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보험 잠금 해제!

 

글, 서지은


📌 필진 소개: 어피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글 쓰는 보험설계사 서지은입니다. 2022년 ‘보험 족보’ 시리즈로 만난 후 3년 만인데요, 그동안 보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이 보험의 입문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일상에서 정말 궁금했던 보험 관련 이야기들을 실제 사례들과 함께 콕콕 집어 전해드리려 해요.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아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보험 화이트박스’ 로 매주 찾아뵙겠습니다.


1975년에 태어나 1994년에 대학에 입학한 제 또래를 사람들은 ‘X세대’라 불렀어요.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향해 달리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갓 변모하던 시기의 X세대는 혁신과 개성의 아이콘이었어요.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X세대를 구세대, 혹은 꼰대라고까 부르기도 하는 걸 보면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 해도 언젠가는 구시대적인 유물이 된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의료실비보험은 1999년 이로운 의도로 탄생한 획기적인 제도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계속 손을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2021년 7월 1일 4세대 실손이 등장했어요. 또, 명확한 시행 날짜나 내용에 관한 청사진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5세대 실손으로의 배턴터치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이 뭔지도 잘 모르는 데 5세대가 나온다니, 기존 보험 가입자나 새로 가입을 고려하는 이들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4세대 실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까 해요. 

Q.

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입니다. 그동안은 보험료가 크게 변동이 없었는데 올해 갑자기 보험료가 많이 올랐어요.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앞으로 5세대도 나온다던데 뭐가 달라지는지 궁금해요.

보험 화이트박스: 실손보험 적자율은 보험사의 가장 큰 고민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게다가 3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올해 20% 정도 오른다고 하니 더 이상 ‘착한 실손’이라 부르기는 어려워요. 그래서인지 보장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4세대로의 전환 문의가 유독 늘었어요.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부담이 적어요 


과거엔 실손보험으로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 즉, ‘보험금’에 중점을 두었다면 4세대는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어요. 아무리 보장이 좋아도 매월 내는 보험료가 높으면 가입자는 해지를 고려하게 되지요. 보험료를 기준으로 본다면 구세대 실손에 비해 4세대가 낮은 편이에요. 특히 1, 2 세대 실손에 가입해 보험료를 매월 10만 원 이상 내던 사람에겐 보험료가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간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 있죠. 


그럼, 보장 내용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상해와 질병의 입원과 통원으로 연간 보험금 한도를 구분 짓던 과거와 달리, 4세대 실손은 보험금 지급 항목을 급여와 비급여로 나누어 자기 부담금을 다르게 적용해요. 입원과 외래, 처방을 통합했는데, 기본형(급여 보장)+특약형(비급여 보장)+3대 비급여(도수치료, 비급여 주사, MRI/MRA)로 상품을 구성했어요. 그리고 연령 외 보험료 상승과 과잉 진료를 방어하기 위해 보험료 할인 및 할증을 도입했어요. 이걸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급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입원, 외래, 처방 등) 

*비급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도수치료, 비급여 주사, MRI·초음파 등)


4세대 실손보험 의료비 보장 내용

  • 급여 항목 연간 한도 5000만 원(자기 부담 비율 20%)
  • 비급여 항목 연간 한도 5000만 원(자기 부담 비율 30%)
  • 3대 비급여 특약 
    • 도수치료 연간 350만 원 50회(자기 부담 비율 30%)
    • 비급여 주사 연간 250만 원 50회(자기 부담 비율 30%)
    • MRI/MRA 연간 300만 원(자기 부담 비율 30%)

4세대 실손의 보험료는 기존 3세대와 마찬가지로 1년마다 갱신이 되지만, 15년이 아닌 5년 주기로 재가입이 이루어져요. 매해 계약해당일에 연간 한도가 복원되므로 사실상 면책기간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해요. 


*갱신: 보험료를 새롭게 조정하여 유지하는 것으로 보장 내용은 변경되지 않음

*재가입: 새로운 조건으로 다시 가입하는 것으로 보장 범위, 자기 부담 비율 등이 바뀔 수 있음 

*면책기간: 보험 가입 후 일정 기간 보장을 하지 않는 기간 


4세대 실손의 경우 매년 갱신 시점에 직전 2년간 비급여 치료 보험금 지급 이력이 없으면 1년간 보험료 10% 할인이 적용되고, 직전 2년 무사고자는 기존 할인율을 계속 유지해 주는 제도가 있는데요. 병원에 갈 일이 많이 없고 비교적 젊은 표준체 가입자(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위험 요소가 없어 일반적인 보험료를 적용받는 사람)에게 상당히 유리해요. 


