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라떼극장] 어려울 때마다 등장하는 그 이름, IMF 🌏



IMF, 기억나시나요? 


안 좋은 경제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경기 나빠요’ 소식에서 매번 빠지지 않는 비교 대상이 있습니다. 

바로 ‘IMF’죠. “IMF 때보다 더…”, “IMF 때만큼…” 하면서 IMF 때와 비교해 지금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죠.


어피티 독자님들은 IMF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는 분들도 있으실 거고, TV에 나오는 금 모으기 운동, 경제 교과서 또는 뉴스에 나오는 모습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있으실 듯해요. 공통점은 ‘뭔가 안 좋은’ 이미지였다는 거겠죠.


라떼극장에서는 2회에 걸쳐 IMF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는 우리나라에 IMF가 찾아오기 전, 세계 금융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다음 주에는 본격적으로 한국에 찾아온 외환위기와 IMF 이후 변한 것들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에요.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IMF’는 정확하게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요? 경제위기? 외환위기? 엄청 안 좋은 것? 다신 오면 안 되는 것? 오늘 어피티 《라떼극장》에서 ‘IMF’가 뭔지 명쾌하게! 단순하게! 보여드릴게요. 우리 일단 이 두 가지만 알고 내려가도록 해요.


① IMF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이라는 국제 경제기구의 이름입니다. 

② ‘IMF 외환위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②번을 보고 의문이 들 수 있을 텐데요. 그때랑 지금은 다르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지금의 세계 금융 환경, 그리고 각 국가가 처한 상황이 그 당시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지 살펴  볼까요?



시작은 미국의 금리 인상


1991년, 미국을 중심으로 한 34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였던 전쟁, 걸프전이 끝났습니다. 

1994년쯤 되자 전쟁으로 돈을 펑펑 썼던 미국의 경제도 슬슬 살아나기 시작했죠. 


문제는 경제가 너무 빨리 활발해졌다는 사실입니다. 기업이 대출을 잔뜩 받아 물건을 만들고, 가계에서는 저축 대신 소비 지출이 늘어나고, 투자자는 여기저기에 투자하고, 돈이 빨리 도니까 은행에서는 돈을 마구 찍어냅니다. 이렇게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동안 버블, 거품도 낍니다. 이렇게 경제의 실체가 거품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을 때, 경제를 담당하는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와르르 무너질 위험이 있어요.


경제 성장에 브레이크를 잡기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높여버립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예금금리, 대출금리가 함께 올라가죠. 기업 입장에서는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고, 가계에서는 예금이자가 쏠쏠하니 저축을 많이 하려 들 테니까요. 그렇게 미국은 금리를 연 6%까지 올려버렸습니다. 1년 만에 기준금리가 두 배가 된 거죠.


미국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된다? 외국에 투자금으로 나가 있던 달러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같은 돈으로 미국 채권을 사거나 은행에 맡겨놨을 때 이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에 투자금으로 들어가 있던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미친 듯이’ 돌아옵니다.


달러가 마구 빠져나간 나라들은 사정이 급해집니다.



🎬Scene #1. 

나 때문에 그럴 줄은 몰랐지


미국: (목소리 변조) 저 때문에 멕시코부터 동남아시아 거쳐 한국까지 모조리 무너질 줄은 몰랐죠.

어피티: 금리를 1년 내 두 배나 올리셨는데, 정말 구석구석 흩어져 있던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올지 모르셨다고요?

미국: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저희가 기술 수준도 높고… 세계를 리드하는 기축통화국이기도 하고… 이자까지 많이 주면 돈이 돌아오기는 하겠죠.

어피티: 그런데 왜 그러셨어요.

미국: 저도 저희 경제 과열되면 식혀야죠. 솔직히 달러 좀 빠져나갔다고 위기가 오는 게 말이 됩니까? 평소에 나라 경영을 잘했어야죠…(먼 산)

어피티: 동남아랑 동북아가 뭘 잘못했길래…

미국: 경제 거품, 과잉채무, 기업부실, 국가 정책 결정권자들의 금융에 대한 무지? 😚

어피티: (와, 얄밉다)


1994년에서 1997년 사이 외환위기를 맞은 국가들은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 태국,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등 중남미, 아시아 여러 나라였습니다. 국가의 역량을 끌어모아 수출을 풀로 가동하며 글로벌 무역 시장에 문을 열었는데, 달러가 빠져나가며 모두 한 방씩 K.O 펀치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미국 말대로 외환위기는 그 나라들 잘못이었을까요? 

경제에 거품이 잔뜩 끼고 기업들이 부실해서 채무를 마구 쌓아놓고 정책 결정권자들이 금융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달러가 빠지자마자 금융위기에 쓰러진 걸까요? 이럴 땐 당사자 말도 들어봐야 합니다.



이제 구구단 외우는데 

미적분 하라고요?


1990년대는 아시아가 제국 열강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지 40여 년쯤 되는 시점이었죠. 

미국이나 유럽과 동등하게 놓고 비교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식민지배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안 아시아는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정도였달까요. 



🎬Scene #2. 

1997년, 태국이 쏘아 올린 큰 공(?)


