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두유 노 김치? 🤭 김치 시장이 성장한 이유



🎬 Scene #1. 


???: 김치를 먹으면 사스가 물러나고, 코로나19가 예방됩니다.

외국인들: 진짜 김치가 그렇게 좋아?! 사 먹자, 사 먹어!

어피티: (이게 통한다고?)

연구원: 비과학적인 얘기라지만, 이런 기사 나오면 진짜로 매출에 도움이 많이 돼요. 예전에야 김치 먹어본 외국인이 얼마 없었지만, 요새는 나는 안 먹어도 김치 먹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고. 대형마트 가면 김치 제품이 눈에 띄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런 뉴스가 나오면 ‘한 번 먹어볼까?’ 싶어지는 거죠. 


김치가 코로나19 예방과 관련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해외에서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2016년엔 1년간 890억 원어치 팔았었던 김치를 2020년 들어서는 9개월 만에 1억 800만 달러, 한국 돈으로는 대략 1,200억 원 정도 팔았으니까요


옛날 사람: 크으으, 이제야 우리 김치의 우수성이 인정받는구먼. 라떼는 말이야, 김치 수출이라 해도 해외에 나가 있는 교포들 드시라고 파는 게 다였어. 


...라는 얘기를 듣던 김치가 어떻게 글로벌 수출 상품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더 이상

일본만 찾지 않아


일본은 초밥, 이탈리아는 파스타, 인도는 커리, …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건 글로벌 문화 인지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 하면 김치! 모두가 김치를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좀 어려웠습니다. 일본 외에는 김치를 수입해가던 국가가 거의 없었거든요. 



🎬 Scene #2. 


옛날 한국인: 일본 초밥은 외국 시장에서 잘 나간다던데, 김치는 왜… (속상)

옛날 일본인: 김치 수입해주는 해외 국가는 일본뿐인가요?

옛날 한국인: 네. 수출의 60%~80%가 일본으로 가요.

어피티: 일본은 옛날에 왜 그렇게 김치를 많이 수입했나요?

옛날 일본인: 일본에 한국 출신 사람들도 많이 살고, 불고기가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아서죠. 한국 불고기를 먹을 땐 한국 김치를 곁들이면 맛있더라고요.


이랬던 김치가 2020년에는 일본 수출 비중이 50%로 떨어졌는데도 전체 수출 물량이 확 늘어났습니다. 

일본 말고 다른 국가에서 김치를 사 먹기 시작했다는 얘기죠. 



김장 대신

사 먹는 김치로


🎬 Scene #3. 


어르신: 얘들아, 날씨가 쌀쌀해졌다. 김장을 해야 하니 주말에 집으로 오거라.

젊은 세대: 평일 내내 일했으니 주말엔 좀 쉬고 싶은데요…

어르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다 같이 했으면 좋겠구나.

젊은 세대: 요새는 파는 김치도 맛있어요. 사 먹으면 안 될까요?


다들 집에서 담가 먹던 김치를 요즘에는 시장에서 사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1인당 김치 소비량은 상당히 줄어들었어요. 대량으로 만들어 먹는 것과 필요한 만큼 사 먹는 건 양 자체가 다르니까요. 

여기까지 보면 김치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오히려 그 규모는 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라는 가사의 노래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를 많이 찾죠. 

찾는 사람들은 많은데, 김장하는 집은 점점 줄어들면서 그 빈자리를 공장 김치가 채워가기 시작한 거예요. 

시장에서 사고팔지 않는 ‘자가 생산’은 시장 규모에 포함되지 않지만, 공장에서 생산해 사고파는 건 시장 규모에 포함됩니다. 


김치 소비량이 줄어들었는데도 시장 규모가 커진 이유가 짐작되시죠?



경쟁은

시장을 키운다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합니다. 가장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표준 레시피를 개발해 대량생산을 해야 할 거예요. 

