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도 잘 모르는 우리 동네 2000년대 감성 품은 부암동 바이브


📌필진 소개: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서 살았던 이국적인 경험을 한 잔의 차(Tea)로 우려내는 차 문화 기획자 세레나입니다. 에세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를 쓰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서 3년째 신혼생활을 하며 차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혹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커피프린스 1호점> 보셨나요? 드라마 주인공들이 살던 동네가 부암동인데요. 그 드라마들의 애청자였던 저는 지금도 김삼순의 집 앞을 지나고, 고은찬이 우유 배달을 하던 골목을 산책하며 아직도 설레곤 해요. 부암동은 2000년대 초의 순박한 정취와 은근한 로망이 깃들어 있는 동네랍니다.

출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


얼마 전 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부암동 200% 즐기는 법’이라는 릴스가 100만 뷰를 기록했어요.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댓글은 ‘여유가 있으면 살고 싶은 부암동. 단순히 돈이 많은 여유가 아니라 시간적 여유, 정서적인 여유가 많을 때 살고 싶은 동네.’라는 댓글이었어요. 무척 공감 가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신혼살림을 차리고 3년째 뿌리내리며 살고 있는 이곳에서, 정말로 여유를 찾았거든요. 아침에 눈을 뜨면 산자락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변화하는 사계절을 창밖으로 목도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동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제 두 번째 고향인 이곳의 보물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끝까지 읽으시면 주민들만 아는 ‘초특급 정보’가 기다리고 있어요!)


서울인데 서울 같지 않은 동네, 부암동 이야기
부암동은 서울에 있지만 서울 같지 않은 게 매력이에요. 청와대에 인접한 동네라 오랫동안 개발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했고, 경관을 지키기 위한 도시계획 규제가 촘촘하게 적용돼 왔죠. 그중에는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제도도 있어서, 이 일대의 건물을 2~3층 규모의 낮은 건물이 많은 편이에요. 덕분에 낮은 지붕이 이어지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부암동은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구역’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래서 그 흔한 롯데리아, 스타벅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어요. 대신 부암동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 카페들로 채워져서 부암동만의 정서가 가득하답니다. 부암동의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정취는 이처럼 다양한 규제 때문에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흥미로워요.

    부암동 전경 ⓒ 세레나


    뚜벅이로 부암동을 즐기는 완벽한 두 가지 방법
    부암동은 석파정, 환기미술관, 하랑갤러리 등 감각적인 미술관들이 있어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가 매력적이죠. 오후 반차 내고 달려와 혼자 갤러리를 둘러본 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딱 좋은 동네예요. 그래서 부암동은 참 걷기 좋아요.

    부암동에서 시작해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이어지는 길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지만, 뚜벅이인 저는 ‘버스 여행’을 추천드립니다.

    경복궁역에서 내려서 1020, 7212, 7022 버스를 타고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에서 내려 보세요. 순간, 서울에서 벗어난 느낌과 함께 마치 여행하는 기분이 들 거예요. 부암동은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답니다. 지금부터 세레나가 추천하는 ‘찐 주민 모먼트’ 코스 두 가지를 소개할게요.

    🌿 문학적 감성 한 스푼, ‘인왕산 자락 산책’ 코
    서울의 도심 풍경과 자연, 문학을 동시에 만끽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요. 조금 많이 걷지만, 그만큼 시야가 탁 트이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코스: 자하문고개 → 윤동주문학관 → 청운문학도서관 → 초소책방(카페) → 인왕산 무무대 전망대 → 수성동계곡 → 서촌(맛집)
    •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폭포 소리를 들으며 한옥에서 책을 읽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무무대 전망대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포토존으로 유명하죠.
    인왕산 전경 ⓒ 세레나

    🎨 예술과 쉼이 있는, ‘부암동 정석’ 코스
    부암동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그리고 ‘뷰 맛집’ 카페에서 쉬어 가고 싶은 분들을 위한 코스
    • 코스: 자하문고개 → 환기미술관 → 산모퉁이 또는 희작(카페) → 부암동 식당에서 식사
    • 환기미술관은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숨결이 닿은 곳으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에요.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배경인 ‘산모퉁이’ 카페와 바로 옆에 위치한 뷰 맛집 카페 ‘희작’은 둘 중 어느 곳을 가도 만족스러워요.

