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테트리스’ 하기

글, 정인

👉 지난화 보러가기

the 독자: 사람을 가장 화나게 하는 일 중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피티: 다른 하나는?!

the 독자: …회계 장부를 그려놓고 그 안에서 어떻게 계산해서 그 숫자가 나왔는지 설명해주지 않는 것이에요.

어피티: (흠칫)

지난 화, <복식부기는 마치 코딩과 같아>에 등장했던 신용카드 할부 복식부기 분개를 다시 가져와 볼게요.

신나는 테트리스를 해보자 

테트리스는 7가지 형태의 블록을 쌓는 게임이에요. 빈칸 없이 쌓인 층이 사라지면서 게임 공간이 유지되죠. T계정 오른쪽과 왼쪽 두 칸을 나란히 가진 복식부기 장부에서, 돈의 흐름이란 마치 테트리스 게임과 비슷해요. 

40만 원짜리 헤드셋을 카드로 결제하면서 40만 원이라는 미지급금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4개월 할부로 긁었기 때문에 카드 결제일에 실제 빠져나가는 돈은 10만 원(40만 원/4개월)이에요. 

이 10만원은 내 은행 계좌에서 고스란히 빠져나가요. 내 계좌에서 빠져나간 10만원은 장부 안에서 미지급금 계정 10만원과 함께 사라집니다. 오른쪽에서 뭔가 틱! 발생하면 왼쪽에서 톡! 하고 반응하면서 상계(相計)되는 거예요. 상계는 서로(상, 相) 계산해서(계, 計)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헤드셋 관련 미지급금 계정은 할부가 끝나는 4월이 지나 5월이 되면 장부에서 완전히 사라지겠죠. 마치 테트리스 블록이 들어맞으면 한 칸이 사라져 버리듯이 말이에요. 상계는 회계 공부할 때 계속 나오는 표현이랍니다.

결산과 차기이월도 테트리스처럼

회계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맨 아래 ‘결산’ 부분에 등장하는 ‘차기이월(次期移越)’이라는 단어가 조금 어려웠어요. 하지만 차기이월도 결국 테트리스 블록 중 하나일 뿐입니다.

헤드셋, 공기청정기, 인터넷강의 신용카드 결제로 발생한 총 미지급금은 109만 8천 원이에요. 각각 4개월, 2개월, 1개월(일시불) 할부를 했기 때문에 이번 달 결제일에 내 통장에서 빠져나간 총액은 47만 8천 원입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발생한 비용인데 아직 통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잔액은 얼마일까요?

  • 1,098,000 – 478,000 = 620,000 

바로 62만 원입니다. 이 62만 원이 미지급금이에요. 이 미지급금 전체를 다음 달로 넘긴다고 해서 ‘차기’ 즉, 다음 기간으로 이월, 이사를 시킨다는 뜻이랍니다.

반쪼가리 헤드셋의 분개

어피티: 맨 처음 헤드셋을 샀을 때 분개가 어떻게 됐죠?

the 독자: 헤드셋은 왼쪽에, 미지급금은 오른쪽에 넣었어요.

어피티: 회계 장부에서도 다음 달로 넘어오면 헤드셋을 처음 샀을 때와 비슷하게 분개해요. 차기이월(된 헤드셋 나머지 부분)이 왼쪽에 들어가고, 미지급금이 오른쪽을 차지하는 거예요. 

2월로 넘어간 미지급금 분개는 결제일이 되면 이렇게 분개합니다.  

위에 등장한 ‘신용카드 할부 거래 및 결산 시의 분개 흐름’ 그림에서 H카드로 결제한 인강 계정이 사라졌다고요? 바로 그거예요. 일시불로 결제했기 때문에 미지급금과 인출된 보통예금의 금액이 딱 맞아 떨어지면서 2월 장부에서는 테트리스 블록 한 칸이 뾰로롱 사라진 거예요. 다른 말로, 상계됐다고 합니다. 

나머지 미지급금도 모두 사라질 때까지 매달 상계해 나가면 됩니다. 2월에는 2개월 할부로 결제한 공기청정기도 모두 상계될 예정이라서, 3월로 차기이월될 금액은 헤드셋 할부 잔액밖에 남지 않았어요.

전표를 치는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합시다

the 독자: 그런데, 이걸 언제 다 기억했다가 컴퓨터 앞에 앉나요? 가계부 앱은 카드 결제 문자 날아오면 다 자동분류 해주는데…

어피티: 그래서 예전에는(지금도) ‘전표’라는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

낱장을 뜯을 수 있는 손바닥만한 T계정 책에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적어뒀다가, 한가할 때 모아보면서 장부에 기입하는 거죠. 만약 조그만 가게 주인 입장이라면 아직도 전표가 편할 지 몰라요. 손님이 오시면 카운터에서 펜으로 슥삭 메모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메모 기능이나 개인 메신저의 ‘나에게 보내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헤드셋 40만 원(4개월로 할부함)’ 이라고 적어놓기만 해도 되는 세상이 되었어요. 물론, ‘헤드셋 40만 원/미지급금, 4개월 할부’라고 바로 적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the 독자: 뭐가 미지급금이고 뭐가 비용인지 어떻게 알아요?

어피티: 바로 그 구분법을 배우고 익혀서 외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정식 강의를 듣는 것이랍니다🤗

다음 화에는 알뜰한 우리 머니레터 구독자 여러분이 자주 사용하시는 지역사랑상품권 부기 작성 방법을 간단하게 알아볼 거예요. 그다음 화에는 T계정과 거래의 8요소를 회계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대로 요약, 설명하고 마무리하는 순서랍니다.


필진의 코멘트

  • 정인: 처음 회계를 배우던 고등학생 정인에게는 ‘차기이월’이 너무 어려운 한자였어요. 쉽게 풀어 쓸 수 있는지 고민했지만, 풀어쓰면 ‘다음 달로 넘어가는 미지급금 잔액’ 이렇게 길어지고 맙니다. 한자어와 용어의 특징은 적절한 때 적절한 곳에 쓰면 참 정확하고 경제적이에요.

    이번 달에 끝나지 않고 다음 달로 넘어가는 계정이 미지급금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에요. 어차피 짝을 맞춰서 자산과 부채, 수익과 비용을 서로 상계시키는 것이 복식부기라면, 그냥 그 자리에 쓸만한 단어를 정해둔 것이라고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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