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초자산, 채권: 든든하고 정직한 투자자산 – 1탄

글, 정인

the 독자: 채권이야말로 정말 안정적인 투자자산이라는 사실은 저도 알아요. 

어피티: 잘 알고 계시네요. 투자 포트폴리오에 채권을 포함시키는 순간, 리스크가 굉장히 분산돼요. 🥰

the 독자: 문제는, 빈번하게 듣는 자산 이름인데도 꽤 어렵다는 거예요. 

어피티: 그건 채권이 신규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두 가지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

the 독자: 😵‍💫…

어피티: 오늘 채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것도 재밌게. 😁


  1. 주식(Equities) 
  2. 채권(Fixed Income) ✅
  3. 실물자산(Real Assets / Commodities)
  4. 통화(Currencies & FX)
  5. 대체투자(Alternatives)


주식이 드라마틱한 롤러코스터라면 채권은 정해진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 가까워요. 비교적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이 매력인 이 자산은,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안정성’을 담당해요. 오늘은 채권이라는 기초자산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고, 왜 투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어렵게 느껴지는지 살펴볼게요.


채권, 고대 빚의 증서

채권, 간단히 말해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주고받겠다는 내용을 적은 계약서죠. 채권은 금융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투자 자산 중 하나예요. 기원을 따져보면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니까요. 실제로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누가 누구에게 얼마 빌렸고, 이자로 얼마를 지불하기로 했는지 적은 파피루스와 점토판이 잔뜩 나오곤 해요. 이때 이미 ‘고정 이자율’이라든가 ‘상환 만기’ 개념이 존재했다고 하네요.


개인과 개인 사이 채무계약 문서를 지나, 13세기 이후부터는 귀족이나 교회, 왕이 발행하는 ‘진짜 채권’이 탄생해요. ‘정치권력’을 가진 집단이 공적으로 빚을 질 수 있다는 개념이 발명된 거예요. 금융시장이 탄생한 순간이죠. 금융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 시민A와 시민B 사이 채무관계는 제3자와 사고팔 수 없지만, 왕이 발행한 채권은 귀족A가 귀족B에게 양도할 수 있었죠.


약속을 지키는 영국, 국채의 탄생

우리가 아는 채권은 17세기에 탄생해요. 영국이 1694년 영란은행을 설립하며 공식적으로 국채 발행 제도를 만들었거든요. 이때부터는 채권이 ‘정치권력이 급한 돈 빌리는 수단으로 마련된 자산’이 아니라 ‘수익률과 신용위험을 고려한 투자 자산’으로 자리잡아요. 


영국과 프랑스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까지 북미와 인도, 아프리카 등을 두고 ‘식민지 전쟁’을 벌였어요. 영국정부는 전쟁비용을 대기 위해 연 8% 이자 지급을 약속하고 채권을 발행했고요. 영란은행은 이 채권을 인수하는 대가로 의회로부터 은행 설립 특허를 얻었죠. 국채 발행에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전 세계 관례가 바로 이때 탄생했답니다. 영란은행은 정부와 전쟁 중에 맺은 계약을 ‘국채 제도’로 발전시켜서 국가 신용을 제도적으로 안정되게 했어요. 18세기부터는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금융가와 부유한 시민들이 국채를 사고팔 수 있게 되었답니다. 

출처: unsplash by. Oliver Hale


바로 여기에 포인트가 있어요. 국채를 발행한 건 정부(의회)였는데,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국채를 사고파는 건 금융가와 부유한 시민들이잖아요.


the 독자: 채권이 신규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두 가지 시장에서 거래된다, 바로 그 이야기인가요?

어피티: 맞아요. 🥰


근대 자본시장은 커피잔 속에서 태어났어요

런던 증권거래소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전, 영국 런던 브로드스트리트에는 커피하우스가 많았어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러 와서 온갖 뉴스와 관심사를 토론하는 곳이었죠. 전쟁 중이던 영국 정부와 의회가 발행한 채권 관련 소식도, 그 채권을 거래하려는 금융가와 브로커들도 커피하우스로 모여들었어요. 


그중 가장 유명한 커피하우스는 조나선 커피하우스였어요. 이곳은 국채에 주식, 보험계약까지 비공식적으로 거래되는 장소가 되었다가 결국 실질적인 금융거래소 역할을 맡았고, 나중에 조나선 커피하우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브로커들이 펀딩으로 건물을 마련하면서 런던 증권거래소가 설립돼요.


이때부터 채권은 단순히 이자 받는 문서가 아니라 가격이 매일 바뀌는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물론 의회가 발행한 3년 만기, 이자율 5%짜리 채권을 얌전히 들고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조나선 커피하우스에 가서 서로 금리를 따지고 경매를 붙여 채권 자체를 사고팔 수도 있었으니까요. 바로 이렇게 말이에요.


브라운: 에드워즈 씨, 이번에 새로 나온 3년 만기 국채… 연 5% 이자 지급이라 들었는데, 혹시 보유하고 계십니까?

에드워즈: 물론이지요. 액면가 100파운드에 연이자 5파운드짜리. 그러나 지금 그걸 액면가로 사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브라운: 그럼 얼마에 거래되고 있습니까?

에드워즈: 오늘 아침 바로 이 자리에서 95파운드에 팔렸습니다. 수익률은 대략 5.26%죠. 이자 5파운드 나누기 매입가 95파운드.

