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ETF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하나만 추천해 줘 봐”
주식시장과 재테크 관련 취재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에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늘 난감하고는 해요. 어떤 종류의 난감함인가 하면, “내가 지금 배가 고픈데 뭘 먹으면 좋을까? 메뉴 하나만 추천해 줘 봐”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와 비슷하달까요.
사람마다 입맛은 천차만별이죠. 신라면에도 청양고추를 양껏 잘라 넣어 먹는 사람도 있고, 진라면은 순한맛만 찾는 진순파도 있어요. 예산은? 알러지는? 가장 최근에 먹은 음식은? 이런 것들을 일일이 다 물어볼 수는 없으니 가장 누구나 무난하게 좋아할 만한 음식을 고르거나,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추천하게 돼요. 하지만 이런 대답은 질문을 던진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겠죠.
그럼에도 실패 확률을 줄여주는 일반론을 적용할 수는 있을 거예요. 위생이 깨끗한 식당에 가야 한다거나,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이라면 사람들이 북적이는 식당에 가야 재료가 신선할 확률이 높다거나 하는요. ETF 투자도 마찬가지예요. 각자 입맛에 맞는 ETF를 콕 찍어드릴 순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론을 잘 숙지하면 결국 나에게 맞는 ETF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딱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돼요.
첫째, 상품명을 살펴보세요(ETF 메뉴판 읽기)
식당에 가서 메뉴를 볼 수 있어야 원하는 음식을 시킬 수 있겠죠. ETF 상품명에는 규칙이 있어요. 가장 앞에는 ETF를 만든 운용사의 브랜드명이 붙어요. 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가 갤럭시인 것과 비슷하죠.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예요. 이렇게 가장 앞에는 ‘브랜드’를 붙여요.
그다음은 투자 지역이에요. 한국은 따로 표기하지 않고,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 투자할 때는 ‘미국’, ‘일본’ 등 국가 이름을 붙여요.
그다음에는 어디에 투자하는지가 나와요. 한국증시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인지, 미국증시 대표 지수인 S&P500인지 등 투자 대상을 보여줘요.
이런 기본 틀을 바탕으로 뒤에는 부가적인 정보들이 붙어요. ETF는 투자 대상의 성과를 부풀려서 따라가기도 하고, 투자하는 대상의 수익률이 떨어질 때 수익을 내도록 설계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어떤 ETF가 코스피 200지수가 하루의 1% 오를 때 2%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면 레버리지 ETF, 반대로 1% 하락하도록 설계됐다면 인버스 ETF라고 부르죠. 이런 상품명에는 레버리지, 인버스 등의 투자 정보가 반드시 들어가요.
해외에 투자한다면 환 헤지 여부도 상품명에 꼭 포함돼요. 미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투자수익률이 달러 가치의 영향을 받도록 할지, 아닐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달러 가치의 영향을 받도록 한다면 S&P500 지수가 하루의 1% 오르더라도 ETF 수익률은 환율에 따라 더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어요. 환율의 영향을 받는 상품이면 ETF 명에 아무 표시가 없고요,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은 마지막에 (H)라고 적혀있어요.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걸 환 헤지(Hedge)했다고 표현하는데 여기서 H를 따온 것이죠.
예를 들어 볼게요. 국내 ETF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TIGER 미국S&P500’을 봅시다. 처음에 나온 TIGER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브랜드예요. 미국에 투자한다는 의미고, 그중에서도 미국 상장기업 500개를 골라 담은 S&P500 지수를 따라간다는 뜻이죠.
한 가지 더 볼까요. ‘ACE 일본TOPIX레버리지(H)’. 처음에 나오는 ACE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만들었다는 의미예요. 일본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일본 증시에서 100개 종목을 모은 토픽스(TOPIX) 지수에 투자하네요. 이 지수가 하루에 1% 오르면 ETF는 2% 오르도록 설계된 레버리지형 ETF고요. 마지막에 (H)가 붙었으니 엔화 가치가 오르든 떨어지든 내 수익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환 헤지형 상품이에요.
이제 우리는 ETF 메뉴판을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