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 롯데그룹은 증권가에 퍼진 ‘롯데 유동성 위기설’이 사실무근 루머라며 공식적인 반박을 내놓았어요. 기업의 유동성 위기란, 쉽게 말해 현금이 부족해 매달 은행 이자나 직원들 인건비 등 내야 할 돈을 내지 못한다는 거예요. 위기설엔 롯데그룹의 현금이 너무 부족해 오는 12월이면 기업부도(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거라는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삼성보다 현금 많은’ 기업으로 유명했기에 파장이 컸어요. 이런 소문이 나게 된 원인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에서 2조원 대 회사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에요.
지난 21일, 롯데케미칼은 ‘실적 부진으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어요.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유지해야 하는 재무 조건이 있어요. 은행 등 롯데케미칼의 채권을 사준 채권기관과 맺은 이번 계약에는 영업이익을 3개년 평균 이자 비용으로 나눴을 때 그 비율이 3개년 평균 비용의 다섯 배 이상이 되어야 계속해서 계약을 연장해 준다는 한다는 특약이 있었는데,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내면서 조건을 채우지 못해 특약 위반이 되었어요. 롯데는 계약 만료로 2조 원이나 되는 목돈을 들여 채권을 조기상환하는 대신, 신용을 강화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고 회사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다는 은행권 보증을 받기로 했어요. 만약 채권 이자를 제때 주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채권자들은 담보인 롯데타워를 가져가면 돼요. 롯데그룹이 이렇게 신용을 증명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자, 28일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어요.
정인 한마디
⛽ 3년 전까지만 해도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캐시카우였어요. 나프탈렌과 에틸렌 등 생소한 이름의 석유정제 중간재를 생산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인 인지도가 높지는 않아요. 하지만 석유화학은 우리나라의 5대 수출 주력 품목 중 하나예요. 그런데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심상찮아요.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 자체가 부진한 데다, 중국의 정제기술이 발전해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품질의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석유를 생산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정제까지 직접 시작했어요. 중동의 석유화학 공장들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합니다. 롯데케미칼 부진은 우리나라 전체의 위험 신호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