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스튜디오와 테마파크가 든든한 캐시카우가 되어 디즈니의 현재 수익성을 받쳐 주고, D2C와 스포츠가 디즈니의 미래를 이끈다고 정리할 수 있죠.
디즈니의 통 큰 거래, ABC와 ESPN을 품다
디즈니가 스포츠 사업에 뛰어든 건 생각보다 오래전 일이에요. 사업의 포석을 놓았던 것이 1995년 19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14.6조 원)를 주고 캐피탈시티/ABC(Capital Cities/ABC)를 인수한 일이었죠.
당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딜이었고, 대형 영화 제작사와 톱 TV 방송국이 합쳐진다는 소식에 미디어 시장의 관심이 대단했어요. 이 거래로 ABC가 가지고 있던 스포츠 브랜드 ESPN의 주도권을 디즈니가 쥐게 되었고요.
1990년대 스포츠 경기는 TV 방송의 꽃이었어요. 전국 스포츠 팬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고, 광고주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죠. 특히 NFL(내셔널 풋볼 리그), NBA(프로농구 연맹), MLB(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NCAA(전미 대학 체육 협회) 등 인기 스포츠 리그의 독점 중계권을 보유한 ESPN은 그야말로 독보적 채널이라 할 수 있었어요.
디즈니에게 ESPN 이란?
디즈니는 수익 다변화의 수단으로서 ESPN이 가진 잠재력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ESPN 매출은 크게 광고와 제휴 수수료인데, 당장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랄까요.
게다가 캐릭터와 스토리를 발굴해 한 땀 한 땀 영화로 만들고, 테마파크 등으로 파생시키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돌고 도는 속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다이내믹한 스포츠 사업은 기존 사업의 성격에서 일부 탈피할 수 있는 매력으로 다가왔을 거예요.
또 당시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좇는 데 스포츠는 중요한 영역이었어요. 디즈니는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을 업고 미디어 시장 내 일고 있는 변화의 파도에 부드럽게 올라탈 수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어린이와 가족 단위의 기존 고객층이 커버하지 못했던 남성 청중을 품었고, 해외 팬덤까지 포섭함으로써 고객 기반을 크게 넓힐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ESPN 덕에 경쟁이 치열한 미디어 산업에서 디즈니는 지위를 한층 끌어올렸고, 더욱 공고하게 입지를 다졌어요. 또 훗날 디즈니 플러스나 테마파크 등 디즈니의 다른 자산들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었죠.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사업을 한다고요?
한 투자자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기업은 설립 후 곳간 관리를 잘해야 3년 고비를 넘기고, 트렌드를 따라야 5년을 넘으며, 새로운 유행을 선도해야 7년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
이 말을 100년 기업 디즈니에 대입해 보자면 30여 년 전 씨앗을 잘 뿌려둔 덕에 트렌드를 잘 좇았다고 평가해 볼 수 있겠죠. 디즈니, 이제는 스포츠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디즈니가 스포츠 도박사업(!)에 뛰어들었어요. 충격적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