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증가의 진짜 이유

글, 김영빈


📌 필진 소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입니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아 Alookso와 Theseoulite 등에서 관련 논문을 소개하는 글과 사회 현안을 분석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습니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고 있어요 


최근 몇 년간, 구직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하는 청년들이 늘어났어요. 얼마 전에는 구직을 단념한 2030 청년층이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하기도 했죠. 사회문제의 하나로 떠오른 ‘쉬었음’ 청년의 증가,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각에서는 얼어붙은 노동 시장을 ‘쉬었음’ 청년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합니다. 노동시장이 안 좋으니 취업이 어려워졌고, 취업이 안 되니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쉰다는 거죠. 현재의 노동시장을 IMF 구제 금융 사태 이후 닥친 취업 빙하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벌어진 노동시장 침체기와 같은 담론으로 해석하는 거예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쉬었음’ 청년의 증가를 단순히 노동시장의 악화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고용률과 실업률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2010년대 이후, 대한민국 청년층의 고용률은 40%에서 47%까지 7%p나 증가했고, 실업률은 반대로 10%에서 6%까지 4%p 감소했어요. 늘어나는 고용률과 줄어드는 실업률, 사실 노동시장 호황기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런데 지금 경제 상황이 그렇게 좋은가요? 결코 그렇지 않으니, 해석이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해요. 


‘쉬었음’ 청년 증가는 실업률 지표뿐 아니라 고용률 지표까지 고려해서 해석해야 해요. 만약 실업률 지표에만 초점을 맞추어 해석하면 실업률 지표의 한계 때문에노동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여기게 돼요. 실업률은 원래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쉬고 있는’ 인구를 반영하지 않거든요. 이 말인즉슨, 실업률 감소는 실업자가 ‘쉬었음’ 인구와 같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해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 것이죠. 경제 주체가 노동시장을 비관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는 양상은 노동시장 불황기의 모습이고요. 


하지만 실업률 지표에 한계가 있다고 해서 고용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노동시장이 역대 최악으로 얼어붙었다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현재 노동시장이 어렵기는 하지만, ‘최악으로 얼어붙었다’고까지 표현하기엔 찝찝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의 ‘쉬었음’ 청년 증가는 단순히 취업이 어려워서 구직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어요. 


물론, 고용률이 시간제 노동과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을 모두 포함하는 지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요. 고용률이 늘어났다고 그게 모두 양질의 일자리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최근 늘어난 일자리에는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이 낮은 일자리가 많아요. 이러한 특징은 여성이 많이 분포한 일자리의 특징이기도 해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의 고용률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예전보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상승한 것,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처우가 개선된 것,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늦추는 여성이 많아진 것 등이 여성 고용률 상승의 요인으로 꼽혀요.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충분히 높아지지 않았어요.

다시 말해, 예전보다 늘어난 여성 청년 고용률이 전체 청년 고용률의 상승 흐름에 영향을 미친 거예요. 이처럼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청년 평균치는 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어요. 성별을 나누어 계산해야 정확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쉬었음’ 청년 증가,
이런 사실도 고려해야 해요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잠시 일을 쉬는 청년이 많아졌어요

오늘날에는 모든 ‘쉬었음’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어요. 청년 실업률이 높았던 과거에는 취업에 실패해 구직 활동을 중단하는 청년이 많았지만, 수시 채용이 늘어난 요즘에는 이직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청년들도 생겨났으니까요. 


실제로 ‘쉬었음’ 청년의 74.6%는 직장 경험이 있고, 66.4%는 구체적인 구직 계획도 있었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있어요. 이렇듯 경력 개발을 위해 일을 쉬는 ‘쉬었음’ 청년들은 긍정적 ‘쉬었음’ 청년으로 볼 수 있죠. 정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직장 내 갈등으로 인한 퇴사자, 퇴사 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쉬었음’ 청년을 대상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쉼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했어요

노동 시간보다 여가나 쉼을 중시하는 청년층의 인식 변화가 청년들을 노동시장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가설이에요. 게임과 같은 여가 생활이 확산하면서 청년들의 노동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한국은행 보고서도 있죠. 누군가는 ‘라떼는 말이야’ 하며 오늘날 청년들의 나약함을 나무라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은행 보고서는 단순히 나약함으로 치부하기엔 반박하기 어려운 엄밀한 경제학적 방법론이 적용되어 있어요. 여기에 더해, 어렸을 때부터 경쟁 환경에 내몰리는 청년들의 번아웃 증상도 노동시장에서 벗어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죠. 


이 두 가지 가설을 종합해 볼 때,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말로 간단하게 풀이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에요.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성별 고용률의 차이, 달라진 채용 및 이직 문화, 청년들의 성향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서 발생한 현상이죠. 


물론, 이 현상을 바람직하다고만 보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지금의 ‘쉬었음’ 청년 인구 지표가 그저 각박한 노동시장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는 비관에만 사로잡혀서는 안 돼요. 새로운 사회 문제를 해석할 때에는 실제 데이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쉬었음’ 청년의 증가 이면에는 이직 증가, 수시 채용 확대, 워라밸 중시 등 다양한 변화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어떤 변화는 분명히 긍정적인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회 문제를 낳은 셈이죠. 이러한 면들을 인정해야만 ‘쉬었음’ 청년의 증가 현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청년 고용에 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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