보장하는 항목도 늘었어요. 치료 목적의 급여 항목이라면 비만, 불임 및 습관성 유산, 여드름,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한방 첩약까지도 실손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지요. 

4세대 실손보험 가입 시 고려해야 할 점은?


내용을 보니 기존 실손에 비해 4세대가 유리해 보이지 않나요? 하지만 4세대 실손으로 신규 가입 또는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면 ‘내가 보험료 할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진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어요. 


앞서 4세대 실손보험의 방점이 ‘보험료’에 찍혀있다고 했죠.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사고 할인’과 ‘보험료 할증’이에요. 청구 건수가 많지 않음에도 청구를 많이 한 다른 가입자 때문에 보험료가 오른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했어요. 


4세대 실손에서는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치료를 연간 10회 이상 받으면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 치료 목적을 소명해야 해요.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면 소명이 어려울 리 없으니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급여 보험료 할증제도는 4세대 출시 이후에도 한동안 유예됐다가 24년 7월 1일 이후 보험료 갱신 시점부터 적용되었어요. 간단히 말해 비급여 보험금 수령액이 없으면 할인 대상이 되고, 100만 원 미만의 경우에는 할인 및 할증이 적용되지 않지만, 100만 원 이상 수령하면 구간에 따라 100~300%까지 할증되어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해요. 


다만,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제한되지 않도록 산정 특례질환 및 노인 장기 요양 등급 1, 2등급 판정자에 대한 의료비는 할증에서 제외돼요. 


비급여 보험료는 한 번 할증이 되었다고 해서 매년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요, 할인과 할증 모두 1년 동안만 유지돼요. 1년 후에는 직전 12개월간 비급여 보험금에 따라 매년 원점에서 다시 산정해요. 

4세대 실손의 만기, 왜 짧아졌을까? 


2016년 실손보험 표준화 이후 3세대 실손의 재가입 주기는 15년이었어요. 그런데 4세대 실손은 왜 5년 만기로 짧을까요? 의료 기술의 발달과 함께 과거에 비해 치료법이 늘었고 의료 상황도 바뀌었어요. 재가입을 15년 주기로 했더니 이런 변화와 새로이 분류된 질병 항목의 적용이 어려웠죠. 이를 반영하기 위해 5년으로 재가입 주기가 변경되었어요. 재가입은 기존 실손을 해지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이뤄져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등을 조정할 필요성이 생기면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했어요. 한방 첩약 보상이나 군인 실손보험 중지 제도 등이 이에 해당해요. 


다가올 5세대 실손을 대비하는 자세 


마지막으로 5세대 실손에 대해 살펴볼게요. 4세대 실손의 도입에도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고, 보험사의 적자율은 여전한 탓에 5세대 실손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5세대 실손은 어떤 점이 좋아지고 어떤 점이 불리해질까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보험료가 더 낮아지고 자기 부담 비율이 4세대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요. 결국, 자신의 연간 치료비와 연간 보험료, 자기 부담 비율을 계산해 실손보험 유지를 결정하게 될 텐데요, 가입자는 어떤 대비를 하면 좋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구세대 실손에서 추후 나올 5세대로 전환을 고민하는 분은 연간 의료비와 보험료를 비교해 차액을 계산해 본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예를 들자면 이런 방식인데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개인이 부담한 연간 의료비 평균 금액은 96만 원이지요. 1년 동안 보험에 청구한 금액이 연간 의료비 평균 금액(96만 원)보다 낮다면 보험료가 저렴한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수 있어요. 만약 1년 동안 의료비 평균 금액 이상 청구하는 경우 혹은 납입하는 보험료보다 청구 금액이 클 경우엔 당연히 자기 부담 비율이 낮은 기존 실손을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어요.


재가입 후 5세대의 자기 부담 비율이 높아져 실손보험 해지를 고민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실손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정액형 보장보험(수술, 입원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의료비 공백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1~3세대 실손보험을 다룬 지난 편에 이어, 4세대 실손보험을 본격적으로 살펴본 이번 편까지. 실손보험 이해에 도움이 되셨을까요? 100개의 보험이 있다고 해서 내게 닥칠 모든 위험을 대비할 수는 없겠지만 기대여명은 점점 늘어나고 의료 기술은 앞으로도 점점 발전하게 될 테니 보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보험을 고민하는 구독자를 긁어줄 시원한 효자손이 되길 바라며 다음 시간에 더 유익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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