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보험사가 미성년자나 취약계층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 어려워집니다. 소송을 걸기 전에, 보험사 내부의 소송관리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하거든요. 보험사가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건 2015년 기준 한 해 6천 건이 넘을 정도로 흔한 일입니다. 문제는 구상권을 청구할 때입니다. 특히 쌍방 과실이 나올 수 있는 교통사고에서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먼저 보험사가 사고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실제 과실 여부를 따져서 보험 가입자에게 배상금의 일부를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식이죠.
올해 초에 이슈가 된 한 손해보험사의 초등학생 대상 구상권 청구 소송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지난 2014년, 보험 가입 고객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보험사는 사망자 유가족에게 사망보험금과 상대방 치료비를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사망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인정되면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이미 지급된 치료비 중 일부를 청구하는 소송을 걸었죠. 문제는 남은 유가족이 미성년자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수천만 원을 청구한 이 소송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금융위원회는 구상권 청구 소송에 통제장치가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보험을 악용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고객 개개인을 압박하는 보험사 관행도 있습니다. 물론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면 중요 신변 정보 고지 등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해야겠지만, 보험사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다 싶을 때는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합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면 제도는 바뀌기 마련이니까요.
by 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