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연료’이면서 ‘원료’ 마지막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석유는 ‘연료’이기도 하지만 각종 제품의 ‘원료’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매일 쓰는 비닐, 플라스틱, 아크릴, 벽지, 장판, 페인트, 단열재, 옷, 신발, 가전제품 케이스, 드론, 사무용품, 주사기, 마스크 등 일상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물건이 석유를 원료로 생산돼요. 또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제조 과정에도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이 필요하죠.
반도체 패키징 소재와 기판용 재료 등에도 석유화학 소재가 쓰여요. 사실 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보다 원료로서의 석유가 더 대체하기 어려워요. 더욱이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원료로 소비되는 석유의 비중이 높은 편이죠. 총 석유 소비량의 무려 40% 이상이 원료용으로 소비되는 나프타일 정도예요.
미래는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요 석유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말은 익숙해요. 그 말에는 석유에 대한 피로감도 있고, 더 깨끗한 미래에 대한 희망도 담겨 있어요. 그러나 희망이 현실을 대신할 수는 없어요. 석유에 대한 오해는 석유가 여전히 세계 경제와 국제 정세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어요.
석유에 더 오래 의존하자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현실을 정확히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숫자를 냉철하게 보면 분명한 사실 하나가 드러나요. 우리는 아직 석유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석유는 퇴장한 에너지가 아니라, 여전히 세계를 움직이는 핵심 에너지예요. 에너지 전환은 이 현실 위에서 출발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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