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돈 이야기 

머니칼럼

돈의 인문학[고소한 금융] 자금 돌리기가 뭐길래




<고소한 금융>에서는 지난주와 이번주, 2주에 걸쳐 신라젠 사태를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법무법인 대호의 이성우 변호사, 폴리데이터랩 이종욱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신라젠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 전말’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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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사태

빠르게 짚어보기


어피티 박진영 대표(이하 박진영 대표): 지난주에는 제약산업의 구조와 신라젠 전 경영진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에 대해 알려드렸죠. 전 경영진이 신라젠과 관련된 악재가 알려지기 전에 주식을 미리 팔아 손실을 회피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신라젠이 상장폐지의 기로에 놓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 했는데요. 오늘은 그 자세한 내막을 함께 알아볼게요.

 

2019년 8월 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펙사벡’에 대한 임상 3상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사실상 임상 실패를 뜻합니다. 

 

펙사벡은 신라젠이 개발하던 새로운 항암 치료제입니다. 기존 항암제와 다르게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아왔죠. 

2016년, 공모가 1만 5천 원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신라젠은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15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펙사벡이 임상 3상에서 무너졌습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빠르게 실망감으로 돌아섰어요. 

8월 2일 발표 직후 주가는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8월 말에는 공모가였던 1만 5천 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임상 실패로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은 다른 바이오 기업에서도 가끔 발생합니다. 신라젠이 이것 때문에 문제가 된 건 아니었다는 뜻이죠. 

주가 하락 전, 신라젠 주식 거래에 조금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당시 신라젠 경영진 중 일부가 8월 전부터 주식을 잔뜩 팔아치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거예요. 

 

주주가 본인 판단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건 자유입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정보’를 통해 악재를 예측하고, 손실을 보기 전에 주식을 팔았다면 문제가 달라져요.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행위거든요.

 

검찰 조사 결과, 실제로 신라젠 모 전무가 2019년 4월경 펙사벡 임상 중단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밝혀졌습니다.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 등 다른 경영진도 의심을 받았지만, 결국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에는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어요.

 

대신 더 큰, 새로운 혐의가 밝혀졌습니다. 과거에 문은상 전 대표가 주식을 얻기 위해 저질렀던 다른 불법행위가 있었던 거예요. 

오늘 <고소한 금융>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법무법인 대호의 이성우 변호사님께 ‘문은상 전 대표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들어볼게요.

 


350억 원 규모의

‘자금 돌리기’

 

법무법인 대호 이성우 변호사(이하 이성우 변호사): 신라젠이 코스닥에 상장한 건 2016년, 펙사벡 임상 3상 실패로 주가가 하락한 건 2019년의 일이죠. 문은상 전 대표의 첫 번째 불법행위를 알려면 2014년 3월로 돌아가야 합니다.


주식회사의 대표라도, 갖고 있는 주식 수가 적으면 지분율이 낮을 수 있습니다. 보유 주식을 늘리고 싶다면 다른 주주에게서 주식을 사와야 하죠. 주식을 새로 찍어내더라도(신주 발행) 그 주식을 얻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검찰의 기소내용에 따르면 문은상 전 대표의 혐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문은상 전 대표 역시 신라젠 주식을 더 확보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만만치 않으니 다른 수를 생각하게 됩니다. 신주인수권부 사채(BW)를 이용해 신주를 받아내기로 한 거예요.




신주인수권부 사채

(BW, Bond with Warrant)


회사는 돈이 필요할 때 채권(Bond)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채권 만기시점에, 채권을 산 투자자에게 원금과 함께 이자를 적용해 돌려주기로 약속하고 돈을 빌려오는 거죠. 그런데 2014년의 신라젠처럼, 성장성은 보이지만 아직 믿을 만한 구석이 없는 회사라면 투자자 입장에서 선뜻 돈을 빌려주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일반 채권 대신 ‘채권에 보증(Warrant)을 결합한’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하는데요. 여기서 보증하는 내용은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만기시점에 원금과 이자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까지 얻게 되는 거예요. 

나중에 회사가 잘 나갈 때,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 행사시점의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차액만큼 이익을 보게 되는 거죠.




문은상 전 대표는 신라젠으로부터 BW를 받아내기 위해 350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돈을 직접 조달할 수 없으니 ‘자금 돌리기’를 이용해 신라젠으로부터 BW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게 돼요.


