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ETF가 좋은 ETF일까요? – 2탄

글, 나수지



신발을 고르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운동화나 구두를 고를 때는 신발마다 용도도 다르고, 디자인이나 착화감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필요와 취향에 따라 원하는 걸 고르죠. 그런데, 삼선슬리퍼의 경우는요? 제조사는 다양한데 생김새가 비슷하고, 디자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뭘 골라도 비슷비슷해요. 보통은 사이즈만 맞으면 구매합니다. 그래도 두고두고 신다 보면 “저번 마트에서 샀던 던 건 맨발에 신어도 발등이 안 까졌던 것 같은데”라거나 “집 앞 문방구에서 산 건 밑창이 좀 더 푹신하네”라든가 하는 차이를 느낄 수 있죠.

지난 시간에는 운동화나 구두처럼 용도도, 구성 종목도 다른 다양한 ETF 중에서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방법을 살펴봤어요. 오늘은 삼선슬리퍼처럼 겉보기에 비슷하고 실제로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제조사(운용사)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는 ETF 중에서는 어떤 걸 기준으로 고르면 될지 이야기해 볼게요.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니, 잘 따라와 주세요!


코스피200 ETF를 투자한다면 봐야 하는 것
한국 주식시장이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주식시장 전체에 투자하면 되겠죠. 이럴 때 주로 활용하는 ETF가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이에요. 코스피200이라는 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종목 중에서 규모가 크고 우량한 종목 200개를 모은 우리나라 대표 지수예요.

주식시장에서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25개나 있어요. 이 중에서 토털리턴(TR)이나 동일가중 ETF처럼 운용하는 방식이 다른 상품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ETF는 15개예요. 토탈리턴(TR)은 배당을 투자자에게 나눠주지 않고 ETF 안에서 재투자하는 방식을 말해요. 동일가중 ETF는 200개 종목을 시가총액에 상관없이 다 같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방식이에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다른 중소형주가 같은 0.5%의 비중으로 구성되어 있죠.

순수하게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ETF 상품들은 모두 같은 200개 종목을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담고 있어요. 수익률 차이가 거의 없을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지수도 마찬가지예요. 시장 대표지수를 따라가는 ETF는 운용사마다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걸 골라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요. 마치 제조사만 다르고 비슷비슷하게 생긴 삼선슬리퍼를 구매할 때처럼요. 그럼에도 차이점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 고민하면 내게 잘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어요.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제일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총보수가 낮은 상품을 고르세요
코스피200 ETF를 사면 주식시장 전체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죠. 이렇게 쉬운 도구를 만들어주는 게 자산운용사의 역할이에요. 그리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가죠. 이걸 총보수라고 부릅니다. ETF가 잘 돌아가려면 운용사나 증권사 등의 역할이 필요한데, 이들이 가져가는 보수를 다 합친 게 우리가 부담하는 총보수가 됩니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운용사마다 총보수는 조금씩 달라요. 당연히 총보수가 낮으면 낮을수록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이 많아지겠죠. 여기서 한가지 팁! 총보수는 어떻게 떼는 걸까요? ETF를 살 때? 아니면 팔 때? 정답은 ‘ETF에 투자하는 내내’입니다.

예를 들어 총보수가 연 1%인 ETF가 있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이 상품은 1%를 365로 나눈 만큼이 매일매일 ETF에서 빠져나갑니다. ETF의 가격이나 수익률에도 반영이 되죠. 보수가 많이 빠져나가면 수익률이 낮아질 테고, 덜 빠져나가면 수익률이 높아져요. 그래서 총보수가 낮은 상품이 길게 보면 수익률이 더 좋을 가능성이 높아요. 


규모는 작은 것보다 큰 게 유리해요
ETF 규모도 중요해요. ETF 규모가 크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고판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시점에, 적정한 가격에 사고팔 가능성이 높아요.

중고 거래를 생각해 볼게요. 사람들이 많이 쓰는 ‘인기템’이나 아기용품처럼 중고 거래가 활발한 상품들은 늘 매물이 올라와 있죠. 필요할 때 바로 사고팔기가 쉬워요. 거래가 많으니 적절한 시장가격도 잘 형성되어 있고요. 반대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물건이라면 사거나 팔려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겠죠. 매수자를 찾기 위해 싸게 팔거나, 필요할 때 비싸게 사야 할지도 모르고요.

물론 ETF 규모가 작아도 투자자가 ETF를 잘 사고팔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요. 유동성 공급자(LP) 제도라는 건데요.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ETF를 사고팔 수 있도록 증권사들이 ETF를 시장에서 사고파는 것을 말해요. 이걸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표현합니다. LP들은 매수와 매도 호가가 벌어지면 주문을 내야 하는 책임이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LP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거래가 활발한 ETF들은 투자자들끼리 ETF를 사고팔면서 가격이 촘촘하게 형성되지요. 원하는 시점에, 적정한 가격으로 사고팔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예요.


ETF의 적정 가격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ETF의 적정가가 얼마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ETF에는 순자산가치(NAV)라는 개념이 있어요. ETF에 담긴 자산의 가치를 주식 수로 나눈 거예요. 그래서 ETF의 NAV를 참고하면 적당한 가격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어요.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원하신다면 ETF의 실시간 가치인 추정순자산가치(iNAV)를 확인하면 됩니다. ETF에 주식이 담겨있다면, ETF를 사는 장중에도 주식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러니 전일 종가로 매긴 NAV보다는 실시간 가격까지 반영한 iNAV가 더 정확하겠죠?

예를 들어 삼선 슬리퍼 여러 켤레가 묶인 세트 상품을 온라인에서 사서 친구들과 나눠서 신는다고 생각해 보죠. 친구들과 돈을 나누려면 한 켤레당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야 해요. 여기서 세트는 ETF, 한 켤레당 가격이 NAV인 것이죠. 그런데 결제하려고 보니, 그사이에 다른 쇼핑몰에서 동일한 세트의 가격을 떨어뜨려 판매하고 있네요. 이렇게 실시간으로 바뀐 한 켤레당 금액을 반영한 것이 iNAV예요.

모든 거래가 iNAV에 맞춰 이뤄지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ETF는 펀드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해 있기 때문에 주식처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호가가 맞을 때 거래가 체결돼요. 그러니 ETF를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 원래 가격보다 ETF 가격이 높게 거래되고, 반대로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원래 가치보다 가격이 낮아져요. 이 iNAV와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의 차이를 우리는 괴리율이라고 불러요. 실시간으로 괴리율이 낮은 ETF를 체크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니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충분하고 규모가 큰 ETF를 사면 촘촘한 호가 속에, 제값에 ETF를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 필진 소개: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나수지입니다.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재테크 트렌드를 살펴서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 콘텐츠를 접하는 모든 분의 시간은 아껴드리고, 돈은 불려 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재테크를 손쉽게 도와주는 도구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자세히 뜯어볼게요. 하나하나 읽다 보면 ETF가 어떤 상품인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감을 잡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경제 공부, 선택 아닌 필수

막막한 경제 공부, 머니레터로 시작하세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잘 살기 위한 잘 쓰는 법

매주 수,금 잘쓸레터에서 만나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