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JYP
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금융 이야기를 <고소한 금융>에 담았습니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경제 미디어 어피티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이 함께 만든 코너예요.
오늘의 주제는 ‘연이비앤티 주주소송의 내막’입니다. 연이비앤티 피해주주의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우동형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내막을 알아볼게요.
공시가 중요한 이유
연이비앤티는 작년 말, 불성실공시법인* 벌점 누적으로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고 올해 1월 초 상장폐지가 결정됐습니다. 현재는 연이비앤티가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예요.
어피티 대표 JYP(이하 JYP): 연이비앤티는 어떤 사실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건가요?
우동형 변호사(이하 우동형):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2019년부터 시작된 연이비앤티의 지배구조 변경 과정을 살펴야 해요. 내용이 약간 복잡하니 주요 등장인물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 연이비앤티: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장비 및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기업
- 연이홀딩스: 사모펀드에서 ‘연이비앤티’를 인수하기 위해 세운 회사. 현재 연이비앤티의 최대주주
- IME파트너스: 말레이시아 소재 금융컨설팅 기업
- IME인터내셔날: 말레이시아 소재 공연 기획사. 한국에서 연예기획사 ‘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iMe KOREA)’를 운영 중. 배우 봉태규, 그룹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이 이 연예기획사에 소속
506억 원을 빌려주다
#SCENE 1: 2019년 8월~2019년 10월
- 2019년 8월 28일, ‘연이홀딩스’가 설립됩니다.
- 2019년 10월 경, ‘연이홀딩스’는 ‘연이비앤티’ 대주주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연이비앤티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SCENE 2: 2019년 12월
- 2019년 12월 11일, ‘연이비앤티’는 ‘IME파트너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회사 자금은 약 506억 원에 달해요.
- 같은 날, ‘IME파트너스’는 전환사채*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IME인터내셔날’의 지분 51%를 취득했습니다.
-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 즉 돈을 빌려간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는 채권 형태로 가지고 있다가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 받으면 됩니다.
-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는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2019년 11월에 ‘연이비앤티’가 ‘IME파트너스’에 약 506억 원을 빌려줬다는 뜻이에요.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 ‘IME파트너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것이었고요.
그리고 ‘IME파트너스’는 빌린 돈으로 공연 기획사인 ‘IME인터내셔날’의 지분 절반 이상(51%)을 얻었습니다.
506억 원이 종잇조각 된 사연
JYP: 흠…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우동형: 문제가 밝혀진 건, 여기서 반년이 지난 2020년 6월부터의 일이에요.
기업들은 매 분기별로 사업보고서를 통해 영업실적을 보고합니다. 이 중 2분기 사업보고서는 ‘반기보고서’라고도 불려요. ‘한 해의 절반에 대한 실적을 담은 보고서’라는 뜻이죠.
상장기업인 ‘연이비앤티’도 반기보고서를 제출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충격적인 내용이 확인됐어요.
JYP: 이게 무슨 뜻인가요?
우동형: 6개월 전, ‘연이비앤티’가 ‘IME파트너스’의 전환사채를 약 506억 원에 취득했죠. 이게 ‘취득가액’에 나와 있는 내용이고요. ‘공정가액’은 현재의 평가금액을 뜻합니다.
506억 원에 취득한 전환사채가 반 년만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으로 평가받았고, 이게 ‘연이비앤티’의 장부에 기록된 거예요.
2020년 12월 31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환사채는 전액 손상처리 됐습니다. 506억 원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전환사채를 받았는데, 전환사채 자체가 휴짓조각이 됐어요.
그리고 그 후, 막 나가는 행보
JYP: 그렇다면 ‘연이비앤티’가 피해를 입은 거잖아요.
우동형: 구조만 보면 직접적인 피해자는 ‘연이비앤티’인데, 문제는 경영진이 의심스럽다는 점이에요.
‘연이비앤티’의 임원진들은 회사 자산의 40%에 달하는 자금으로 인수한 전환사채가 전부 휴짓조각이 되었는데도, 그 이유나 절차 등에 대해 재무제표 주석에도 제대로 써놓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도 ‘연이비앤티’는 공시를 번복하거나 공시를 제때 내놓지 않으면서 벌점을 몇 차례나 받았습니다. 결국 벌점이 15점 이상 누적되면서 ‘연이비앤티’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의 대상에 올랐습니다. 바로 이 심사에서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죠.
A씨가 여기서 왜 나와?
JYP: 그런데 ‘IME파트너스’가 빌린 돈으로 ‘IME인터내셔날’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된 걸까요?
우동형: 여기에도 영 찜찜한 부분들이 많아요.
#SCENE 3: 2019년 말~2020년 초
- 2020년 5월, ‘연이홀딩스’는 A씨를 ‘연이비앤티’의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합니다.
- A씨는 ‘IME파트너스’와 ‘IME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던 인물이에요.
즉, 2019년 11월 기준 ‘IME파트너스’의 대표이사 겸 2019년 11월 기준 ‘IME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가 6개월 뒤인 2020년 5월에 ‘연이비앤티’의 신임 대표이사가 된 거죠. 2019년 11월은 ‘연이비앤티’가 ‘IME파트너스’에 약 506억 원을 빌려준 시점이었어요.
JYP: 확실히 좀 수상하네요. 회삿돈을 506억 원 어치나 빌려주고 그렇게 얻은 전환사채가 반년 만에 휴짓조각이 됐는데, 그 사이에 ‘돈을 빌려 간 기업’의 대표이사가 우리 회사에 새로운 대표이사로 들어온다?!
주주의 피해, 보고만 있을 텐가?
JYP: 변호사님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시나요?
우동형: 저희는 이 사건이 일부 주주 및 그와 공모한 일부 이사들의 잘못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피해를 입은 연이비앤티 주주들과 함께 주주대표소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동형 변호사는 ‘연이비앤티’ 피해주주들을 모집하는 중입니다. 연이비앤티 총 발행주식의 1%인 약 20만 주를 모아 회사를 대신하여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해요.
자세한 내용은 공동소송 커뮤니티 ‘화난사람들’ 웹사이트에 개설된 프로젝트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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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독자: 잠깐잠깐… 연이정보통신, 아이엠이연이는 뭐예요?
JYP: ‘연이비앤티’가 이름을 많이 바꿨어요. 원래는 ‘연이정보통신’이었다가 ‘아이엠이연이(2020년)’, ‘연이비앤티(2021년)’으로 바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