브라운: 확실히 요즘 이율보단 수익률을 따지더군요. 시장금리가 떨어진 탓인가요?

에드워즈: 네. 영란은행이 금리를 내렸어요. 예적금 넣느니 국채를 보유하는 편이 더 높은 이자를 받을 겁니다.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겠죠. 우리는 서로 신용이 있으니 이 100파운드 국채를 97파운드에 드리겠습니다. 내일이면 98파운드로 오를 수도 있어요.

브라운: 97파운드면 수익률이 약 5.15%네요. 3년 보유 시 총 15파운드 이자 받고, 나중에 원금 100파운드 회수… 흠, 괜찮습니다. 그 가격에 2장 사겠습니다.


이게 바로 자본이 거래되는 시장, 즉 채권 유통시장이 태어난 스토리예요. 현대 경제뉴스에서 다루는 채권 뉴스는 거의 유통시장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채권의 수익구조 등을 배울 때는 신규발행시장을 가정하기 때문에 서로 헷갈리는 거예요.


자격만 된다면 대출받기보다 채권발행이 좋아요

국가가 큰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하거나, 기업이 공장을 짓기 위해 목돈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할까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일정 조건을 갖춘 기업들은 채권을 발행할 수 있어요. 대체로 채권을 발행하는 게 신용대출을 받을 때보다 금리가 낮아요. 


대출 상환 방법도 채권 발행이 덜 부담스러워요. 대출을 받으면 매달 원리금을 꼬박꼬박 상환해야 하지만, 채권은 이자만 내다가 만기 일시 상환 구조이기 때문에 현금 흐름을 조절하기 유리해요. 또, 채권을 사려는 사람만 충분하다면 한두 곳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보다 훨씬 큰돈을 여러 사람에게 조달할 수도 있죠.


투자자는 이 채권을 사면서 발행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입장이 되고, 그 대가로 정해진 기간 일정한 이자를 받아요. 그리고 만기일이 되면 원금을 돌려받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요. 그래서 주식처럼 ‘소유’보다는 돈을 ‘대여’해준 것에 가깝고, ‘수익’보다는 ‘이자 수취권’이라는 개념이 더 강하죠. 주식이 남들보다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큰 이익을 노리는 공격적 투자라면, 채권은 예측 가능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누리려는 방어적 투자자에게 맞는 자산이에요.


채권 금리는 수많은 파생상품의 부모예요

기초자산이란 말 그대로 다른 금융상품의 가치가 의존하는 ‘기초’가 되는 자산이에요. 이 자산의 가격이나 가치 변동에 따라 파생상품의 가격이 결정돼요. 채권은 그 자체로도 거래 가능한 독립적인 자산이면서 그 자신의 금리를 기준으로 수많은 파생상품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굉장히 단단한 기초자산이에요. 채권에서 비롯된 파생상품이 많은 이유는, 이자율이나 만기일, 신용등급 같은 정량적인 기준이 명확해 모델링이 쉽기 때문이에요.


안정성, 예측 가능성, 금리 민감성

채권은 ‘정기적인 이자’를 약속받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에요. 정부나 기업이 일정 기간 돈을 빌리는 대신, 그 대가로 정해진 이자(표면금리)를 주기적으로 지급하고, 만기일에 원금을 상환해요. 


이런 수익 구조 덕분에 채권은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아요. 특히 연기금, 보험사,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원할 때면 채권을 진지하게 고려하죠. 


하지만 채권도 완전히 ‘무위험’한 건 아니에요. 채권을 발행한 정부나 기업이 부도를 내면 원리금을 못 받을 수도 있고, 중간에 시장금리가 변하면 채권 가격이 출렁이면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채권을 설명할 때는 항상 금리 이야기가 따라다녀요. 채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 바로 금리 민감성이기 때문이에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는 건, 채권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원칙이에요. 물론, 유통시장 이야기죠. 


이자율 3%인 10년 만기 국채를 액면가 1000만 원에 산 사람은 매년 30만 원(3%)을 이자로 받을 수 있죠. 그런데 시장금리가 갑자기 5%로 올라가면 누가 3%짜리 채권을 액면가로 사려고 할까요? 1000만 원으로 5%짜리 신규 채권을 살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시장에서 기존 발행된 3%짜리 채권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반대로 시장금리가 2%로 내려가면 3%짜리 채권은 오히려 더 귀한 자산이 되겠죠?

이때는 채권 가격이 올라요. 이처럼 채권 가격은 시장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반비례 관계는 만기가 길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요. 이런 현상을 바로 듀레이션 효과라고 불러요.


신규 발행시장에서는 어떻게 되냐고요? 시장금리에 맞춘 이자율로 신규 채권이 발행되겠죠. 그래야 채권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날 테니까요. 그래서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의 출렁임은 발행시장보다 유통시장에서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자산가치를 움직여요.


주식보다 큰 채권 시장

채권은 할 말이 많은 자산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의 규모가 1.1~1.3배 정도 더 커요. 더 많은 돈이 움직이는 시장이죠. 정부와 기업의 직접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고,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채권은 기초자산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투자자산이랍니다.


다음 편에는 보다 실용적인 정보, 채권의 종류와 투자하는 방법, 주식과 채권의 선택 기준을 가지고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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