    작은 동네에 펼쳐진 세계 미식 여행? ✈️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부암동은 식당 수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찐’ 개성이 넘쳐요. 일본인이 직접 차려 주는 가정식부터 중국 로컬의 손맛이 담긴 만두까지, 부암동에서 즐기는 세계 이색 맛집들을 소개할게요!

    🍝 꼰떼: 이탈리아 요리학교 출신 셰프의 정통 가정식
    • 📌 주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269-8
      이탈리아 유학파 세 자매가 부암동에 꾸린 보물 같은 공간이에요. 각각 식료품점(알리멘타리 꼰떼), 와인&소품점(보테가 꼰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요. 제가 소개할 곳은 레스토랑인 ‘트라토리아 꼰떼’입니다.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이탈리아 현지의 맛을 잔뜩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이곳의 메뉴 중에서 정통 까르보나라와 베네치아 사람들의 주식이라는 ‘폴렌타’를 강력 추천합니다.
    꼰떼 ⓒ 세레나

    🍜 목식당: 미쉐린 출신 셰프의 고퀄리티 광둥요리
    • 📌 주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237-30
      호텔 출신 젊은 셰프들이 운영하는 캐주얼한 광식 레스토랑이에요. 제 개인적인 부암동 맛집 1위!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하셔서 지인들이 놀러 오면 무조건 데려가는 곳입니다. 10번 넘게 방문했을 만큼 맛과 분위기 모두 제 취향을 저격했어요. 샤오마이, 차슈 계란면, 양주 볶음밥 등 모든 메뉴가 ‘맛도리’인데, 계속해서 신메뉴를 개발하시는 열정까지 멋진 곳이에요.

    목식당 ⓒ 세레나


    🍔 레이지버거: 미국 현지 느낌 물씬! 육즙 가득 수제 버거

    • 📌 주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254-7
      2층 창가에서 통창으로 보이는 푸릇푸릇한 뷰를 바라보며 즐기는 ‘낮맥(버거+맥주)’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이에요. 갈릭 프라이와 치폴레 프라이도 별미입니다. 개인적으로 쉑쉑이나 인앤아웃보다 제 입맛에 훨씬 잘 맞더라고요!

    레이지버거 ⓒ 세레나


    🥟 천진포자: 중국 로컬의 손맛이 깃든 정통 딤섬

    • 📌 주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254-5
      중국 현지 분이 즉석에서 직접 빚어 주시는 딤섬 맛집이에요. 주문 즉시 만들기 때문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 참고하세요! 어디서도 먹어 보지 못한 정통의 맛이라 기다릴 가치가 있어요. 오래 앉아 수다 떨기보다는 가볍고 임팩트 있는 한 끼 식사로 추천합니다. 

    천진포차 ⓒ 세레나


    🍤 맘스키친: 도쿄 출신 사장님의 따뜻한 일본 가정식

    • 📌 주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274-1
      가라아게부터 탄탄면, 스프카레까지 모든 메뉴가 훌륭해요. 항상 웨이팅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마음먹고 가야 하는 곳이지만 그만큼 기다린 보람이 있는 따뜻한 맛입니다.


    이 외에도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자하손만두’, 제철 재료로 특이한 빙수를 만드는 디저트 가게 ‘부빙’, 부암동의 전설적인 치킨집 ‘계열사’, 그리고 든든한 ‘세검정 돈가스’까지! 부암동은 작지만 먹거리만큼은 정말 알차답니다.


    마지막으로 부암동 주민만 아는, 제가 정말 아끼는 찐 단골 스팟 두 곳을 잘쓸레터에만 공개합니다.

    동양방앗간과 3025 coffee ⓒ 세레나

    • 동양방앗간: 건물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은 흑임자떡이 일품이에요. 오전 5시부터 문을 연답니다.
    • 3025 coffee: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숨은 보석 같은 카페입니다. LP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기 완벽한 곳이죠.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그 수고가 아깝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이번 주말, 서울의 귀한 부암동 풍경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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