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광수
📌 코너 소개: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미래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 하지만 인도 경제의 실체는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죠. 매주 수요일, 인도 전문가 이광수 교수님이 연재하는 <인도 경제 이야기>에서 그 막막함을 해결해 드릴게요.
수많은 인도인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
영국이 인도를 점령하던 시절, 많은 인도인들이 해외로 이주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의 이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요.
학력과 기술력, 그리고 유창한 영어 실력까지 갖춘 인도인들이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로 대거 이주해 갔습니다. 대부분 도시 중산층 출신으로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고액 연봉을 받으며 스카우트 됐어요.
인도에서는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인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해외로 나간 인도의 최고급 인재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거나, 투자하면서 인도의 경제 발전에 힘썼고, 국내에 머무는 젊은층에게 자부심이자 선망의 대상이 되며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죠.
인도 출신 CEO가 이렇게 많다니?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기업 중 40%가 인도계 소유입니다. 전체 엔지니어의 40%가량이 인도인이기도 해요. 대표적인 인물만 꼽아봐도 이렇습니다.
- 알파벳(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 MS CEO 사티아 나델라
- IBM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 어도비 CEO 샨타누 나라옌
-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CEO 산자이 메로토나
- 유튜브 CEO 닐 모한
이뿐만이 아니에요. 세계 곳곳, 특히 미국에서 인도인들이 정부나 기업의 최고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통령, 영국의 수상 모두 인도 교포니까요.
인도 민족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예요. 인도인이 세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건 인도 사회와 정부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기업의 최고 직책에 임명되는 인도인이 급증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첫 번째, 정부의 공학 투자
인도 정부에서는 공학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 인력을 양성했습니다. 인도 독립 후 초대 수상인 네루 때부터 기초 과학 중심 교육을 집중적으로 펼쳤어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의학(medical science)의 앞 글자를 따서 ‘STEM’이라 불리는 네 분야의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정책의 영향으로 대학 입시에서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공대와 의대입니다. 우리나라의 대입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지만, 학생들의 목표는 전혀 달라요.
두 국가 모두 의대가 공동 목표지만, 인도는 의대보다 공대가 훨씬 더 큰 선망의 대상이에요. 인도 최고의 인도공과대학(IIT)이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 반열에 오르고, 이곳에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게 된 이유예요.
두 번째, 인도인의 뛰어난 적응력
인도는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 국가입니다. 국토도 넓어서 지역마다 자연환경이 너무나 다양하고, 그 안에서 자리 잡은 문화도 서로 무척 달라요. 실질적으로는 각 주가 하나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인도는 이렇게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각 주를 하나의 연방제로 묶어, 그 안에서 서로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이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인도인들은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원칙 위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칙이 훼손되더라도 판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중요한 미덕으로 삼죠.
인도인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든 실리를 추구하는 특유의 현실관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인도인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글로벌 관계 속에서 잘 적응하도록 만들었어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문화, 윤리, 종교, 신념 등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을 이루고 그 안에서 잘 조직된 팀워크를 이루어야 하니, 인도인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세 번째, 인도의 언어 환경
인도는 22개의 공식 언어가 있고, 비공식 언어까지 포함하면 수천 개의 언어가 존재합니다.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재가 적어도 언어 서너 개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그중에서도 영어는 실질적인 대표 언어입니다. 인도인들은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갖춰, 다국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언어 소통의 문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됐어요.
오늘은 인도가 어떻게 글로벌 CEO를 이렇게 많이 배출했는지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도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하게 됐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인도의 교육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