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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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보험 시리즈의 마지막화입니다. 지금까지 총 10화에 걸쳐 보험이 무엇인지, 종류는 어떤 게 있는지, 어떻게 보험을 계획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는데요. 마지막화에서는 보험설계사로 일해온 저의 이야기를 꺼내 보려고 해요.
일하다 보면 안타까운 순간이 있습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도 ‘보험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상품이라 안타까운 상황을 가까이서 보는 경우도 많아요.
보험금 지급이 늦어져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실비보험 가입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금을 청구할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하곤 해요.
알릴 의무 사항을 확인해요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에 손해사정사를 파견해 청구심사를 진행합니다. 가입 시 누락한 고지사항이나 가입 전에 있었던 의료행위에 대해 기재하지 않은 내용이 있었는지 확인해요.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가입자의 알릴 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입자가 불이익을 보게 됩니다. 보험료 할증이나 특별 부담보가 부과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나아가 보험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어요.
보험에 가입할 때 피보험자의 알릴 의무에 대해 강조하는 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알릴 의무를 간과해서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순간에 발목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많은 감정을 느꼈던 순간이 있어요
보험은 한 번 가입하면 오랜 기간 꾸준히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품이에요. 그러다 보니 경계심을 갖는 분들도 꽤 많이 만납니다.
약 2년 전 보험을 불신하던 한 고객으로부터 상담을 의뢰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분을 만나 보험의 필요성과 구조 등에 대해 차근차근 안내했고, 실비보험과 보장성 보험의 가입을 진행했어요.
얼마 전,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암 진단을 받았다며 그때 상담을 통해 가입하기 정말 잘했다는 감사 인사를 보내오셨어요.
연령대가 높은 분이 아니어서 보험금을 청구할 상황이 그렇게 빨리 닥칠 거라곤 저도 예상하지 않았기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상담을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분도 있었어요. 마침내 보험 계약을 하기로 한 날, 고객이 쓰러져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이때의 안타까움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면 그 분에게 제대로 된 삶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험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보험설계사 경력이 쌓여갈수록 보험은 참 어려운 영역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완벽하지 않은 때도 있어요.
이 어려운 일을 왜 계속하고 있을까? 혹은 어째서 계속해야 하는가? 이런 직업적 고민이 마음속에 피었다가 지고, 또다시 피어나고는 합니다.
보험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희망이 있는 한 삶은 어둡지 않습니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무언가를 태워야 하듯, 지금 내가 보험을 위해 쓰는 비용은 희망을 위한 투자가 될 수 있어요.
보험이 나를 위한 희망이자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보험에 가입할 때 더 신중해질 수 있을 거예요. 오랜 기간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빛을 발하는 보험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