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즉시 발동되는 행정명령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최대 25% 보편 관세,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모두 30일 유예했어요. 이 같은 관세 인상은 미국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에는 ‘고통이 따를 수도 있지만 가치 있는 고통일 것’이라며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는 SNS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반발, 보복 관세를 선언했으나 발동 직전 미국과 맞대고 있는 국경에 군사를 주둔시켜 마약 밀매 근절에 노력하기로 하고 유예를 얻어냈어요.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 중 거래 규모가 가장 큰 국가들이에요. 이 순서에 따르면 다음 관세 전쟁 대상국은 EU예요. 관세 부과 명령이 떨어지자 미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가 유예 발표 이후 낙폭이 줄어들고 있어요.
벌써 우리나라에 파편이 튀었어요
‘딥시크’ 쇼크에 이미 2,510까지 하락했던 코스피는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3일 어제 1.9% 급락하며 시작, 2,453.95로 2.52%나 하락 마감했어요. 원-달러 환율도 껑충 뛰어 1달러에 1,470원을 넘보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간접적인 영향일 뿐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월 18일부터 국가별 관세 부과를 마무리하고 품목별로도 관세를 더 물린다고 공언했어요. 그런데 관세가 추가로 매겨질 품목의 후보군에는 반도체가 최우선으로 포함돼 있어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이죠. 멕시코에 부과된 관세도 우리나라 기업에 손해를 입히고 있어요. 현대모비스와 기아, 삼성과 LG 등이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캐나다에도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요. 역사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등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경제블록을 구축해 활발한 거래를 해왔어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바로 그 이점을 이용해 왔던 거예요.
관세는 수출국이 아니라 수입국이 내요
관세를 매길 때는 매기는 국가도 피해를 봐요. 관세를 내는 주체는 ‘수입업체’거든요. 따라서 수입업체는 수입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점점 수입을 하느니 국산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국내 수입업체와 소비자가 피해를 보더라도 국산품을 이용하게 만들려는 거예요. 물론 수출업체도 피해를 봐요. 수출이 잘 되지 않아 시장을 잃으니까요. 결국 더 다급한 쪽이 항복하게 될 텐데, 트럼프는 전 세계가 미국에 항복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미국 국민들은 ‘물가 상승이라는 고통’에 동의한 적 없어요. 이번 미국 정권교체는 높은 물가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치르면서 계속 보편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재선에 성공한 만큼, 관세 부담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잘 몰랐을 가능성이 커요. 마케팅 리서치 회사 입소스 조사에 의하면 ‘관세는 수입업자가 낸다’는 사실을 아는 미국인은 45%밖에 되지 않아요.
정인 한마디
🧩 ‘30일 유예’는 임시적 조치일 뿐이에요. 이미 관세 전쟁은 시작됐다고 봐야 해요. 지금처럼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이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1930년대를 돌아볼게요. 보호무역을 주장하던 미국은 당시 주요 교역국이었던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의 농산물과 공산품에 40~60% 고율 관세를 붙이는 스무트-홀리법을 마련하기에 이르렀어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관세 인상은 대개 경제적 이득보다는 국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촉발되는 정책이에요.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미국이 시작한 보호무역 게임은 결과적으로 대공황을 불러일으켰어요. 대공황은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원인이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