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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고소한 금융]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의 내막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최소한 몰라서 돈을 잃는 일은 없어야겠죠. 

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금융 이야기를 <고소한 금융>에 담았습니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경제 미디어 어피티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이 함께 만든 코너예요. 

오랜만에 찾아온 <고소한 금융>, 오늘은 특별판으로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을 준비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피해주주의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홍영표 변호사와 인터뷰를 통해 그 내막을 알아볼게요.


연말을 장식한 역대급 사건


어피티 대표 JYP(이하 JYP):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의 전개 과정을 알려주세요.

홍영표 변호사(이하 홍영표): 2021년 오스템임플란트 이모 재무팀장(이하 이 씨)이 자기자본의 108.18%에 이르는 2,215억 원을 횡령한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


2021년 12월 31일, 오스템임플란트가 이 씨의 1,880억 원(정정공시 전 횡령금액) 횡령을 공시하면서 한국 증시 사상 최대규모의 횡령 사건이 드러났어요. 


공시된 1,880억은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금의 91.8%에 해당합니다. 상장사에서 자기자본의 5% 이상을 횡령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돼요. 오스템임플란트는 공시 직후 바로 주식거래가 중지됐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가 시작됐어요. 


2022년 1월 10일, 횡령금액은 2,215억 원으로 정정공시됐습니다. 이는 횡령 후 반환한 액수를 포함한 것으로 실제 피해액은 1,880억 원으로 동일해요. 


이 씨는 슈퍼개미?


JYP: 이 씨에 대한 설명을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홍영표: 이 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관리 부서의 재무팀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이 씨가 횡령을 시작한 시점은 2020년 4분기로 235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가 반환한 적이 있어요.


횡령 사실이 밝혀지기 전, 이 씨는 동진쎄미켐과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슈퍼 개미’로 알려지기도 했어요.

  • 동진쎄미켐: 당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인수를 지시했다는 루머로 장중 상한가에 도달, 이 씨는 동진쎄미켐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해 동진쎄미켐의 공시에 등장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NFT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 이 씨는 발표일인 2021년 11월 11일 차액결제거래(CFD)로 3천억 원 상당의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수, 엔씨소프트는 당일 상한가를 기록


2021년 10월 5일, 동진쎄미켐이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발표합니다. 공시 속에 출생연도와 이름까지 공개돼 가상자산으로 큰돈을 번 사람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사실은 횡령금으로 주식을 매수했던 거예요. 


이렇게 횡령한 금액으로 2021년 3월부터 무려 42개 종목에 대해 총 1조 2천억 원가량의 주식을 거래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씨는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주식매매로는 더 이상 손실을 메꿀 수 없다고 판단한 이 씨는 남은 횡령금으로 리조트 회원권, 가족 명의의 건물과 차량, 금괴 등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금괴를 가족 명의의 건물, 동생의 집 등 친인척의 집안 곳곳에 숨겨둔 채 잠적했어요.


현재 이 씨는 회사 계좌에서 자신 명의 증권 계좌로 15회에 걸쳐 총 2,215억 원을 이체해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로 임의 사용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범죄사실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 위반(업무상 횡령·범죄수익 은닉)으로 구속기소된 상태예요.


PDF 편집 프로그램으로 조작했다


JYP: 그 막대한 자금을 대체 어떻게 횡령할 수 있었던 건가요?

홍영표: 이 씨는 범행 과정에서 부하직원들을 동원했어요. 2020년 10월 6일, 이 씨는 송금업무 담당자 A 씨에게 법인계좌의 1,400억 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A 씨는 송금 당일 연차를 내며 출근하지 않아 직원 B 씨가 송금했습니다.


이들은 당초 알려진 은행 잔고증명서가 아니라, 회사 내부 서류를 조작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은행별 잔액 현황을 내부 시스템에 저장한 뒤 서류로 정리하는데, 부하직원들은 이 씨의 지시에 따라 서류에 기입된 잔액을 PDF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JYP: 회사 내부 시스템이 허술했던 건가요?

