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라떼극장] 남의 회사 임금협상이 뉴스가 되는 이유



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노조)이 시위나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쳤습니다

‘연봉 인상 없는 동결’로 말이에요. 지난주 뉴스 헤드라인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내용이죠.



🎬Scene #1. 

그게 왜 뉴스거리야?


직장인: 이상하다니까요. 그게 왜 뉴스거리예요.

어피티: 매년 현대자동차 노조의 임금협상은 중요한 뉴스 기사가 되어 왔는걸요.

직장인: 그게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 회사에서 연봉 협상하는 건 전혀 뉴스감이 아닌걸요. 우리도 코로나19 때문에 임금 동결됐다고요. 그렇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어피티: 그만큼 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조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는 거겠죠?

             


라떼는

현대자동차가 최고였다


🎬Scene 2.

라떼는 말이야~


옛날 사람: 지금은 삼성그룹이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간다고 하는데, 라떼는~ 현대그룹이 대한민국 수출 한국을 상징하는 국민 기업이었어~ 노조도 현대자동차 노조가 한국 노동자를 상징하는 어? 그런 거였다고.


‘한국 경제의 성장’을 상징하는 회사는 현대입니다. 우리나라는 주요 산업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바뀌어오면서 철강, 건설, 자동차 부문에서 수출이 성공해 개발도상국을 벗어난 수출지향적 제조업 국가거든요. 


그 철강과 건설, 자동차 등에서 성과를 거둔 곳이 현대나 포스코(舊 포항제철) 같은 기업들입니다. 그중에서도 현대는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브랜드죠. 경제 발전의 일등 공신인데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업이니, 현대는 한국 대표 브랜드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현대의 노조도 한국 노조의 대표 격이 되었습니다. 노조 조합원이 많으려면 일단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야겠죠? 조직력이 강하려면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결속력이 좋아야 하고요. 현대자동차 노조는 단일 사업장 중 가장 크고, 가장 잘 조직돼있고, 가장 힘이 셉니다. 그래서 노조의 잘못을 지적할 때도 현대자동차 노조는 빠지지 않고 소환되곤 해요.


그런데 요새, 현대자동차 노조를 칭찬하는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완성차 기술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답은 간단합니다. 매년 5~8월에 진행되는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에서 회사와 노조가 모두 좋은 실리적 협상을 이뤄냈기 때문이죠. 5월에서 8월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다음해 임금을 결정하는 데 3개월이라니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


여기에 파업이나 시위가 겹치면 5월에 시작된 협상이 해를 넘기기도 하죠. 이런 과정이 2019년까지, 노조가 설립된 이후 단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반복돼왔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현대자동차 노조가 단 40일 만에, 그것도 어떤 파업이나 시위 없이 협상을 이뤄낸 걸 모두 놀라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단순히 파업을 안 했다고 박수를 쳐주는 건 아닙니다. 협상의 내용이 꽤 알차고 기민하거든요.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자동차’가 현대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아야 합니다. 특히 ‘완성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기술력이 개발도상국과 경제적 선진국을 가르는 경계선처럼 작동해 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해요.



🎬Scene #3. 

‘한국’ 하면 현대자동차


화 잘 내는 옛날 사람: 요즘엔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면 다음 날 새벽에 문 앞에 갖다준다며.

어피티: 그렇죠? 너도나도 새벽 배송을 하니까요.

화 잘 내는 옛날 사람: 그게 자동차 없이 가능할 거 같으냐? 인터넷, 온라인, 이런 소리 해도 결국 실제로 물건 사고파는 건 말이야, 도로와 창고와 자동차가 기반이라고. 자동차가 처음 나온 게 1800년대 후반인데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매년 ‘신차만’ 1억 대씩 팔려.

어피티: 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거로군요.

화 잘 내는 옛날 사람: 그냥 많이 팔려서 중요한 게 아니야! 자동차라는 게, 부품 하나만 빠져도 도로를 굴러다니게 놔둘 수가 없는 섬세한 아이라고! 철강, 유리, 고무, 플라스틱, 반도체, 인공섬유, 각종 기계 부품에 기술력까지… 3만 개 넘는 부품을 대량으로 사주는 산업인데, 경기 좀 나빠졌다고 그 부품을 안 사질 못해요. 보험이며, 운송이며, 수리며, 관련 업종에 고용돼있는 인력은 또 얼마인데?! 국가 경제 그 자체라고!

어피티: 아, 알겠어요. 진정하세요...


2017년 기준, 국내 자동차 산업에는 180만여 명이 직간접적으로 고용돼 있고, 국가의 세수 중 약 15%인 37조 원 이상을 내고 있답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답니다. 자동차 산업은 어느 한 나라에서만 잘하거나 중요한 산업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개발도상국 이상 국가들이 필수적으로 챙기는 산업이에요.


