국 기업이 장악한 상태거든요. 그런데 대만은 지리적으로 더 가깝고 비용 측면에서 훨씬 저렴한 중국산을 배제하고 한국산을 써요. 지정학적 리스크와 제조업 종속을 우려하기 때문이에요. 바로 이런 ‘중국이 아닌 대안’을 찾는 국제사회의 흐름이 우리에겐 기회의 문입니다.
천재일우의 상황인데, 공급망의 대부분을 보유하고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은 정말 아쉽습니다. 가격 경쟁력과 수지타산의 문제로 국내 생산을 주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까지 하죠. 도전해 볼만한 상황인데,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당위 측면에서도 그래요. 재생에너지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에요. RE100이냐 CF100이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필요도 없어요.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실천해야 할 시점이에요. 당연히 원전의 자리도 있을 겁니다. 다만, 원자력의 사회-정치적 수용성에 한계가 너무도 명확해요. 하나를 짓는데도 너무 오랜 시간이 드니까요. 에너지 전환을 이끌기는 어려워요. 주인공 자리는 재생에너지 몫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IT산업 그리고 에너지 전환까지
마지막으로, 원전 산업이 성장해 온 역사를 되짚고 싶어요. 원전이 주연이 될 수는 없지만,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는 던져 주거든요. 과학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어떻게 세계적 원전 강국이 됐는지를 살피면, 국가적 목표를 산업의 현실로 바꿔낸 전략의 힘이 보입니다.
우리는 원전을 수입할 때 공동설계와 기술 전수를 약속받아 원천기술을 흡수했어요. 한전과 원자력연구원(KAERI)은 물론 민간 기업들까지 참여했죠. 그렇게 공급망 모든 과정을 국산화했어요. 또, 자체 표준형 원전을 개발한 뒤, 한 부지에 여러 기를 반복적으로 지었죠. 숙련된 인력과 장비가 다음 현장에 바로 투입되면서 ‘학습 효과’를 극대화했어요. 국가는 거대 자본을 지원했죠.
세계적인 ‘원가 경쟁력’과 ‘빠른 건설’은 이렇게 탄생했어요. 초기에 거대 자본이 필요한 전략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개발도상국에 맞지 않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지만, 우리는 달랐어요.
반도체도, IT 산업도 다르지 않았어요. 모두가 비웃을 때, 1980년대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어요. 서울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함께 했죠.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삼성과 현대, LG 등 주요 대기업이 도전했어요. 2000년대 IT 붐 역시, 정부 주도의 거대한 인프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대한민국이 반도체 산업에 ‘메모리 철옹성’을 구축한 것도, 유럽과 일본 등은 미국 빅테크에 다 뺏긴 IT시장을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이 지키고 있는 것도 다 우연이 아니에요. 부족하긴 해도, AI 분야에서 우리가 미·중 다음인 건 바로 이 전략의 힘입니다.
지금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한국식 성장 전략이에요. 이미 탄탄한 기반까지 갖추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어요.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의 김승완 교수는 이렇게 말했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방향으로의 성장이 착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좀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똑똑한 겁니다. 똑똑한 성장을 하려면 그 길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착하다, 나쁘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진짜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한 방향이 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2026년이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전기가 되길 바라며, 이번 재생에너지 보고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