홍영표: 오스템임플란트는 2019년, 대형 회계법인에 용역을 주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했습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만든 시스템이지만, 대규모의 횡령 앞에서는 무력했던 거예요.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면 ‘지출의 원인자’와 ‘실제 돈을 지출하는 자’는 분리하고, 상호 견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해요.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횡령 사건의 결과만 놓고 보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의문이에요.


JYP: 상장사라면 회사 외부에도 감사를 맡는 곳이 있지 않나요?

홍영표: 오스템임플란트의 외부 회계 감사는 2020년에는 삼덕회계법인이, 2021년에는 인덕회계법인이 맡았지만, 모두 이 씨의 횡령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2020년 결산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덕회계법인은 이 씨가 235억 원을 횡령한 뒤인 2021년 3월 제출한 2020년 결산 감사보고서에서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 회계관리 제도에 문제가 없다며 감사의견으로 ‘적정’을 주기도 했습니다.


JYP: 거액의 돈이 개인에게 송금됐는데, 담당 은행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나요? 

홍영표: 거래처 계좌(법인 명의)로 보기 어려운 개인 명의 계좌로 수천억 원의 회사 돈이 송금되는 동안 주거래 은행의 ‘이상거래 감지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다만 ‘거액의 이체가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상장사라면, 이체 과정 자체에서 이상 징후가 없는 한 명의만으로 이상거래를 감지하기란 불가능하다’거나 ‘이 씨의 횡령은 사내 전산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 것이므로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라는 의견도 있어요.


거래재개가 되더라도


JYP: 오스템임플란트는 증시에 상장한 회사잖아요. 주식 가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홍영표: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코스닥150지수·KRX300지수·코스닥150 헬스케어 등 8개 지수에서 퇴출됐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펀드의 편입자산으로 둔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의 자산운용사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시장가치를 약 30~40%씩 비율로 상각처리했어요. 주식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미리 반영한 거죠. 


JYP: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은 있는 건가요?

홍영표: 회사는 횡령은 이 씨 개인의 단순 일탈이고 회사의 펀더멘탈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에 상장을 유지하고 거래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할 거예요. 실제로 횡령금액을 제외하더라도 2021년 기준 영업이익이 1,419억 원에 달할 정도니까요.


회사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될 거예요.

  • 2022년 주주총회에 앞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 감사의견 ‘적정’을 받고 

  •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유지’ 결정을 받아 

  • 2022년 4월에 주식 거래가 재개되는 것


하지만 희망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미 횡령의 전적이 있고,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 아래에서 이 씨와 부하직원들이 동원돼 대규모 횡령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는 회사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주주의 손해는 어떡하나요?


JYP: 2021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는 19,856명,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793만 9,816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55.60%에 달합니다. 주주들의 손해가 상당할 텐데요. 

홍영표: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주주들의 손해 규모는 ‘각 주주의 매수가격에서 상장폐지가 되지 않고 거래 재개될 경우 형성될 시장가와의 차액’ 즉 주가 하락분이 될 거예요. 


모든 주주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손해에 대해 상법상 주주대표 소송이나 자본시장법상 부실공시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62조(거짓의 기재 등에 의한 배상책임)에는 아래처럼 명시돼있습니다. 


“사업보고서 등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음으로써 증권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제출인과 보고서 제출 법인의 이사, 기재사항에 대해 진실 또는 정확하다고 증명하여 서명한 공인회계사 등이 배상책임을 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회사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회사의 영업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해 피해 주주들이 실제로 변제를 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홍영표 변호사는 이성우 변호사와 함께 오스템임플란트 피해주주들을 모집 중입니다. 공동소송 커뮤니티 ‘화난사람들’ 웹사이트에 개설된 프로젝트 페이지를 통해 소송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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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에서 <고소한 금융> 지난 에피소드를 읽어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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