표준 레시피로 시장에서 충분히 이익을 얻는 게 확인되면, 다른 회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됩니다.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회사들은 표준 레시피와는 차별화된 레시피를 개발할 거예요. 

원래의 제조사와 경쟁을 하기 위해 맛과 영양 등 질적인 면에서 서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가겠죠. 시장경쟁은 이런 흐름으로 상품의 질을 점점 높여간답니다. 


만약 경쟁이 멈추고 시장 규모가 더 커지지 않는 상태로 머물렀다면, 시장 상품은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저품질로 남게 됐을 겁니다. 

그런데 김치는 그게 아니었던 거죠. 


김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다 보니 외국 사람들도 먹을 만한 제품이 개발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음식은 문화죠.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상품’으로 한국 문화를 접한 이들이 하드코어한 상품을 찾는 마니아층이 되는 것처럼, 김치 역시 마니아층을 만들어갔습니다. 


김치 특유의 맛과 향에 익숙해진 외국 사람들이 ‘외국인도 먹을 만하게 가공한 김치’가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먹는 진짜 김치’를 찾게 된 거예요. 



한국 김치 무역,

그래도 적자인 이유


🎬 Scene #4. 


중국: 아~ 기분 좋다!

어피티: ...왜죠?

중국: 중국에서 만든 저가 김치가 수출이 엄~청 잘 돼서요.

어피티: 아... 세계적인 상품이 되면 생산도 세계적으로 경쟁이겠구나…

중국: 에이, 솔직히 한국도 그렇게 컸잖아요. 일본이 하던 저가형 신발 생산 다 한국으로 넘어간 거 아시죠?


김치가 요새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이미 알려져 있던 다른 나라의 전통 음식에 비하면 아직은 한참 부족합니다. 

김치를 활용한 요리법이 인기를 얻으면서 앞으로 더 성장할 수도 있지만, 시장 규모가 더 커질수록 여기 뛰어드는 경쟁자들이 많아지겠죠. 

지금 상태에서 성장세가 멈출 수도 있고요.


요새는 중국에서 만든 저가 김치가 무서울 정도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기업들이 값싼 원재료비, 인건비 등을 이유로 중국으로 넘어가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한중합작기업, 교포 기업, 중국 기업들도 한국식 김치 생산을 하고 있어요.


중국산은 국내산 김치 평균단가의 약 30% 수준의 가격이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수입해오곤 합니다. 식당이나 급식업체 등에서 주로 찾거든요. 

세계적으로 수출량도 늘고 있지만 중국산에서 들여오는 수입량이 너무 많아진 탓에, 9년째 무역 적자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억울하게 느껴지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국가에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합니다. 

1970년대, 일본의 신발 산업이 성장하면서 인건비 비율이 오르자, 일본은 생산지를 우리나라와 대만으로 옮깁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신발 생산 기술을 흡수해 독자적으로 수출길에 나섰죠. 



이 현상에는

어떤 맥락이 있을까? 🤓


코로나19 치료하는 김치, 세계적 인기!’라는 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같은 기사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할 거예요.


① 와, 진짜?! 김치 많이 먹어야지!

② 코로나19가 무슨 김치로 낫냐ㅋㅋㅋ

③ 김치 시장이 성장하려나 본데, 어떤 배경이 깔려있지…?


세상 모든 일에 ③처럼 반응하면 너무 피곤하겠죠. 하지만 적어도 내 관심사에 있어서만큼은 ③의 태도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어피티가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현상 뒤의 맥락을 읽어가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장돼가는 게 느껴질 거예요.


📚 <라떼극장>에 참고한 자료

  • 고재갑, 김치 수출현황과 발전방향(1972), 한국농림수산식품수출입조합
  • 조재선, 김치의 수출 현황과 문제점(1991), 식품과학과 산업 24(4), 57-60, 한국식품과학회
  • 박성훈, 김치산업의 현황과 전망(2019), 식품산업과 영양 24(1), 1-8, 한국식품영양과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