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라떼극장] 그때 그 시절 원전이 생긴 이유



난방, 수돗물, 전기, … 모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원이지만, 알고 보면 계획적으로 생산되고 보급되는 관리 대상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정부는 2년마다 전기계획수급안을 짭니다. 전기를 어떻게, 얼마나 만들어서 얼마를 받고, 어떻게 공급할 건지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거예요. 

올해 11월에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됐습니다. 핵심은 ‘탈원전’. 전기를 만들기 위한 여러 방법 중,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는 비율을 줄이겠다는 거예요. 



🎬 Scene #1. 


정부: 앞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많이 안 만들 거예요.

어피티: 지난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전체 전기 생산량의 26%였는데, 갑자기요?

정부: 갑자기 줄일 생각은 아니에요. 그래서 계획을 짠 거죠.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24기에서 2034년까지 17기로 줄이고,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도 같은 기간 내 30기를 줄일 예정이랍니다.

어피티: 환경오염이 정말 심각해졌다고 보시는군요.

정부: 그렇죠. 이젠 손 놓고 있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진짜 큰 장점과

진짜 큰 단점


전기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만들어집니다. 어떤 에너지원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화력발전소, 수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태양광발전소, 풍력발전소 등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효율이 높은 건 단연 원자력입니다. 


2016년 12월 기준, 국내에서는 총 2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입니다. 국내 전력 생산의 31.5%를 담당하죠. 

이렇게 전력 생산에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가 요새는 없애느니 마니 논란이 많습니다. 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쟁점으로 넘어가기 전에 원자력 발전의 장점과 단점을 짚어봐야 합니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내용만 추리면 이렇게 돼요. 


① 원료 가격이 저렴하고

② 적은 원료로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며

③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다른 원료에 비해 환경오염이 적습니다.

④ 단, 사고가 나면 환경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크고

⑤ 전기를 만들고 남은 핵폐기물은 현대 기술로 처리가 불가능합니다.


장점과 단점이 극단적으로 갈리죠? 원자력 발전(원전)을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특히 단점에 나오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와 ‘(이미 문제라는 걸 알고 있는) 핵폐기물’이 관건이에요. 



없애는 건 둘째 치고

언제부터 만들었대?


🎬 Scene #2. 


탈원전 반대론자: 화력 발전이 얼마나 대기오염을 많이 시키는지 아시나요? 환경오염 줄이는 데 원전만큼 현실적인 대안이 어딨냐고요~

탈원전 찬성론자: 그럼 당장 이득 보자고, 어떻게 처리할 수도 없는 핵폐기물을 계속 생산할 거예요?  

탈원전 반대론자: 아니~ 원자력발전소를 어떻게 줄일 건데요? 친환경 에너지가 그렇게 쉽게 개발되나요? 비용 측면에서도 어마어마하게 효율적인 데다,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할 정도인데. 이 기술력을 그냥 내버려 두라고요?

탈원전 찬성론자: 그게 문제예요. 원전을 돌리면 싸고 좋으니까 기업이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굳이 투자를 안 하는 거예요. 당장 달콤하다고 미래의 위험을 무시할 거예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기억 안 나세요? 


그런데 말이죠. 원전 중심 발전에서 벗어날지, 유지할지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걸 지켜보면서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대체 원자력발전소는 언제 지어진 걸까요?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어느 세월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서 그 기술력을 수출까지 하고, 이제는 줄여야 한다고 얘기하는 걸까요?



라떼는

전기가 없어서 난리였어~


🎬 Scene #3. 


옛날 사람: 라떼는 말이죠~ 북한에서 전기를 받아썼어요. 1948년 5월까지만 해도 그랬다고.

어피티: 우리나라에는 발전소가 없었나요?

옛날 사람: 있긴 있었는데, 발전량이 아주 적었어요. 일제강점기 때 국토 균형 발전 같은 걸 신경 썼을 리도 없겠지만, 아무튼 우리나라에는 발전소를 안 지어줬거든요. 그래서 북한에서 전기를 엄청나게 끌어와서 썼어요.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전체 전력의 60%를 북한에서 끌어왔다니까요.


그러다 1948년, 북한이 일방적으로 전기를 끊으면서 우리나라의 전력 사정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바로 5·14 단전 사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화력발전소부터 차근차근 준공해가며 전력난을 줄여나갔어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도 이때쯤부터입니다. 



