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라떼극장] 홍콩 문제, 200년 된 얘기라고? 🇭🇰



🎬 Scene #1

29일, 홍콩 특별지위 박탈 기자회견


🇨🇳중국: 홍콩, 국가보안법 적용! 이제부터 중국에 애국하지 않는 사람은 강하게 처벌할 것이다.

🇺🇸미국: 이 독재자가?! 그럼 홍콩 특별지위 박탈! 이제 홍콩이랑 무역할 때 중국이랑 똑같이 취급한다. 관세율도 높이고 말이야.

🇭🇰홍콩: 2047년까지 민주주의랑 자본주의 보장해준다고 했잖아. 시위! 프리덤!

🇨🇳중국: 자본주의 보장해준댔지 민주주의 보장해준댔니?

🇺🇸미국미국이 허락하지 않는 자본주의가 가능할 거 같냐?

🤦사람들아, 홍콩 큰일 났네. 일 났어. 세계 경제 어쩔 건데...


별들이 소근대던 홍콩의 밤거리


1960~1980년대, 홍콩은 마치 아시아의 뉴욕을 연상하게 하는 존재였습니다. 

<첨밀밀>, <영웅본색>, <화양연화> 같은 영화들이 탄생하던 문화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상품이 넘쳐나던 쇼핑천국이었죠.


게다가 홍콩인들은 영어와 광둥어,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알았죠. 

소비자와 기업이 넘쳐나니 돈이 돌고, 돈이 도니까 금융 시스템이 발달하고 자연스럽게 아시아의 금융중심지가 되었어요. 

그런데 홍콩의 이러한 모습은 처음부터 국가의 정책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목적 아래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어요. 

역사적인 사실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벌어진 일 같지만 알고 보면 일이 일어난 때부터(?) 공부해야 하는 경제 이야기. 

라떼극장,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 Scene #2

1820년대, 대영제국 적자 났네


🇬🇧영국: 산업혁명을 이끌고 전 세계 3분의 2를 식민지로 거느린 대영제국이 청나라와 200년째 적자무역을 하고 있다니 어찌 된 일이냐!

🇨🇳중국: 우리가 종이, 화약, 나침반 발명해서 쓰고 있을 때, 나라 꼴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던 것들이…중화사상? 유노? 

🇬🇧영국: 그...그건 옛날얘기고 이제 세상은 영국 여왕이 지배한다! 갓 세이브 더 퀸!

🇨🇳중국: 됐고 계산이나 똑바로 합시다. 구매하신 도자기랑 차 대금이나 결제 부탁드립니다. 듣자 하니, 영국 귀족분들이 중국 도자기랑 차 엄청나게 좋아하신다던데. 요즘엔 실크도 꾸준히 많이 사가시더라고요😜

🇬🇧영국: 아니, 뭐 그게… (먼 산)


이렇게 20여 년이 지나고 아편전쟁이 터지게 됩니다. 

중국, 당시 청나라와 무역을 하며 늘 손해를 보던 영국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청나라에 아편을 팔았기 때문이죠. 

중국(청나라)은 이로 인해 무역적자는 물론이거니와 평민부터 귀족까지 마약중독자가 넘쳐나 사회적 건강도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이때 오늘의 주인공, 홍콩이 등판합니다.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중국 본토에 아편을 팔기 위해 아편을 가득 실은 배가 출발해서 딱 정박하는 곳이 홍콩이었답니다. 

인도나 영국에서 직수입해 들어가는 것보다 일단 홍콩에 모았다가 같은 나라인 중국으로 들여가는 게 여러모로 쉬웠거든요. 

요즘 상황에 빗대어 생각해보자면 지리적으로도 딱 글로벌 물류센터 위치였어요.


뭐든 중국에 팔고 싶으면

일단 홍콩에 모아라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아예 홍콩을 빼앗아 버리고, 중국을 완전히 식민지 소비시장으로 만들기로 합니다. 

