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라떼극장] 그 많던 구멍가게는 어디로 갔을까? 🤔



🎬 Scene #1. 


옛날 어린이: 라떼는 말이죠~ 구멍가게 앞에서 뽑기 돌리고 오락하는 게 제일 행복했어요~

요즘 어린이: 구멍가게가 뭐예요? 가게에 구멍 난 거예요? 


님, 혹시 구멍가게를 기억하시나요? 현금 결제가 당연했던 어린 시절. 하교길에 100원짜리 불량식품을 사 먹던 추억부터 친구들과 뽑기를 하던 추억,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오던 추억까지. 갖가지 풍경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데요. 요즘엔 구멍가게를 보는 게 참 어려워졌습니다.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사라진 구멍가게의 수보다 새로 생겨난 편의점의 수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쯤에서 좀 궁금해집니다. 저 많은 편의점이 대체 언제 들어선 걸까요? 편의점 주인들은 모두 이익을 보고 있을까요? 

아니 그전에, 잘 영업하던 구멍가게가 사라지고 편의점으로 대체된 이유는 뭘까요? 


구멍가게와 편의점에 대한 tmi. 오늘 <라떼극장>의 주제입니다. 



1982년 11월,

한국 1호 편의점 등장!


구멍가게의 정식 이름은 ‘소형 슈퍼마켓’입니다. 대형 슈퍼마켓과는 구별되는 개념이죠. 물건을 싼값에 대량으로 가져오고, 많은 종업원이 근무하고, 여러 지역에 지점이 있는 대형 슈퍼마켓 또는 슈퍼마켓 체인과는 다르게 소형 슈퍼마켓은 사장님이 단독으로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이죠.


소형 슈퍼마켓은 1970~9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함께 많이 늘어났습니다. 지금 30대인 분들이 ‘구멍가게’ 하면 유년 시절 풍경을 떠올리게 되는 건 이것 때문일 거예요. 주택가 골목마다 있던 소형 슈퍼마켓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에는 편의점이 골목상권을 본격적으로 접수했어요. 


1982년 11월, 서울시 중구에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롯데쇼핑이 개점한 매장인데요. 

당시 신문에서는 이 가게를 ‘구멍가게의 새로운 형태’라고 불렀습니다. 기능적으로 구멍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요즘 편의점에서는 안 되는 게 없죠.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고, 택배도 부칠 수 있고, ATM 기기에서 간단한 금융 거래도 가능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동네 슈퍼와 완전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맨 처음 편의점이 생길 때만 해도 ‘더 나은 구멍가게’ 정도였어요. 



편의점이 고전한

몇 가지 이유


편의점은 초기에 우리나라에서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약 3~5년 동안 적자를 내다가 폐점하는 곳이 대다수였습니다. 

① 낙후된 유통구조, ② 인건비, ③ 국민 소득 수준의 세 가지 문제가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첫 번째, 유통구조 문제는 1989년 이후 유통산업의 대외 개방이 시작되면서 점차 해결됐습니다. 편의점과 대형 할인점이 우리나라에서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터닝포인트였죠.


두 번째 문제인 인건비는 여전히 편의점 점주의 고민거리입니다.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거든요. 

인건비 문제에서는 구멍가게와 비교가 안 됩니다. 구멍가게는 가족 경영으로 운영돼 인건비를 아낄 수 있었거든요.



🎬 Scene #2. 


<딸 셋 상회> 사장님: 성북구에서 <딸 셋 상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을 소개할게요.

첫째 진영이: 학생 땐 다녀오면 바로 가게 일을 봤어요. 요새는 직장에 다니느라 거의 못 가지만요.

둘째 지영이: 저는 아직도 가게 봐요. 월급이요? 엄마한테 무슨 월급을 받아요~ 

셋째 지언이: 저도 언니를 도와서 일하고 있어요. 월급이 뭐예요? 용돈은 많이 받아요! 

<딸 셋 상회> 사장님: 딸 같은 직원이 아니라 진짜 딸이니까, 인건비도 아끼고 가족 사업은 잘되고. 얼마나 좋게요?


게다가 동네가게는 점포와 살림집이 한 공간에 있는 경우가 많아 거의 24시간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편의점이 24시간 운영을 하고, 동네가게는 밤에 문을 닫죠. 1970~1980년대만 해도 정반대였습니다. 

동네가게는 24시간이 가능했지만, 편의점은 야간에 영업할 필요성이 없어서 새벽에 문을 닫았어요.



