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라떼극장] 트로트로 돌아보는 노래방 이야기 🎤



🎬Scene #1. 


요즘 사람: 이번 추석 연휴에, TV에서 나훈아 콘서트 한 거 보셨어요? 코인 노래방이라도 달리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가지고.

옛날 사람: 노래방 그립네. 나훈아 노래는 노래방에서 불러야 제맛인데. 노래방에 곡이 제일 많이 들어가 있는 가수가 나훈아라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만큼 노래방이 많은 곳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번화가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 눈에 띌 정도로 많지만, 프랑스, 미국, 독일의 노래방은 상상하기 어렵죠.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 관광·접객용으로 만들어지거나 한류의 영향으로 생겨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미 1995년부터 중국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까지 노래방 기기를 수출하기도 했으니까요.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음악산업 전체 매출 규모의 약 24%, 전체 종사자 중 약 83%를 차지하는 노래방 산업. 

그런데 한국 문화의 대명사인 노래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꼭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일까요? 

지금부터 노래방과 한국경제에 대한 TMI, 시작합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보고서(2018년 기준)」, 제3부.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산업별 결과, 112p.



노래방,

그 역사의 시작


첫 노래방 영업은 1991년 부산에서 시작됐습니다. 부산 동아대 옆 전자오락실에서 300원을 넣으면 반주 기계가 작동하는 형태였다고 해요.


🎬Scene #2. 


옛날 사람: 이게, 좋더라고. 어찌나 재밌는지 등장하자마자 전국에 빠르게 퍼졌다니까.

어피티: 그때 노래방 단속이 어마어마했다고 하던데요?

옛날 사람: 처음에는 일본 가라오케를 그대로 베껴왔거든. 근데 그게 약간 좀 유흥업소 느낌이야. 관련 법이 없으니까 미성년자한테 술을 그냥 팔기도 하고… 왜색(倭色)이라고 해서 불건전한 사회문화로 엄청나게 비난받았지, 뭐.

어피티: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음악산업의 1/4을 차지하는 규모로 커졌대요?

옛날 사람: …재밌으니까!


시장은 사람들의 필요와 재미로 이뤄집니다. 합쳐서 ‘욕구’라고 하죠. 아무리 사회문화적 비난이 거세도 그 비난이 욕구를 이기지 못하면 시장은 흥합니다. 이럴 때는 웬만한 정부 규제에도 시장을 누르지 못하죠.

하지만 정부 규제는 시장을 누르진 못해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수는 있습니다. 노래방 산업은 어느 면에서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있었던 셈이에요.


1991년 처음 시작해 2년 만에 2만 개 업체가 생겨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래방. 처음 등장할 때는 각종 범죄와 부작용으로 퇴폐업소로 지정돼 단속을 받았지만, 인기가 너무 많았던 나머지 1999년 아예 규제의 방향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보호자 없이 미성년자 출입도 가능해지고 영업시간 제한도 사라졌어요. 노래방이 우리나라의 대표 여가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거죠.



라떼는 노래방이

필수 코스였는데


노래방은 노래를 부르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노래방에서 불리는 노래도 중요하겠죠? 물론 좋은 노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습니다. 

하지만 노래 잘 못 부르는 사람들도 신나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아무래도 엄청난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장르는 아니겠죠. 

‘잘’ 못 불러도 대충 신나고, 일단 모여서 부르면 신나고, 분위기가 방방 뜨면서 신나는 노래! 그것이 트로트였습니다.


요즘도 노래방에서 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유행하기도 하죠.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자면 보컬이 강세라는 곡 말이에요. 

이런 곡이 나오면, 그 곡을 부르기 위해 노래방에 다시 올 테니, 플랫폼(노래방)과 콘텐츠(음원)가 상호작용을 하며 성장하는 셈이에요. 

트로트 역시 노래방의 인기에 올라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노래방에 붙어 있는 ‘트로트 애창곡 순위’가 말해주듯 노래방과 함께 계속 남을 수 있었던 거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플랫폼이 점점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2009~2011년 즈음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죠. 바로 직장문화의 변화 때문입니다.



🎬Scene #3. 


5년 차 직장인: 신입사원 때 회식하고 노래방 가면, 부를 만한 노래 검색해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7년 차 직장인: 라떼는 대학교 다닐 때 술 많이 마시면 술 깨고 집에 들어가려고 노래방 많이 갔었거든요.

직장인들: 그러고 보니 요새는 2차, 3차 가는 회식 간지 되게 오래됐네요?


2016년 일명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적용되고, 최대 노동시간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회식 자체가 줄어듭니다.

회식 필수 코스였던 노래방도 당연히 장기적인 소비 트렌드 변화 영향을 받게 되죠. 

그나마 혼자 들어가서 노래 한두 곡 부르고 나오는 코인노래방이 반짝 흥했습니다만,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노래방이 망해도

노래는 흥한다?


아무리 하락세라곤 하지만, 아직도 노래방 산업은 전체 음악 산업의 1/4이나 되는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노래방 산업의 쇠퇴가 음악산업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국가경제에는 문제가 생기겠지만 의외로 음악 산업 자체에는 어떨지 모릅니다. 

이제껏 노래방 산업에는 저작권 개념이 희미했거든요.



🎬Scene #4. 


노래방 사장님: 걱정이야, 걱정. 갑자기 줄줄이 문 닫기라도 하면…

음악가: (시큰둥)

어피티: 오잉, 왜 시큰둥하신 거죠? 노래방 업계가 어려워지면 음원 장사도 타격을 입지 않나요?

음악가: 노래방에서 우리가 참여한 노래 한 곡 불릴 때마다 개런티 얼마 들어오게?

어피티: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요…

음악가: 정답, 안 들어온다. 작곡가랑 작사가한테만 들어와. 가수한테도 안 들어오고, 연주한 사람들한테도 안 들어와.

어피티: 헉, 진짜요? 

음악가: 누구한테 얼마를 어떻게 줄 건지 기준도 없어. 그거부터 마련해야 하는데 다들 관심도 없고…

노래방 사장님: 우리도 할 말 있다고. 저작권료를 무슨, 실내 면적 단위로 받아?

어피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노래방 사장님: 실제로 사용한 음원별로 저작권료를 내는 게 아니라, 노래방이 몇 평인지, 방이 몇 갠지 따져서 받는다니까?


앞으로 노래방 산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계기로 다시 부흥할 수도 있고, 이대로 쭉 하락세를 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부분이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도 문제지만, 한 사업 종목이 해당 산업의 1/4씩이나 차지할 만큼 덩치가 커졌는데도 수십 년간 관련자들과 수익 분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좋은 상황은 아닌 거죠.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한 축이 된지 벌써 30년 가까이 된 노래방의 역사를 경제적 관점으로 살펴보았어요. 

시장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정부 규제가 시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시장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다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노래방의 역사는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예요.


문화가 바뀌면 경제가 바뀌고, 경제가 바뀌면 문화도 바뀝니다. 언제나 문화와 경제에는 이런 연쇄 고리가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제도가 잘 개입해줘야 합니다. 

제도의 개선에는 여론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요. 이 지점이 점점 더 중요해져서 요새는 소비자 윤리가 트렌드로 떠오르는 추세입니다. 


내가 문화적으로 즐기고 있는 산업이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산업의 구조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전체나 정부 규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건 어렵겠지만, 적어도 내 돈을 주고 콘텐츠를 구매하는 소비자로서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