태국: 우리도 그렇고, 아시아국가 대부분이 저렴하고 단순한 경공업품을 잔뜩 만들어서 수출하는 거로 먹고 살고 있었거든요.

어피티: 네. 선진국은 최첨단 기계나 중화학 제품 생산해야 하니까 경공업은 아시아 쪽에 아웃소싱했죠.

태국: 그런데 수출을 거의 다 미국에 하잖아요. 제일 많이 사주니까.

어피티: 그렇죠. 그러니 결제도 달러로 받고요. 다른 나라랑 거래할 때도 달러로 다 통용되고요.

태국: 달러가 바트(Baht, 태국 화폐 단위)보다 훨씬, 굉장히, 비교도 안 되게 비싸고 값어치가 있으니까요.

어피티: 슬프지만… 그렇죠.

태국: 그걸 곧이곧대로 하면 저희가 수출을 얼마나 하든 그게 이득이 되나요? 달러 몇 장이면 우리 물건 다 살 텐데. 몇천, 몇만, 몇억 바트씩 들여서 만든 물건이 달러로는 다 푼돈이 될 텐데 말이죠.

어피티: 그래서 고정환율제도인 ‘달러연동제’를 운영하셨다?

태국: 그렇죠. 미국도 세계 경제가 잘 나가야 자기들도 잘살게 되니까 환율을 일정 폭 안에서는 고정해놔도 봐준 거죠. 예를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1달러는 300~400바트로 한다.’ 이렇게.

어피티: 그걸 페그제라고 하죠. 그 페그제, 왜 폐지하셨어요?

태국: 솔직히 그것도 한계였어요. 부작용이 말도 못 했죠.




여기서 잠깐,

환율제도 개념정리 한 번 하고 가실게요!

(아래 설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선 넘어가시고, 나중에 돌아와서 읽어주세요.)


  • 현재 웬만한 시장경제국가는 ‘변동환율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달러든, 원화든, 바트화든, 위안화든, 엔화든 시장가치에 따라 서로의 교환 비율이 정해지는 방식이죠.

  • 하지만 1970년대 이전에는 대부분 ‘고정환율제도’였습니다. IMF가 평가해서 ‘이 통화는 달러 대비 얼마다’하고 정해주면 그대로 움직였어요.

  • 그 배경에는 금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달러와 금의 교환 비율이 정해져 있었거든요. 먼저 달러와 금의 교환 비율이 정해져 있었고, 다시 달러와 각국 통화의 교환 비율이 정해져 있었던 셈이에요.

  •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달러와 금의 교환 비율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움직여요.

  •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달러와 자국 통화의 비율을 정해놓고, 달러가 움직이는 만큼 자국 통화도 움직이게 하는 환율제도가 있거든요. 이걸 달러연동환율제도, 즉 달러페그제라고 합니다. 새로 등장한 고정환율제도의 일종이에요.

  • 태국이 이 ‘달러페그제’를 적용하던 중이었습니다.



환율 백 원 차이는 기업에게 엄청나게 큰 이익 차이를 가져옵니다. 

1달러가 1,100원일 때는 100만 달러가 1,100,000,000(11억)원이고, 1달러가 1,200원일 땐 100만 달러가 1,200,000,000(12억)원이죠. 

100원 정도는 그러려니 더 낼 수 있어도 1억 원 이상씩, 매달 수십 건이 결제된다면 문제가 달라질 거예요. 

그런데 환율이 고정돼있거나 크게 흔들리지 않는 나라의 통화가 있다면 아주 좋겠죠. 변동폭이 크지 않으니 거의 안전자산 수준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리 화폐를 사놓기도 합니다. 달러를 사고파는 거나 달러 가치의 하락과 상승에 베팅하는 선물옵션, 들어본 적 있으시죠? 

각국 통화도 달러만큼 안전자산이 아니어서 그렇지, 선물옵션시장에서 거래되는 일종의 상품이랍니다. 태국 바트화도 마찬가지였죠. 


세계 경제가 한창 잘 나가던 1970년대~1990년대 초반. 태국을 비롯한 중남미와 아시아 친구들은 매력적인 투자처였습니다. 

돈이 막 몰려들었어요. 그뿐인가요? 태국 정부와 은행과 회사들이 외국 자본을 막 빌렸습니다. 

정부가 바트화로 만든 상품에 마구 투자하고, 은행은 외국에서 돈을 빌려 자국 회사에 다시 빌려주고, 회사는 외국 자본이 주식을 산다고 하면 무조건 환영했죠.


이게 나쁘냐? 그건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쨌든 사라고 내놓은 상품을 돈 있는 사람이 사 가는데 국적을 따지긴 좀 어렵죠.


문제는 아래의 경우가 발생할 때입니다.


