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무기력해요.” 번아웃 증후군 경험했어요. 89.1%

글, 어피티

어피티가 433명의 대한민국 MZ세대(1980년대생~2000년대생)에게 물었습니다.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 2024년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어피티 머니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433명 참여


하루하루를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생산적인 삶을 뜻하는 신조어인 ‘갓생(갓(GOD)과 생(生)의 합성)’. 최근 우리 사회에 갓생 열풍이 불었는데요.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미라클모닝’, 매일 운동하는 모습을 인증하는 ‘오운완’까지. 이러한 유행이 누군가에겐 동기부여가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채찍질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쉴 틈 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쉬는 것만으로도 뒤처진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죠. MZ세대는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MZ세대가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압박과 번아웃 경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어요.


해야 할 일도 너무 많고
미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번아웃이 생겼어요


우선, 번아웃을 겪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어요. 설문에 응한 MZ세대의 대다수가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점이에요. 433명 중 386명, 즉 89.1%가 번아웃을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몇 번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58.9%를 제외하고도 ‘자주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15.9%, ‘현재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4.3%로 번아웃을 한 번 이상 경험한 비중이 상당히 높았어요. 

왜 이렇게 많은 MZ세대가 번아웃을 겪게 되었을까요? 설문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두드러져요. 바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272명)과 ‘과도한 업무/학업’(244명) 때문이에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건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예요. ‘집은 살 수 있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와 같은 걱정들로 압박감을 느끼게 돼요. 

M세대 Youncandoit 님은 우리 사회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에 맞출 것을 강요하는 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어요. “한국 사회는 시기에 따라 이뤄야 하는 성과가 정해져 있고, 그것이 비교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좌절을 겪는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획일화된 한국 사회의 성공과 행복의 기준을 지적했어요. 


M세대 ㅎㅇ 님은 회사 생활 중 과도한 업무 때문에 번아웃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며 “이전 회사에서 시간 외 추가 근무만 한 달 평균 40시간, 특히 연말엔 추가 60시간 이상을 일했어요. 과도한 업무량에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 실적과 성과도 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더해져 결국 건강까지 악화됐죠. 끝까지 해 보려고 했지만, 너무 큰 번아웃이 와 결국 퇴사까지 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어요.


번아웃의 또 다른 원인으로 ‘사회적 인정에 대한 갈망’(135명)과 ‘성과에 대한 과도한 압박’(132명)도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번아웃의 대표 증상은 무기력과 의욕 상실이에요

 

번아웃이 찾아오면 어떤 증상을 겪게 될까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은 ‘무기력함과 의욕 상실’이에요. 무려 65.8%가 이를 경험했다고 말했어요. 그다음으로는 ‘끝없는 불안감’(14.3%), ‘지속적인 피로감’(11.9%)이 뒤를 이었어요. 또 이와 별개로 많은 응답자가 번아웃과 함께 우울감을 겪었다고 언급했어요. 


번아웃을 겪은 사람들은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가장 많은 43.5%가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답했어요. 21.5%는 ‘취미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12.7%는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고민을 해소했다고 해요.


번아웃을 이겨내고 회복하는 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도 알아봤어요. 무려 41.5%가 번아웃 상태가 ‘1달 이상 지속’되었다고 답변했어요. 그다음으로 ‘1주일 이상’이 24.1%, ‘며칠 내에 회복’했다는 답변이 18.4%였어요. ‘하루 이내’로 빨리 회복한 사람은 1.8%로 극소수였고, 안타깝게도 14.2%는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고 대답했어요.


휴가를 즐길 때도 불안하고
남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또 불안하죠

 

요즘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도 일하는 것이 당연해진 듯 해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되면서 업무와 생활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거죠. 설문 조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퇴근 후나 주말, 심지어 공휴일에도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어요. 


설문에 참여한 75.3%는 쉬는 날에도 가끔이라도 일을 한다고 밝혔어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48.5%는 ‘가끔 급한 일이 있을 때만 일을 한다’고 대답했고 19.4%는 ‘자주 퇴근 후나 주말에도 일을 한다’고 답했으며 7.4%는 ‘거의 항상 일을 한다’고 했어요.


더군다나, 일이나 학업을 잠시 멈추고  휴가를 떠나 쉬고 있을 때도 마음 편하게 휴식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어요.

설문조사에 따르면, 54.5%가 쉬고 있을 때 ‘자주 또는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어요. 조금 더 들어가 살펴보면 32.1%는 ‘자주 불안감을 느낀다’, 22.4%는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어요.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잠시라도 멈추면 뒤처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가 없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나만 뒤처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도 질문했어요. 무려 응답자의 57.0%가 ‘자주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뒤처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어요. 15%는 ‘항상 그런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해, 무려 72%가 타인과 신경 쓰며 자신의 성취를 비교해요.

갓생 열풍에 대해서 MZ세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56.8%의 응답자가 갓생 열풍이 ‘어느 정도 동기 부여가 되지만 부담도 느낀다’고 답했고 18.2%는 ‘더 열심히 살게 하는 동기가 된다’고 답하며 75%가 이러한 사회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주는 자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삶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MZ세대의 의지가 느껴지는 답변이었어요.


지금보다 덜 일하고, 더 쉴 수 있는 사회를 원해

번아웃 없는 사회를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묻는 질문에서는 가장 많은 33.7%가 ‘근무 시간 단축과 유연 근무제 도입’을 가장 중요한 해결책으로 꼽았어요. 퇴근 후에도 일하는 경우가 없도록 회사에서도 내부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유연 근무제를 통해 직원들이 개인의 삶과 균형을 잘 맞춰가며 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거예요. 

이에 대해 M세대 Stherwoman 님과 도형 님은 현대 사회의 노동 시간에 대해 중요한 지적을 했어요. “AI가 발전한 시대에는 양보다 질이 중요해요. 『가짜 노동』이라는 책에서 지적하듯이, 우리 사회는 업무를 자동화하고 단순화했는데도 여전히 하루 8시간 근무 형태를 고수하고 있죠. 효율성을 높였으면 그만큼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향 아닐까요?”라고 말했어요.


이 외에도 26.6%는 ‘충분한 휴식과 여가 활동’이 번아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답했고 22.9%의 응답자들은 ‘사회적 성공에 대한 압박감’을 줄이는 것 또한 앞으로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대답했어요.


번아웃을 경험한 MZ세대들은 결국 각자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해야야 한다고 결론지었어요. 남들과 비교하거나 사회의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다 보면 결국 지치기 마련이니까요. 

어피티의 코멘트

  • 번아웃은 과로와 달라요. 물론 너무 오래 일하고 쉬지 못하면 건강을 해치게 돼요. 하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소진’되는 번아웃은 과로를 넘어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내가 한 헌신에 합당한 보상과 인정을 받지 못할 때 찾아와요. 열정이 여러 번 좌절되면 무기력이 찾아오기 마련이에요. 학문의 특성상 사람을 ‘인적자원’이나 ‘자본’으로 비인간화시켜 연구·분석하는 경제학에서도 ‘인간이라는 노동력 제공 상품’이 무척 주관적이어서,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의미와 동기부여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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