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했어요. 지수(Index)는 특정 시장이나 자산군의 전체적인 변화를 숫자로 나타낸 거예요.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최근 2년간 성적이 좋은 상위 100개 기업들의 시가총액 증가분을 나타낼 거예요. 시작은 1000포인트로, 현재 코스피 67개 종목과 코스닥 33개 종목으로 출발했어요. 우수한 기업에 투자를 유도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에요.
국장이 인기 없는 이유가 있어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자본효율성’과 ‘주주환원’이에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증시에서 저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효율성이 낮고 주주환원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경제 용어로 설명하면 ROE와 PBR이 낮아요.
ROE(자기자본이익률):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1년간 얼마를 벌었는지 나타내는 지표예요. 기업이 대출이나 투자 같은 외부 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초기 자본금과 영업이익 등 자기자본으로 얼마나 순이익을 창출하며 건전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기준이 돼요.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의 주가를 장부상 가치(순자산)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실제 가치 대비 시장에서의 가격(주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예요.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회사의 자산만큼도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반면 PBR이 1보다 높으면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현재 자산 규모보다 크게 쳐주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많이 나눠주면 PBR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기업은 ‘밸류업’이 달갑지 않을 수 있어요
ROE와 PBR이 높은 기업을 지수로 묶고, 투자를 장려한다는 것은 ‘잘하는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거예요.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인기를 얻고 활성화되면, 기업들이 이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고 주주환원도 더 많이 할 거라는 게 이 사업의 대전제죠. 그러나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와요. 대기업 대부분을 재벌 일가가 소유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 때문인데요. 주가가 오르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비용과 상속 시 내야 할 상속세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가 너무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나라 대기업은 오너와 오너일가가 비교적 적은 지분을 가지고도 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도록 비영리법인과 친인척 등 특수이해관계자, 그리고 계열사가 내부 출자를 하며 복잡한 지배구조를 만들어요. 이러한 경향은 계속 강해지는 중이라, 10대 대기업집단의 내부주식보유율을 보면 계열사 등 내부이해관계자가 소유한 지분 비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요.
정인 한마디
🖊️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이룩하는 동안 증시도 함께 제대로 성장했다면 현재 코스피 지수는 6000이 넘어야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 증시는 대기업집단이 소유한 주식이 시가총액의 80%에 달해서 시장 규모가 커지기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죠. 주가가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니까요. 상황이 그렇다 보니 경영권을 노린 사모펀드들이 공격하기도 좋죠. 어지간한 자금력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한 기업의 경영권을 손에 넣기에 충분한 지분을 사들일 수 있을 정도로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비정상적으로 낮고, 내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지배구조가 복잡한 탓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쉬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