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말라’, ‘프로아나’, ‘키빼몸’ 같이 마른 외모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내 몸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준 적이 있나요?
- 비부비부 (32세, 회사원): “제 친구들은 모두 다이어트에 강박이 있어요. 밥도 편하게 못 먹고 계속 살이 너무 쪄서 걱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요.”
솔직히 제가 보기에 그 친구들은 저체중이거든요. 제가 대학 다닐 때는 탄탄한 ‘꿀벅지’, 글래머한 ‘베이글’ 몸매가 이쁘다고 하더니 이제는 무조건 뼈가 드러나게 말라야 이쁘다 하는 게 어이가 없어요.
또, 예전부터 여자 아이돌한테 너무 심하게 굴잖아요. 다리가 코끼리 같다고 욕하다가도 살 빼고 나오면 허벅지에 지방흡입 자국 찾겠다고 사진을 뒤지기도 하고요. 그런 사회 분위기가 대중한테까지 전이되는 것 같아요.
- 요거트 (35세, 회사원): “저는 그다지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닌데,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언론이나 SNS에서 그런 이들을 칭송하고 보여주기 때문이겠죠. 얼마 전에, 좋아하던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가 데뷔 때와 너무 달라 몰라볼 정도로 살이 많이 빠진 상태로 컴백한 것을 보았는데요. 그전에도 분명 마른 체형이었는데, 워낙 주변 멤버들이 마르다 보니 악플 세례를 많이 받았나 보더라고요. 무척 어린 나이인데 건강이 염려되네요.
- 강박 (30세, 회사원): “저도 평생 자라오면서 다이어트에 대해 듣다 보니 지금 건강한 몸인데도 다이어트 강박이 있어요.”
정상 체중이고, 병원에서 진단받은 적은 없지만 섭식장애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음식 먹을 때 행복하게 음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칼로리를 계산하고, 과식을 한 날에 억지로 토하기도 하고요. 성장기 때 통통했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사진을 보면 그때도 지금도 그렇게 살찐 모습이 아닌 데도요.
- 민두부 (29세, 회사원): “저도 강박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바디에서 표준 범위에 속하더라도 표준보다 체중이 덜 나갔으면 해서 체지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 중이에요.”
릴스나 광고에 등장하는 연예인을 많이 보면 볼수록 그들처럼 유행하는 옷을 좀 더 예쁘게 입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당한 지방과 근육이 있어야 건강하다는 것을 알지만 전 건강한 몸과 마른 몸 중 하나를 고르라면 옷태가 예쁘게 나오는 마른 몸을 갖고 싶어요.
외모나 체형에 대한 압박을 줄이기 위해 사회가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강박 (30세, 회사원): “사회를 바꿀 방법이 있을까요? 10년 전에는 그저 깡마른 몸이 유행하더니 요새는 운동까지 해서 깡말랐지만 복근이 드러나는 탄탄한 몸을 최고로 치더라고요.”
요즘 거의 굶다시피 하면서 지방은 태우고 열심히 헬스해서 예쁘게 근육을 키운 아이돌 몸이 극찬받잖아요. 저는 매체에 나오는 사람들의 체형이 다양해지면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통통하거나 건강한 체형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개인에 대한 악플이 너무 심하더군요. 다이어트약이 대중화되면서 오히려 더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약이 있는데 왜 비만이냐는 말이 나오는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 안 그래도 비만인을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 심화할 것 같아요.
- 민두부 (29세, 회사원): “마치 연예인처럼 마르지 않으면 모두를 비만이라고 보는 시각이 개선되었으면 해요.”
사람마다 맞는 체형이나 몸무게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면서 생리불순이나 미주신경성실신 같은 건강 문제를 겪는 친구들을 학창 시절 때 많이 봤거든요.
건강한 몸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생겨나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유행했던 ‘저속노화 열풍’도 너무 과한 건 안 좋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유익하다고 생각했어요. 건강한 몸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며 자기 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좋을 것 같아요.
- 비부비부 (32세, 회사원): “일반인이 굳이 깡마른 몸을 선망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백날 말은 하지만 아직 바뀌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면 좋을지 되려 질문하게 되네요. 저도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한다고 봐요. 미디어가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마른 몸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방통위 같은 규제 기관이 제한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피티의 코멘트
문화인류학에서는 사회가 높게 평가하는 가치의 개수가 적을수록, 그 기준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분노와 좌절이 더 깊어진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돌과 배우처럼 마르고, 극도로 관리된 몸을 거의 유일한 미적 기준으로 삼고 있죠.
‘미디어가 다양한 몸을 보여줘야 한다’는 제안이 꾸준히 나옵니다. 하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애초에 모든 것이 외모 중심인 환경에서 ‘외모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의식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테니까요.
스포츠 선수들의 몸이 빼빼 마르지 않았다고 흉을 보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는 그 몸이 그 경기와 종목을 위해 다듬어진 결과라는 걸 알고,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 깃든 노력과 열정,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죠.
단순히 미적 기준을 다양화하는 일만이 아니라, 외모가 삶의 중심이 되는 구조 자체를 흔드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자주 접하는 미디어 속 화면이 더 다양한 예술, 더 먼 곳의 이야기들, 더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채워질 때, 우리는 ‘마르지 않은 몸도 예쁘다’고 애써 말하는 대신, 체형과 몸무게라는 잣대 자체에서 한결 자유로울 수 있을 거예요. 사회를 단기간에 바꾸기란 어렵겠지만 내 세계의 중심을 재편하는 일은 오늘부터 조금씩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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