그 당시 신흥선진국인 유럽 입장에선 문명의 발상지이자 아시아 대륙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던 중국이 좀 무서웠는데, 막상 한 판 붙어보니 유럽이 중국보다 더 발전된 부분도 있어 붙어볼 만했던 거예요.


홍콩을 중국 착취 거점으로 삼아 중국을 소비시장으로 만들면서, 각종 세금도 싹 없애버립니다. 

무조건 돈이 많이 도는 게 이익이니까요, 말 그대로 고강도 기업친화적 도시로 만들어버린 거죠.


그렇게 영국에게 빼앗긴 홍콩을 1997년에서야 중국이 돌려받게 됩니다.



🎬 Scene #3

1997년, 홍콩 반환


🇬🇧영국: 옛날에 미안했어... 이제 홍콩 돌려줄게.

🇨🇳중국: 홍콩독립 만세! 홍콩반환 만세! 민족 자주! 외세 독립!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란다


여기서 일이 좀 복잡해집니다. 

그 사이,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거든요.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156년간이나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살아왔는데 말이죠. 게다가 중국보다 수십 배 잘살고 있었어요. 

중국이 공산화가 되면서 돈 많은 중국인들 가운데 일부가 홍콩으로 대거 도피해오기도 했고요.



🎬 Scene #4-1

홍콩 해...방? 좋은 일인데...


🇭🇰홍콩그럼 이제 우린 기업도 못 세우고, 무역이나 해외여행이나 이사도 마음대로 못 해? 신문 발행도 맘대로 못 하고, 영화도 검열 안 받고는 못 만들어? 정부 비판도 자유롭게 못 해? 영국 욕을 한다고 영국에서 우릴 잡아가진 않았는데...

🇨🇳중국너희는 자존심도 없냐? 어차피 홍콩 총독도 직선제 안 하고 원래 선거권 없었잖소. 이제 과거의 아픔과 과오를 청산하고 해방을 축하하자고!

🇭🇰홍콩아니 좋은 일이긴 한데... 거참… 그냥 아무도 우릴 안 건드렸으면...



🎬 Scene #4-2

일국양제 약속!


🇨🇳중국좋아.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미국이랑 거래할 통로는 필요해. 그렇다고 수도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열어줄 순 없고. 홍콩은 그대로 놔둘 테니까, 미국, 유럽이 중국이랑 무역하고 싶으면 홍콩 통해서 들어와. 각종 법이나 생활 습관, 교육 내용 뭐 그런 것도 다 영국식으로 그대로 놔둔다.

대신 오늘부터 홍콩은 확실히 돌려받은 거다. 홍콩 자치장관 직선제로 뽑게 해주긴 할 텐데, 그래도 중국의 일부니까 독립적인 국방이랑 외교는 자격 없어. 오늘의 이 결정, 최소 2047년까진 보장해줄게. 일국양제 약속!

🇭🇰홍콩그 말을 어떻게 믿어! 이건 솔직히 영국이 책임져라. 애초에 영국이 식민지배를 안 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니까 홍콩 사람들 책임지라고!

🇬🇧영국휴… 그럼 반환 시점에 원하는 분에게는 영국 시민권 드려요.

🇨🇳중국누구 맘대로? 우리 국민 못 데려간다.

🇬🇧영국5만 가구만이라도...


그렇게 5만 가구가 영국 시민권을 얻어 영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됩니다. 

홍콩에 남은 사람들도 영국 시민은 아니지만 '영국해외시민'이라는 지위를 얻게 돼요. 

영국해외시민을 증명하는 여권을 갖고 있으면 특별한 비자 없이 영국에 6개월이나 머무를 수 있답니다. 


홍콩은 20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계속 인구 14억의 거대 시장 중국과 교류하려면 필수적으로 통해야 할 관문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 다른 국가와 거래할 때도 이미 시스템이 발달한 홍콩을 거쳐 갈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홍콩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고, 영국과 유럽을 다닐 때도 다른 아시아인보다 비자가 편리했어요. 

