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돈 이야기 

머니칼럼

돈의 인문학[돈구석 1열] 금융업이 발톱을 세울 때 👹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08년 금융위기가 벌써 12년 전의 일이 됐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고 있지만, 금융위기는 잊혀 갈 때쯤 다시 기억해줘야 할 사건이에요. 누군가에게 그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일 수도 있고, 망령처럼 언제 어떻게 다시 살아날지 모르니까요.


세계화된 자본주의는 생각보다 나약합니다. 약해지면 악해지기도 쉽죠. 

우리가 금융 시스템 안에서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는 중에도 금융은 언제 그 발톱을 다시 드러낼지 몰라요. 

금융위기가 주었던 교훈을 기억하면서, 더더욱 금융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지켜야 하니까요.


<인사이드잡> 두 번째 이야기. 오늘은 우리가 금융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를 당시 일어난 사건과 함께 보겠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평범한 시민들에게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가장 큰 피해는 무엇일까요. 주식 가격의 하락일까요? 아니면 집값의 폭락일까요? 

물론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도 큰 피해를 주겠지만, 무엇보다 성실하게 살았던 평범한 시민들의 삶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지속적인 로비로 탄생한 한 파생상품이 있었습니다. 신용평가사는 이 파생상품의 등급을 AAA로 책정했죠. 

신용등급이 AAA라는 건,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가 보증하는 채권보다도 더 높은 안정성을 지녔다는 뜻입니다. 이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그 파생상품에 투자한 주체가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라면? 

그 규모가 몇천억 원이 넘는다면?


국가에서 관리하는 여러 기금(국민연금, 고용보험기금 등)은 공공성이 강해, 투자 수익률보다 투자의 안전성을 우선으로 합니다. 

국민들에게 꼭 돌려주어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들이 투자하는 상품들은 법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월스트리트가 발행한 파생상품은 신용등급 AAA로 투자 적격 상품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여러 연금은 월스트리트가 발행하고 신용평가사들이 평가한 ‘안전한’ 파생상품에 시민들의 연금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결국 거품이 껴있던 주택 가격이 내려앉으면서, 상품 자체가 파산해 시민들의 연금을 날려버리게 되죠.


금융업계가 탐욕에 눈이 멀어버려 고질적인 한탕주의에 빠져있던 때였습니다. 단기적으로 좋아보이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팔던 때였죠. 

월스트리트가 발행한 파생상품을 팔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들이 팔 상품들이 소위 쓰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를 했고(실제로 그들은 이 상품들을 ‘쓰레기’라고 불렀습니다), 한통속이었던 신용평가사들은 월스트리트의 파생상품에 최고 신용등급을 매기며 그들로부터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금융업계 사람들이 ‘쓰레기’ 같은 상품을 판매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금융위기가 지나간 후에 밝혀졌습니다. 

일단 금융권의 성과는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단기간 책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신용평가사에서는 주요 고객인 대형 금융사의 신용등급을 높이 책정해주곤 하는, 구조적이고 관행적인 문제가 있었죠.


이를 감독해야 하는 감독기관에는 월스트리트 출신 인물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 규제는 잘 작동하지 않았죠. 

여기에 더해, 경영대학의 몇몇 교수들은 월스트리트의 고문으로 일하며 그들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해주었고, 그 대가로 큰 자문료를 받아 갔죠.


이렇게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신용평가기관-감독기관-학계로 이어지는 카르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남았습니다. 

파생상품의 파산은 이에 투자한 퇴직연금, 국민연금과 같은 기금의 엄청난 손실을 의미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노후인 연금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 거죠.



금융산업 규제가 

필요한 이유 


2010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인사이드잡>은 금융산업 규제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모두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금융업계의 이기심과 약탈적 욕심은 금융위기의 분명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규제는 금융업의 약탈적 면모를 제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금융계는 앞으로도 이 규제라는 사슬을 벗어낼 기회를 수시로 엿볼 거예요. 

소비자인 우리의 감시가 함께 필요한 이유죠.


2008년 금융위기를 월스트리트는 아무런 반성 없이 지나 보냈습니다. 책임은 커녕, 정부를 압박해 자신들이 입은 막대한 투자 손해에 대한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그 구제금융으로 손실을 메웠습니다. 심지어 몇몇 경영진들은 구제금융이라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성과급을 챙겨가는 경악스러운 행태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혀 그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았죠.

이렇게 비도덕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던 월스트리트라는 거대한 벽에 맞서 목소리를 낸 제작자의 시도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마무리합니다.


“It won’t be easy. But some things are worth fighting for.”

투쟁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다.


언젠가 금융업계가 다시 그 발톱을 세울 때, 이 문장을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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