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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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중국 이야기의 마지막화입니다. 머니레터로 독자님을 만나, 중국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했던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이 시각 중국 상황을 알려드리면서 코너를 마치고자 합니다.
중국, 사재기의 전통
중국 사람들은 예부터 돈을 벌어도 감춘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겉으로는 허름해도 알부자인 사람이 흔하게 보였어요.
오래된 집을 철거하다 보면 벽 속에서 엽전이 한 무더기 나오기도 했고, 천장이나 오래된 침대 속에서 옛날 돈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이런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N95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어요. 모두 마스크를 사서 보관하기 시작했죠.
마스크 이후에는 식품 사재기가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격리와 봉쇄가 시작된 이후, 식품이 집에 배달이 되지 않아 개인이 직접 비축해야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슈퍼에 가서 식품을 사재기하면서 진열대가 텅텅 비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집에서 한두 달 치 식량을 쟁여 놓고 있어요.
약품 사재기가 한창이에요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풀리면서 확진자는 자가 격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약품이 문제예요. 치료제는 말할 것도 없고, 감기약이나 해열제도 구하기가 힘들어요.
감기약을 사러 가면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감염자 취급을 해서 약국에 가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타이레놀 같은 약은 몰래 거래되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며 약품 사재기도 진정됐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집에 감기약, 해열제 같은 기본적인 약품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레몬 인기는 떨어지고 복숭아는 귀한 몸?
도시 봉쇄가 몇 달간 지속된 여파로 이제는 신선 식품이 귀해졌습니다. 과일이 특히 귀한데, 그중에서도 레몬과 복숭아의 인기가 좋았어요.
그러다 레몬의 인기가 조금 떨어졌습니다. 진단키트에 레몬즙을 넣으면 확진 판정이 나와 문제가 되었거든요. 레몬을 먹고 진단을 받으면 감염자로 오인된다는 말도 돌았어요.
복숭아는 특이한 이유로 인기 최고에 등극했어요. 복숭아는 중국어로 ‘桃’이고 발음이 ‘타오’인데요. ‘탈출한다, 도망간다’는 뜻을 가진 ‘逃(타오)’와도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복숭아를 선물로 보내기도 합니다. 제 아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이웃이 복숭아를 선물로 보냈어요.
또 다른 지인은 베이징 외곽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데, 요즘 주문이 많고 가격도 3~4배 뛰어서 돈을 벌었다며 기뻐하더군요.
게다가 복숭아 가지로 만든 칼이나 지팡이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해서, 복숭아나무 토막도 좋은 수입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재기 매뉴얼도 있어요
중국 정부가 방역 정책을 완화하자 인터넷에 사재기 매뉴얼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상품을 비축해야 오랜 기간 외출하지 않고 견딜지를 고려해서 만든 리스트입니다.
확진자가 급증해서 외출이 어려울 때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료예요. 그 외에도 독립적으로 코로나19 데이터를 분석해 공유하는 ‘도시 데이터단’ 같은 단체도 하나둘 나오고 있어요.
우리가 준비할 것은?
코로나19가 발생 초기, 중국 정부의 류허(刘鹤) 부총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베란다에 야채를 키우고, 도시는 주변에 고기와 알을 공급할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시진핑 주석도 식량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몇 년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국가 식량 등 주요 물자를 저장하고 있어요.
왜일까요? 저는 아무래도 중국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저 역시 만일을 대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