영국식 시스템과 아시아 문화에 둘 다 익숙한 노동자들이라니 아시아 시장을 욕심내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홍콩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죠. 


그 세월이 200년이에요. 지금도 2018년 기준 전 세계 20대 보험사의 65%가 홍콩을 통해 영업하고 있고, 세계 100대 은행 중 70개가 홍콩에 있고, 전 세계 핀테크 순위로는 5위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글로벌 기업 아시아본부도 당연히 홍콩이었죠. 

그런데 2020년인 지금은 또 어디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 Scene #5

2020년, 지금의 홍콩


🇨🇳중국2047년 딱 맞춰서 모든 걸 다 바꾸긴 좀 빠듯하니...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하나씩 바꿔야지!

🇭🇰홍콩2047년까지만이라도 우릴 내버려 둬요. 좀!

🇺🇸🇬🇧미국&영국내버려 두라잖아. 그게 약속이잖아.


문제는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1997년만 하더라도 홍콩이 중국 GDP의 25%를 차지할 만큼 잘 살았지만, 지금은 3%밖에 되지 않아요. 

상하이보다도 못살고 선전보다도 못살게 되어버렸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홍콩 사람들도 늘어났고요, 중국 본토의 경제 성장으로 세계 시장보다 중국 국내시장이 더 중요해진 나머지 홍콩 기업들이 중국 본토 노동력을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중국과 아시아에 편하게 장사하려면 홍콩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불편하더라도 중국 본토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중국은 홍콩을 더는 실질적 민주주의 체제로 내버려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미국도 홍콩이 실질적으로 중국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이제껏 인정해왔던 홍콩의 자유시장국가 지위를 굳이 지켜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역할 때 자유시장경제국가에게 적용해주는 규제 면제도 박탈하고, 미국 기업은 투자를 못 하게 하는 등 징벌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 거죠. 

미국이 이렇게 나오면 전 세계 다른 자유시장경제국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과장을 좀 보태서, 미국이 인정하지 않으면 자유시장주의를 계속해나가기는 좀 어렵습니다. 

홍콩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죠. 여기에 중국은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20년 전이라면 몰라도 이젠 홍콩이 없다 한들 중국 경제에 그렇게 큰 타격이 오진 않거든요. 

오히려 홍콩과 무역을 활발하게 하던 미국과 우리나라가 더 문제죠.



🎬 Scene #6

2020년, 각국의 속마음


🇨🇳중국처음부터 식민지배 같은 걸 하지 말았어야지!

🇭🇰홍콩그렇지만... 그렇지만!

🇺🇸미국모르겠고 중국 싫다! (feat. 도람뿌)

🇬🇧영국1997년 이전에 태어나신 홍콩 분들은 이민 오세요...

🇰🇷한국아, 제발 좀 싸우지 마라... 살려줘… 중간에서 우리 너무 치인다…


우리나라는 의외로 1997년 당시 홍콩 반환 소식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97년엔 한창 IMF 외환위기 때문에 우리 집에 난 불을 끄느라 남의 집에 난 불을 쳐다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다릅니다. 

 

그때보다 훨씬 더 진하게 묶여 있는 세계경제, 그때보다 (무역의 힘으로) 훨씬 잘 사는 대한민국, 그때보다 상대적으로 약해진 미국의 영향력과 강해진 중국의 영향력, 그리고 코로나19. 누구의 편을 든다는 표현이 우습지만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분명한 의견 표명을 하기가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지리적으로 딱 붙어있으면서 많은 부분 미국의 시스템을 따르고 있죠. 

미국과 중국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제일 큰 고객이기도 하고요. 뭘 선택한다는 결정 자체도 어렵지만, 선택한 이후의 셈법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두고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입니다. 

극단적인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눈으로 사실관계를 이해한 뒤 나의 이익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는 거죠. 

어피티 머니레터 독자님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