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왜 시작되었을까요?

글, 남시훈


📌 필진 소개: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부교수 남시훈입니다. 연구 외에도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콘텐츠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어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파트너 채널에서 <이슈 속의 경제학>을 연재했고, 펴낸 책으로는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이 있습니다.


지난 화 보러 가기

지난 10년 간 국제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구도는 단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에요. 이를 두고 간단하게, 중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강력해지는 바람에 미국이 새로운 강대국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는 그림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립에는 보다 복잡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어요.


1990년 이전까지 중국은 가난한 나라에 속했지만,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달성했어요. 2000년대 들어서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고, 2010년을 전후하여 중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2위가 되었습니다. 10년 뒤에는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죠. 중국의 경제 성장은 결과만큼이나 과정 자체가 미국에 복합적인 영향을 줍니다. 


중국의 성장이 미국을 자극하는 이유


일단 중국과 미국의 국제무역 과정에서 미국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국제무역은 국가 전체적으로는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되지만, 외국 수입품이 들어오면서 수입품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은 손해를 볼 수 있음을 지난 연재에서 설명해 드렸어요. 이 현상이 미국과 중국의 국제무역에서도 나타났습니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중국의 임금이 상당히 낮았기에, 중국은 제조업 생산품들을 낮은 가격에 미국에 수출할 수 있었어요. 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일도 많았지요.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것은 중국산 수입품과 경쟁하는 미국의 제조업 회사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가 대단히 빨랐기 때문에, 그만큼 중국의 수출이 다른 나라들에게 준 경제적 충격도 상당했죠.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일자리 감소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니까요.


중국을 경계해야 미국 정치에서 유리해요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수입이 활발해지면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고, 물가가 안정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며, 특히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이에요. 기업 측면에서는 외국산 수입품과 경쟁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릴 기회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한 이득은 경제 전반에 걸쳐 폭넓게 일어나기 때문에, 자국 경제에 국제무역이 기여한 부분이 정확히 얼마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요. 반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실업은 분명하고 가시적으로 일어나며,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게다가 국제무역이라는 원인을 지목하기도 쉬워요.


이러한 사정으로 국제무역은 국가적으로 이득이 되어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실업자들을 충분히 도와주면서 상생을 꾀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또, 정치권에서 각종 경제 문제에 대해 유권자와 거리가 먼 외국 기업에게 문제의 화살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서, 국제무역과 관련한 여론은 대체로 안 좋아요.


게다가 미국에서 중국과의 교역으로 피해를 입은 제조업 중심 지역 상당수가 미국 대통령 선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지역과 겹쳐요, 정치적으로 중국으로 대변되는 국제 무역의 피해를 강조할 명분이 강력한 것이죠. 이제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 유입이 실체적 위협이라고 느끼는 유권자들을 위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대통령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제와 안보는 연결돼 있어요


미국이 겪게 된 또다른 문제는 경제안보 및 기술안보 문제예요. 과거에 안보 문제라고 하면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말했고, 이와 관련된 기술이나 물질의 교역과 거래를 금지하면 되는, 비교적 좁은 범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안보는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에 더 무게가 실려 있어요. 이들 분야는 군사 안보는 물론 산업 전체에서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이 국제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이슈예요. 


반도체는 전세계의 다양한 곳에서 부품과 원료를 받아서 다시 다양한 곳에서 한단계 한단계 조립되는 복잡한 국제분업 시스템, 글로벌 밸류체인을 거쳐서 완성됩니다. 어느 한 부분이 단절되기 시작하면 세계적인 경제 불안을 넘어서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상품들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죠. 이 시스템에서는 미국, 중국, 한국, 대만, 일본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어렵게 하면서 한국을 압박했던 것처럼,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들은 경제적 연결을 이용해 다른 나라를 압박하거나 괴롭히기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잠재적 위험을 없애기 위해 핵심적인 물품을 국내로 불러들여 생산하려고 국제 공급망을 조정하면서, 각 국가별로 다른 나라를 견제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현재 미국이 제일 경계하고 있는 것은 중국과 대만의 관계입니다. 중국이 지난 20년 간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다당제와 상호 견제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지는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선제 공격하여 점령할 가능성은 항상 있으며, 이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함께 반도체 등 핵심 물자 생산에도 큰 타격이 오기 때문이죠.


사실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 두 후보의 대통령 선거 때부터 미국에서는 자유로운 국제무역이 후퇴하는 기미가 보이고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힐러리 후보도 보호무역 성향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중국에 직설적인 비판을 자주 했어요. 무역수지나 환율 관련하여 중국을 비난하기도 했죠. 트럼프 이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방법을 달리할 뿐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은 비슷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은 미국 내의 첨단 제품 생산 능력을 늘리고, 전세계적 생산망이 중국의 협력이 없어도 유지될 수 있도록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등을 통해 최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출범 등을 통해 중국 밖의 다른 나라와 협력도 진행하고요. 트럼프 정부 정책에 비해 보다 주도면밀한 측면이 있어요. 


대한민국에 필요한 시각과 태도


이 갈등에서는 과연 누가 승리할까요? 쉽게 마무리되기 어려운 대립입니다. 미국의 여러 압박으로 중국이 자체 기술 개발을 서두르면서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수출 금지에 성공해 기술적인 면에서 중국의 발전을 어느 정도 억누르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비록 목표는 비슷하더라도 추진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모두 활발하게 교역을 하고 있기에, 두 국가의 긴장이 팽배한 국제 정세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어요. 2023년에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감소했는데 이것 역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새로운 국제정세에 적응하고 새로운 산업의 도약 기회를 찾기 위한 필사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한 나라 경제가 특정 국가 혹은 세계 전체의 경기 흐름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해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두 나라 모두와 적당히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미국 편을 들면 된다 혹은 중국 편을 들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극단적입니다. 어느 쪽과도 틀어지지 않도록 하되 사안별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치밀한 고민과 현명한 결정이 필요한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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