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솔별
📌 ‘재테크’ 하면 주식, 투자 같은 단어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투자로 돈을 불리는 만큼, 지출을 줄이는 것도 정말 중요한 재테크 방법이에요. 바로 그 방법, 상하수도 설계사 솔별 님이 알려드립니다. 일상 속에서 줄줄 새는 돈을 꽉 막아줄 방법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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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에피소드에서 미생물형 음식물 쓰레기로 활용할 수 있는 ‘퇴비함’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렸었죠.
퇴비함은 아이스박스와 흙, 방충망(또는 양파망, 스타킹)만 준비되면 뚝딱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퇴비함을 실제로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면 되는지 알려 드릴게요.
이제 퇴비함을 사용해 볼까요?
저는 올해 5월부터 약 3개월 간 퇴비함을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있어요. 옥탑방에 살고 있어서 외부 지붕 밑에 퇴비함을 두고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 간 어떻게 사용했는지 자세히 얘기해 볼게요.
먼저, 흙이 촉촉해질 정도로 물을 줍니다
새로 산 흙은 수분이 거의 없는 마른 상태일 거예요. 이렇게 말라있으면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흙을 채운 뒤, 물 한 컵 정도 분량을 전체적으로 뿌려줬어요.
하루에 한 번 흙을 골고루 섞었습니다
퇴비함 운용에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수분과 공기예요. 흙에 공기가 잘 통해야 미생물이 활동하죠.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가 안 나온 날에도 저녁에 한 번씩 삽으로 섞어줬습니다. 반려 미생물을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과일, 야채 껍질만 넣었어요
육류의 살코기도 고농축 질소 성분으로 좋은 비료가 될 수 있지만, 발효 과정에서 냄새가 많이 날 수 있어요. 그래서 고기류는 최대한 깨끗하게 먹고, 과일이나 야채 껍질만 퇴비함에 넣었습니다. 분해가 빨리 이루어지도록 잘게 잘라서 넣었더니 2~3일 뒤에는 대부분 흙으로 돌아갔어요.
곰팡이도 퇴비화에 좋은 미생물이에요
퇴비함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표면 위에 생긴 흰 곰팡이도 만날 수 있어요.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퇴비화를 도와주는 호기성 미생물 중 하나가 곰팡이예요. 전체적으로 흙을 섞어주면, 곰팡이도 흙으로 돌아갑니다.
지렁이를 활용하기도 해요
지렁이를 이용해서 퇴비함을 운용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지렁이가 활동하면서 흙의 숨구멍을 만들어 공기를 공급하기도 하고, 지렁이의 분변은 좋은 영양분이 된답니다.
장마 기간을 주의하세요!
퇴비함의 가장 큰 적은 물이에요. 적절한 수분은 미생물 활동에 도움을 주지만, 물이 너무 많으면 흙 사이의 공간에 있던 공기가 자리를 잃게 되면서 호기성 미생물이 활동을 하지 못해요.
그 자리를 혐기성 미생물이 차지하게 되는데요, 이 혐기성 미생물도 분해에 도움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냄새가 나게 됩니다. 분해 속도도 느리고요.
이 상황을 방지하려면 음식물의 물기를 잘 제거해서 퇴비함에 넣어야 해요. 수박처럼 물이 많은 과일, 야채 등의 껍질은 용량을 적절하게 나눠서 버려야 합니다.
저는 옥탑방에 퇴비함을 두어서 그런지, 올해 6~7월까지만 해도 수박 껍질도 1~2일 만에 잘 분해됐는데요, 장마 기간에 문제가 생겼어요.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리면서 퇴비함 구멍 안까지 다량의 물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퇴비함의 분해 능력은 더뎌졌고, 삽으로 섞어보니 악취가 조금씩 나더라고요.
새 배양토로 수분을 조절했어요
장마 기간이 끝나고, 5천 원으로 새 배양토를 사왔습니다. 이번 기회에 퇴비함을 하나 더 만들고, 오래된 퇴비는 숙성시켜 옥탑의 텃밭으로 보내주기로 했어요.
수분 조절을 위해 마른 흙과 기존의 질퍽해진 퇴비를 적절히 섞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뚜껑을 완전히 열어 건조시켰습니다.
신기하게도 수분이 증발되면서, 흙의 색깔이 진검정색에서 갈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형체가 남아있던 음식물 쓰레기도 어느 순간 빠르게 분해됐습니다. 3일 정도 후에는 포슬포슬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좋은 흙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이렇게 햇빛으로 수분 조절을 한 뒤에 싱크대에 쌓인 음식물 잔반통을 퇴비함에 비웠는데요, 하루만에 다시 흙으로 분해되는 자연의 신비를 보게 됐어요. 퇴비함이 다시 제 기능을 찾게 된 거죠!
✔️ Tip. 퇴비화 수분 조절 방법
퇴비화 처리하는 시설에서도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적절한 수분으로 조절합니다.
- 수분 조절재(톱밥과 왕겨) 보충하기
- 자연 에너지(태양열, 바람 등)를 이용해 수분 증발시키기
- 송풍으로 수분 조절하기
3개월간의 퇴비함 운용 후기는?
처음에는 간단한 음식물만 처리하기 위해, 재미 삼아 퇴비함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직접 만들고 가꾸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됐고, 퇴비함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음식물을 최대한 남기지 않게 됐어요.
자연의 위대함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흙 속의 미생물이 상호작용을 하며 양질의 퇴비를 만들고, 퇴비함에 잘못 들어간 과일 씨앗들이 새싹이 되고, 퇴비가 담긴 화분에서는 상추, 가지, 토마토가 자라나고, 그걸 다시 식탁에 올려 먹는 과정까지.
자연의 한 사이클을 집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산에서나 맡을 수 있는 은은한 흙 냄새를 매일 흙을 섞으며 맡을 수 있어서 기분도 좋았답니다.
이런 시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번 칼럼을 작성하면서, 지자체에서 1~2인 가구를 위한 친환경 퇴비화 시설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환경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인천도시공사에서 친환경 음식물 처리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총 11화에 걸쳐 <돈 아끼는 셀프시리즈>를 연재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아침 출근길에 보던 어피티 머니레터에 직접 칼럼을 쓰려고 하니, 신나면서도 떨렸고, 글과 인연이 없던 제가 잘 쓸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연재가 어느덧 마무리까지 오게 됐네요. 회사를 벗어나, 내가 기획한 아이디어로 글을 쓴다는 것이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다시 머니레터 독자의 입장으로 돌아갑니다. 기회를 준 어피티에 무척 감사하고, 다른 독자분들과도 또 다른 기회로 연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저의 글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