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이라고 하면 만년 2등이었던 SK하이닉스가 올해 삼성전자를 크게 추월했어요. 지난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매출은 17조5천731억 원, 영업이익은 7조3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었어요. 단순히 장사 결과만 좋은 것이 아니에요.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이직하는 기술 인력이 크게 늘었고, 글로벌 최신 트렌드인 AI 반도체(HBM) 개발 실적 면에서도 SK하이닉스가 앞섰어요. 엔비디아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과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예요.
반도체 대표 장비 TC본더 시장도 재편돼요
SK하이닉스의 위상이 커지자 시끄러워진 시장이 있는데, 바로 TC본더 시장이에요. TC본더는 HBM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로, 올해 상반기까지는 한미반도체가 독점 공급을 하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지난 6월 한화정밀기계와 네덜란드의 ASMPT가 TC본더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번에는 SK하이닉스가 TC본더 공급을 여러 군데에서 받겠다며 다른 거래처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어요. 이제 국내 반도체 기업에 들어가는 TC본더 시장은 한미반도체와 한화정밀기계, ASMPT 세 기업이 경쟁하게 될 거예요. 경쟁에 따라 단가는 내려가고 품질은 좋아질 가능성이 커요. 삼성전자 같은 경우 자회사에서 자체적으로 TC본더를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최첨단 버전의 HBM을 생산하지 못해, 해당 TC본더가 외부 반도체 기업에 공급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정인 한마디
🍬 SK하이닉스는 잘나가지만 전체 반도체 수출 사정은 그다지 좋지 못해요. 지난 2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며 수출 지표가 악화돼 경제성장률 증가세가 정부 전망치는 물론 한국은행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고 밝혔어요. 이런 성적에는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주로 사용되는 범용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움츠러든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요.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가 고부가가치 반도체로 주력 품목을 옮겨가고자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마진이 적고 경기를 심하게 타는 데다 시장 포화 상태인 범용반도체 중심 사업 구조를 타개하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