① 세계 경제가 예전만 못해져서 투자자들이 ‘아, 그만 투자해야지. 돈 없다.’ 하게 되거나

② 미국 같은 나라가 금리를 확 올려버려서 투자자들이 ‘저기가 더 매력적이잖아?’ 하게 되거나

③ 미국에서 돈을 빌렸는데 그쪽 금리가 올라가는 바람에 태국 은행들이 이자를 두 배로 물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거나

④ 태국 통화인 바트를 산 금융거래자들이 ①~③을 보고, ‘이제 태국 경기도 가라앉겠는걸. 태국 정부도 믿을 수 없어.’라고 하면서 ‘바트화도 휴짓조각이 될 거야’라는 판단하에 그간 사뒀던 바트화 상품을 마구 팔아서 바트화 가치가 폭락할 때예요.


1997년은 ①~④가 한 번에 터져버린 해였습니다.

환율을 고정해놨는데 어떻게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냐고요? ④는 말이 안 된다고요?



🎬Scene #3. 

외환위기의 시작 ① 


태국: 말이 되죠. 달러연동제(페그제)라는 게 정부가 개입을 안 하면 유지하기가 참 힘든 제도예요. 그냥 시장에 맡겨 내버려 두면 외국 자본에 의해서 손 쓸 틈도 없이 휘청해버릴 수 있어요. 

어피티: 어떤 방식으로 개입을 하셔야 유지되는데요?

태국: 우리가 발행한 화폐의 총량이란 게 있잖아요.

어피티: 있죠. 예를 들어 총 100억 원어치 돈을 찍었다고 하면…

태국: 그런데 그중 50억 원은 외국 펀드에서 사들였다고 쳐보세요.

어피티: 네. 외국 펀드 하나가 50억 원 갖고 있다.

태국: 근데 우리나라 경제 망할 것 같다고 그 펀드가 50억 원을 시장에서 막 파는 거예요.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어피티: 그럼 나중엔 막 떨이하겠네요. 5만 원짜리 한 장에 1달러 팝니다. 이런 식으로.

태국: 그렇죠. 그럼 정부가 달러연동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가진 달러 풀어서 우리나라 돈을 사들여야죠. 야, 5만 원 그거 50달러짜리야. 감히 1달러에 팔아? 내가 50달러에 살게. 그러다가 달러가 똑 떨어지면?

어피티:  더 못 사죠… 달러가 없는데.

태국: 그렇죠. 그게 바로 외환위기라는 겁니다. 게다가 ③번 경우를 보세요. 미국이 금리를 확 올려버리니까 비싸진 이자, 저거 다 달러로 내야 하는 거 아녜요. 돈을 미국에서 빌렸는데. 우리 태국에 있는 은행이 막 망해나가죠. 그럼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더 빼고 싶죠. 나라가 망하는데.


그러니까 가장 큰 문제는, 돈(자본)은 언제든지 왔다가,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나 회사는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죠. 

하지만 태국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였어요.



🎬Scene #4. 

외환위기의 시작 ② 


어피티: 그럼, 아예 달러연동제로 하고 자국 통화를 금융시장에서 거래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나요? 관광할 때도 달러만 받고, 등록된 수입상이나 수출상 아닌 사람은 달러 외의 화폐랑 우리나라 돈이랑 교환 못 하게 하고, 수입이랑 수출할 때만 달러로 결제되게 해버리면 되잖아요

태국: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선진국이 될 순 없어요. 일단 아무도 인정 안 해 주죠. 홍콩이 지금 그 문제로 위태롭다면서요?

어피티: 아….

태국: 이건 다른 얘기지만 아무리 달러가 힘이 세다고 해도, 우리도 독립국인데 돈을 달러에 연동시켜놓는다는 건 미국 통화정책에 목숨 걸고 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인데 자존심 상하지 않겠어요? 우린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할 수가 없어요.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주변 국가들이 너만 이득 보지 말라고 압력도 들어오고요. 한국은 그렇게 IMF를 맞았다면서요.

어피티: 맞아요. 다들 그래요. 외국 자본이란 게 이렇게 쑥 빠져나가 버릴 줄 몰랐다고.


환율을 방어하겠다고 5개월 만에 외환보유고 전부를 써버렸던 태국. 연초 459억 달러였던 보유 외환이  5월이 되자 25억 달러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페그제도 유지할 수 없고, 외국에 이자도 낼 수 없었습니다.

태국은 파산 직전이었어요. 한 나라가 무너지면 세계가 도미노처럼 차례로 무너지는 게 세계 경제의 연약한 모습이랍니다. 

이럴 때 개입하라고 IMF를 세워놓은 거죠.



🎬Scene #5. 

IMF, 선수 등판


IMF: 우리 말을 듣고 경제 체질을 시장자본주의에 맞게 바꾸면, 우리가 보유한 달러를 빌려주지.

태국: IMF느님…! 🙏


태국이 어떻게 경제위기를 겪어냈는지, 다른 나라들로 어떻게 외환위기가 번져갔는지는 더 다루지 않을게요. 

분량도 한없이 길어지는 데다, 당시에 막 OECD에 가입한 대한민국의 이야기가 더 궁금할 테니까요.


걸프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작해서 태국의 외환위기까지. 세계를 돌고 돌아 한국에 가까이 왔습니다. 

다음 주에는 한국에 찾아온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달라진 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배경부터 역사까지, 쉽게 설명해주는 라떼극장. 오늘 설명해드린 내용을 잘 기억해두고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