🎬 Scene #4.


옛날 사람: 1958년에서야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하다고 해서 20년간 공을 들여 만들었어요. 1978년에 부산 기장군에 세운 상업용 원전 1호, 고리 1기가 첫 번째 발전소예요.

어피티: 1950년대에 전 세계 지어진 원자력발전소가 10개 정도였다던데. 한국전쟁 직후에 엄청나게 가난했던 나라가 어떻게 원자력발전소를 세울 생각을 했대요? 북한과 경쟁이 있었던 건가요?

옛날 사람: 그런 것도 있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려다 보니까 전기가 많이 필요하기도 했어요. 


여기서 잠깐. 발전소 얘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죠. 바로 한국전력(한전)입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 전기회사는 세 곳이었습니다.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가 있었죠. 이 세 회사를 하나로 합병해 지금의 한전이 탄생했습니다. 


1961년에 세워진 한전은 1967년이 되자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어요. 

경제 성장이 본격화되던 당시, 전기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거든요. 



🎬 Scene #5. 


옛날 한전: 원전을 세우지 못하면 매일 밤 블랙아웃, 정전뿐입니다!

정부: 저… 그런데, 우리가 돈도 기술도 없거든요. 인프라도 없고, 인력도 없고, … 

옛날 한전: 그럼 지금처럼 계속 석탄이랑 석유로 발전소를 돌릴 거예요? 필요한 만큼 전기를 만들기엔 석유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요.

정부: 그럼 빚이라도 내서 지어봅시다… 안 그래도 외국에서 원전 기술 수출하고 싶어서 난리니까… 


장고 끝에 우리나라는 1년 국가 예산의 30%를 투자해서 영국·미국에 의뢰해 원전을 짓게 됩니다. 

처음 원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시점부터 20년이나 걸렸으니, 얼마나 복잡한 사정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시죠?



20년 고민 끝에

첫 원전 탄생


고민하는 시간은 길었지만, 발전소를 짓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공사 시작 7년 만인 1978년 4월 29일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완성됐어요. 고리 1호기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시공됐습니다. 열쇠를 돌려서 시동만 걸면 된다는 뜻으로, 시공회사가 다 알아서 하는 방식이었죠. 


당시에 원전 시공 기술을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을까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드물었던 데다, 원자력발전소 시공이라는 어마어마한 내용으로 국가 간 계약이라는 정교한 협상을 논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고리 1호기가 준공된 이후부터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에 고리원자력 3호기, 1986년에 고리 4호기, 영광 1호기를 차례로 준공했습니다. 

1989년에는 원자력 발전량이 총 발전량의 50%를 넘었어요. 지금은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이고, 설비 용량으로는 세계 6위 규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2008년 말에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전 사업 참여를 공식 요청하면서 원전 첫 수출이라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원전을 세울까 말까 20년 동안 고민하던 국가에서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국가로 발전한 거예요.



탈원전을 앞두고

원전 돌아보기


짧고 굵게 발전해 온 우리나라 원전이 지금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확실한 대안이 될 만한 에너지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원전을 줄일 수는 없다는 입장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고,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어요. 어느 한 쪽이 무조건 옳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우리의 경제 문제로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원전이 멈추면 전기 요금이 오릅니다. 전기 요금이 오르면 전반적인 물가도 오르기 때문에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 폭염과 폭우, 미세먼지 등 기후 위기 문제 때문에 매년 발생하는 비용도 어마어마해요.

어떤 방향을 택하던, 다 같이 감당해야 할 것들이 분명합니다. 


오늘 <라떼극장>에서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역사를 훑어보았습니다. 

탈원전을 이야기하는 요즘에서야 아주 tmi 같은 이야기지만, 최근의 이슈를 좀 더 깊게 생각해보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시간 여유가 있을 때 20년에 걸친 ‘고리 1호기 짓기 프로젝트’를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추천 드릴게요. 마치 드라마 한 편을 보듯이 흥미진진하답니다.



📚 <라떼극장>에 참고한 자료

  • 박정연, 「한국의 원자력 역사에 관한 기술사회시스템 분석, 1955-2017: 고리1호기의 일생을 중심으로」, 2019, 부산대학교대학원 과학기술학협동과정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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