먼저 ****파트너라는 기업이 모 증권으로부터 350억 원을 빌려옵니다. 그리고 그 돈을 ****파트너, 문은상 전 대표, 신라젠 사이에 서로 빌려주고 갚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문은상 전 대표에게 BW의 W, 즉 신주인수권만 남게 했어요. 


자금 돌리기 과정이 상당히 복잡한데, 본인 돈은 전혀 쓰지 않고 신라젠의 지분을 저렴한 가격에 얻었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이걸로 총 1,91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고, 신라젠에는 손해를 입혔어요. 

사기적 부정거래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박진영 대표: 왜 이렇게까지 지분을 늘리려고 했는지 궁금한데요. 문은상 전 대표는 지분을 확보해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만들려던 건가요, 아니면 차익으로 돈을 벌고자 했던 건가요?

 

이성우 변호사: 신라젠은 2016년 12월에 상장했는데, 그 전에 대표가 지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지만 문은상 전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서 지분을 확보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정당한 대가를 내지 않고 지분을 취득한 거니까요. 

 

결국 문은상 전 대표가 신라젠으로부터 주식을 사실상 무료로 증여받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세무당국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세무당국은 문은상 전 대표에게 BW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했어요. 



회사는

이용당했다


박진영 대표: 그 외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들었는데요. 

 

이성우 변호사: 신라젠이 다른 회사의 특허권을 30억 원에 사들였는데, 그 특허권의 가치가 7천만 원이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박진영 대표: 일부러 비싸게 산 게 왜 문제가 되나요? 신라젠이 손해를 보면 대표이사에게도 아쉬울 텐데요? 

 

이성우 변호사: 문은상 본인이 대표이사면서, 신라젠에 피해를 끼친 거니까요. 일부러 비싸게 특허권을 사들인 뒤, 그 특허권을 판 회사에서 뒷돈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결국 손해를 보는 사람은 신라젠 투자자들이겠죠.

 

또 문은상 전 대표는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지인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이익 중 약 38억 원을 돌려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거래정지의

결정적 이유

 

폴리데이터랩 이종욱 대표(이하 이종욱 대표): 상장폐지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신라젠은 전 경영진의 ‘배임’ 문제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케이스예요.




횡령 VS 배임


횡령은 ‘(돈을) 가로채는 것’으로, 회사의 자금을 목적에 맞지 않게 쓰는 걸 뜻합니다. 배임은 ‘임무를 배신한다’는 뜻으로, 회사 내부인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주는 일을 뜻해요. 

신라젠의 경우, 문은상 전 대표가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서 회사에 해를 끼쳤기 때문에 배임에 해당합니다.




이성우 변호사님이 이야기해주신 내용 중, 다른 회사에서 특허권을 일부러 비싸게 사들인 혐의가 ‘배임’에 해당합니다. 

올해 5월에 문은상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어요. 

 

박진영 대표: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는 건, 어떤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 여부를 결정짓는 징계위원회가 열릴 만한 사유가 발생했다는 것과 비슷한 뜻이죠. 얼마 전인 11월 30일에 열린 상장폐지 실질심사에서 결국 1년간의 개선기간을 준다고 발표했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성우 변호사: 개선기간을 주기는 했지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바이오 투자에서

주의할 점


박진영 대표: 마지막으로, 머니레터 구독자분들에게 바이오 투자에서 주의할 점에 관해 얘기해주신다면요?

 

이성우 변호사: 금융전문변호사를 떠나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투자자분들이 우량주 위주로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소한 투자자금을 한곳에 몰아넣지 않았으면 해요. 투자는 정보게임인데 일반 투자자가 전문 투자자를 이기기는 정말 어렵거든요. 내부인들은 주가 움직임과 관련된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불특정다수의 투자자에게는 정보 접근성이 너무 낮아요.

 

이종욱 대표: 저는 투자자들이 최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으면 합니다. 빅데이터에 관심을 가지면 쉽게 알 수 없는 것들도 볼 수 있어요. 증권사 API를 이용해 분 단위 매매 데이터를 볼 수 있고요. 한국거래소(KRX) 전자공시시스템에서 RSS로 공시 정보를 빠르게 받아보거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오픈다트 등 투자 정보를 얻는 데 활용할 만한 빅데이터들이 있습니다.



📍 이 기사는 경제적 대가 없이 어피티와 화난사람들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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