여유가 있으면

당연히 좋은 거 써야죠


국민소득이 낮았던 시절에는 편의점이 자랑하는 ‘다양한 상품’이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편의점에서 다섯 종류가 넘는 두부를 비교해보며 고를 이유가 없었죠. 생산과 유통과정, 포장으로 특별함을 광고해봤자 가격이 비싸면 ‘땡’이었습니다.


그런데 동네 구멍가게인 <딸 셋 상회>에 가면, 직접 만든 두부를 편의점보다 훨씬 싸게 팔았습니다. 

사장님이나 고객이나 같은 동네 사람인 데다 단골이니까 외상으로 사기도 쉬웠죠.          


그러다 국민소득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사람들은 조금 더 비싸더라도 더 좋은 상품, 다양한 선택지를 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이 급격하게 달라진 거예요. 전통적인 가족 형태는 해체되기 시작하고,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와 사는 1인 가구도 늘어났습니다. 


<딸 셋 상회>에서 부모님 가게를 봐주던 자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둘 취직하거나 수도권으로 나가기 시작하죠.


그 와중에 대기업 편의점은 야간 아르바이트 인력을 부담 없이 고용할 수 있을 만큼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2007년, 편의점은 순식간에 1만 1천여 개로 늘어납니다.

1993년엔 약 1,200개였던 걸 생각하면 약 15년 만에 10배 정도 성장한 거예요.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큰 편의점 브랜드인 CU와 GS25만 합쳐도 전국에 매장이 3만 개 정도 됩니다. 


편의점은 코로나19가 경제를 휩쓸고 지나간 2020년에도 오프라인에서 유일하게 성장 그래프를 그린 유통채널입니다. 

영업이익이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도 넘어섰어요



여기도 편의점,

저기도 편의점


하지만 규모가 너무 빠르게 커지다 보면 어딘가에 구멍이 생기는 법입니다. 편의점의 가장 큰 단점은 ‘편의점 주인의 수익률’이었어요. 어디든 잘 나가는 편의점은 정말 잘 나갑니다. 강남대로에 있는 편의점은 월평균 매출이 7,600만 원쯤 된다고 하죠. 문제는 그렇지 못한 편의점이 훨씬 많다는 사실입니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도 있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은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본사가 개인 가맹점주에게서 가맹비를 받고, 해당 브랜드가 취급하는 물건을 입점시켜주는 방식이죠. 매출 총이익의 30~35%에 달하는 가맹점 수수료도 내야 합니다. 본사의 지침에 맞도록 인테리어를 하는 비용, 여러 교육비까지 더하면 개인이 꽤 많이 투자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 Scene #3.


편의점 가맹점주: 우리 편의점 바로 옆 건물에 같은 편의점이 또 들어오더라니까요? 

편의점 본사: 그게 돈이 되는데 뭐 어떡해요. 가맹점 열어주는 게 본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이득이에요.

편의점 가맹점주: 그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손해라고요. 매장 수익률이 줄어든다고 매달 내는 수수료도 줄어드나요?

편의점 본사: 그럼 새로 생긴 편의점이랑 취급 품목과 조합을 다르게 해보든가요! 손님이 안 겹치면 될 거 아녜요.



본사와 가맹점주,

일방적인 애증 관계


구멍가게에서 편의점으로 이어지는 큰 흐름의 변화와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혁신하는 디테일한 변화까지. 

두 축을 중심으로 최근 30년간 소매 유통업계는 역동적으로 바뀌어왔습니다. 골목상권의 몰락, 가맹점주와 본사의 갈등 등 사회적인 문제들도 있었죠. 


특히 가맹점주와 본사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본사가 마구잡이로 가맹점을 내주면서, 가맹점주가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지게 되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해요. 

이게 이슈가 돼 공정위에서 근접출점을 하지 말고 ‘거리두기’를 하라는 자율규약을 권고한 적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나아지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심야영업 의무에 대한 면제 조건 완화, 명절 등 공휴일에 쉴 수 있는 근거 마련, 본사가 브랜드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를 해서 개별 점포 수익이 악화됐을 때 배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등 ‘전보다는’ 편의점 경영 조건이 개선됐어요.



구멍가게, 편의점,

그 다음은?


편의점은 최신 트렌드를 가장 빨리 읽는 유통업체입니다. 편의점에서 택배 발송과 세금 납부까지 가능해진 이유도 일상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주택가 구석구석까지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 중 하나예요. 지금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중이죠.


한때는 1인 가구를 공략했던 편의점이 최근에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유용한 도구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편의점 전용 노년층 대상 상품을 출시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 고객을 위해 근거리 배달 서비스도 출시하고 있어요. 


오늘은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들어서게 된 30년 역사를 짧게 짚어봤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편의점이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생활 서비스로 연결될지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