처음 한국에서 자동차 만드는 데 성공했을 때 사람들은 정말로 기뻐했습니다. 

1975년에 완성차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1976년에 완성차 여섯 대를 에콰도르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발전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죠. 고작 포니 다섯 대와 트럭 한 대, 합쳐서 모두 여섯 대를 팔았을 뿐인데 말이죠.


수출만이 살길이다’ 라는 구호가 국가의 공식 슬로건이던 시절. 현대자동차가 독자 생산과 수출을 해냈으니 얼마나 대단했겠어요. 

그 이후에 출범한 현대자동차 노조도 덩달아 힘이 세졌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자동차를 만드는 국내 최고의 엘리트 기술자들이었으니까요.


📚 변현수,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 산업(2017)」, 한국정보기술학회지 15(1) 9-14, 한국정보기술학회



현대자동차 노사,

사이 좋아진 이유


197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아주 역동적인 정치적 변화를 겪어 왔죠. 노조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당연히 그런 일들에 깊이 얽혀 있었는데요. 오늘 하려던 이야기는 아니니까 과감하게 다른 주제로 넘어갈게요. 

어쨌든 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조의 노사관계는 늘 갈등의 연속이었다는 것만 짚으면 됩니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갑자기 노사관계가 마구 좋아지고 있는 거예요. 



🎬 Scene #4.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요즘 사람: 그렇게 중요하다는 완성차가요, 자동차 산업이란 게 생긴 이래 처음으로 3년째 전세계적 매출 감소세라면서요?

자동차 업계 사람: 으아아아아아악(오열)

요즘 사람: 원인이 뭐래요?


자동차 산업이 예전만큼 잘 나가지 않는 건,

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때문에 미국의 관세가 엄청나게 오른 탓도 있고

② 몇 년 전부터 브렉시트를 한다고 해서 영국과 유럽이 시끌시끌, 경제가 시들한 탓도 있고,

③ 기후변화가 너무 심각해서 어쩔 수 없이 지금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 소비를 줄이는 탓도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③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싸움은 언젠가 멈출 거고, 정치는 어차피 개입 못 하지만,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랑 수소차로 넘어가고 있다면… 그건 대비할 수 있죠.


실제로 지금, 전기차와 수소차는 꽤 잘 나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팔린 대수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가 안 되게 적지만 성장세로 따지자면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팔린 모델도 있고, 수출도 늘어나는 등 ‘자동차의 미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예요.



미래를 위한

사회적 합의


🎬 Scene #5. 

이제는 손잡을 때


자동차 업계 사람: 물론 아직 멀었죠. 수소차나 전기차나 기존 내연기관차 따라가려면 엄청나게 멀었긴 한데… 그러니까 더욱더 노사가 합심해서 열심히 해야 하는 시점이란 말이죠.

어피티: 그런데 회사와 노동자가 협력해서 노동자가 새롭게 기술을 배울 테니 회사는 적극적으로 교육을 시켜주고, 해고도 안 하도록 약속했다는 거죠?

자동차 업계 사람: 그렇죠. 한 마디로 ‘회사가 고용을 보장하면, 노조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고 타협한 거죠. 


앞으로 10년, 자동차 산업 전체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판도로 움직일 거라고들 합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업계의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요. 


예전에는 완성차를 조립하는 원청회사가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회사의 ‘슈퍼 갑’이었죠. 전기차나 수소차는 배터리가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의 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빠르게 부품기술을 확보하려고 움직이는 이유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술자도 문제예요.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하고 수소·전기차 기술이 다르니까요. 

회사 입장에서는 신기술을 가진 기술자를 더 선호할 수 있겠죠. 게다가 요새는 취업난이기 때문에 새로 인력을 고용할 때, 전보다 회사 측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고용할 수도 있어요.


노동자 입장에선 아직 그렇게 많이 팔리지도 않는 수소 전기차 따위 무시하고 하던 거나 더 잘하자고 밀어붙일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아직 내연기관 자동차와 수소차, 전기차 판매량은 비교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그 ‘강성노조’ 현대자동차노조에서 ‘노동자들이 새로 배우겠다!’ 라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인 거예요.


노사가 약속을 했다고 회사가 잘 나가게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잘해보겠다는 마음을 먹는 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첫걸음은 될 수 있겠죠. 


어피티 식구들도 미래의 튼튼한 통장을 위해 힘들지만 큰 마음을 먹고, 조그만 것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해 보기로 해요.

어피티가 항상 곁에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