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돈 이야기 

머니칼럼

돈의 인문학[경제사 tmi] 국내증시_TMI.zip



2021년 새해에는 어피티 독자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경제·금융 관련 tmi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풀었습니다. 올해 첫 질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주식 거래가 시작됐나요?

주식 거래 역사에서 재밌는 일은 없었나요?”



우리나라 증시

언제부터 컸나요?


the 독자: 요즘 주식시장이 완전 핫하잖아요. 주변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사람이 엄청 많아졌어요. 

어피티: 맞아요. 작년에 투자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2020년 종가(12월 30일) 기준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이 사상 최초로 GDP를 넘었어요. 새해에는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길 거라는 전망도 있고요. 

the 독자: 부모님 세대만 해도 어렸을 때 배고프게 지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하는데, 가난했던 우리나라에서 대체 언제 주식시장이 만들어져서 어떻게 이렇게 커지게 된건가요?

어피티: 그전에 먼저 주식과 주식시장의 뜻을 설명해 드릴게요. 


쉽게 말해, 주식은 기업이 ‘우리 회사가 앞으로 잘 나갈 거니까 투자하세요’라고 하면서 투자자에게 파는 증서입니다. 


주식 수는 한정돼있어서 투자 수요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요. 

회사가 앞으로 잘 성장할 것 같으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서 주가가 올라가고, 성장전망이 별로면 반대로 움직이죠. 


주식시장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말합니다. 회사는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고도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투자를 더 수월하게 끌어올 수 있어요. 투자자들이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거든요.


투자를 쉽게 끌어올 수 있다는 건 기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뜻입니다. 

기업이 성장하면 시장 규모도 커지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 투자금을 더 활발하게 끌어오면서 큰 기업들이 계속 생겨날 수 있어요. 


나라 경제도 자연스럽게 함께 발전합니다. 고용이 늘어나면 소비도 활발해지는 등 경제가 잘 돌아갈 테니까요.



tmi 1.

전쟁 직후

거래소의 문을 열다


1950~60년대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전쟁 3년 후인 1956년 3월에 바로 대한증권거래소(현재 한국증권거래소)를 설립했어요. 

너무 이른 결정을 내렸던 걸까요. 주식시장을 만들었지만, 상장할 기업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국내 첫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총 12곳. 워낙 그 수가 적어서 발행된 주식도 몇 장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 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주식은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높았죠. 


평범한 사람들은 투자는커녕, 먹고살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투자를 멀리해온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은 살만해졌지만, 투자만큼은 선뜻 나서지 않았어요.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주식 거래 자체가 생소했거든요.


작년 초부터 개인 투자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사회현상을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부르죠.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나라 주식 역사에서는 기념비적인 일이긴 합니다. 

1956년부터 시작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식 시장 익숙하게 만들기’가 70년 만에 겨우 성공한 셈이니까요.



tmi 2.

거래소가 망했다?


the 독자: 지난 70년간 개인 투자자에게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피티: 그쵸. 지난 70년간, 개인 투자자에게 한국 주식시장은 2017~2020년 사이 비트코인 열풍과 비슷했어요.

the 독자: 변동성이 엄청나게 높았다는 거네요. 

어피티: 그렇죠. 1962년에는 거래소가 파산한 적도 있었어요.


1962년, 최초의 주식거래소인 한국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상장할 만큼의 기업이 별로 없어,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 위주로 상장됐어요.


이때는 나라가 너무 가난해서 주식 가격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한국이 망하지만 않는다면 투자자에게는 한 나라의 공기업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죠.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전 재산을 투자해 주식을 사기 시작합니다. 주식 가격은 말도 안 되게 치솟았어요.


돈이 없는 사람들은 주식거래 전용 단기대출, 공매수를 통해 주문을 넣었습니다. 

공매수는 ‘없는 걸 산다’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돈을 빌려서 매수주문을 행사하는 방법입니다.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일단 대금 결제를 지정된 날짜로 미룬 다음 주식만 먼저 내 계좌에 넣어두고, 지정한 날짜에 들어온 주식을 모두 팔아서 대출을 갚고 남은 돈으로 매매차익을 챙기는 거죠.


그런데 지정일의 주식 가격이 살 때보다 더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네, 주식을 다 팔아도 이익은커녕 갚아야 할 돈만 남습니다. 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나타난 사건이 1962년 증권파동입니다.


이때는 개인투자자가 공매수에 실패해 빚을 남기면 증권거래소가 빚을 다 갚게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1962년의 증권거래소는 그 많은 주식 대금을 치러줄 돈이 없었답니다. 결국 문을 연 지 4년 만에 파산할 수밖에 없었죠.



tmi 3.

1989년에 붙여진 별명,

개미 투자자


the 독자: 거래소까지 망했군요… 1960년대까지는 개발도상국 시절이고, 주식 투자가 처음이니까 빚내서 투자하고 그랬던 건 아닐까요?

어피티: 한국 주식시장은 1960년대에 증권파동으로 크게 망했다가, 1970년~1980년에 나라 경제가 고도성장하면서 다시 증권시장이 흥하기 시작했어요. 이때 사람들은 대출까지 받아서 주식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970~1980년대는 한국 경제의 최대 황금기였어요. 중화학공업이 발달하고 중동으로 건설회사가 진출하면서, 당시 건설주가 코로나19로 떠오른 바이오주처럼 전체 주식시장을 이끌었습니다. 이때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이 하도 많아서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어요.


1989년에는 ‘개미’라는 개인투자자의 별명이 신조어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개인 투자자가 새롭게 등장했으면 신조어까지 만들어졌겠어요. 

사람들이 갖고 있던 땅까지 팔아서 주식을 살 정도였어요. 투자 열풍 속에, 2년 만에 코스피 지수는 200에서 1,000까지 올랐습니다. 



tmi 4.

깡통전세 말고 깡통계좌


the 독자: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주식시장이 커졌으니 좋은 거 아닌가요?

어피티: 증권사에는 ‘신용공여’라는 주식투자 전용 대출이 있어요. 빠르게 이용할 수 있고, 한도도 넉넉해서 많이들 이용하는 상품이에요. 근데 이걸로 주식을 샀다가, 내가 산 주식의 가격이 일정 기준 이상 하락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버려요. 그게 반대매매예요.

the 독자: 투자자는 손실이 크겠네요. 

어피티: 작년 3월처럼 증권시장이 갑자기 약세로 돌아서면 반대매매가 대량으로 이뤄지고, 가진 주식을 전부 반대매매 당해도 빚을 못 갚는 계좌가 생겨요. 이걸 두고 ‘깡통계좌’라고 합니다. 깡통계좌 주인은 파산하는 거죠. 1990년에 많은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당하고 빚만 남았어요.


이런 식으로 증시의 호황 후 급락이 세 번 더 이어집니다. IMF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을 포함한 상장회사가 줄도산해서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어버렸고요.


2000년에는 한창 뜨겁게 성장하던 우리나라 IT산업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느라 성장세가 주춤한 동안 IT주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렸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해외 주식형 펀드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수익률이 한없이 낮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죠.



tmi 5.

지금은 개미의 시대


작년 주식시장이 특별했던 이유는 경기가 침체되고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급하락할 타이밍에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 모았기 때문입니다. 거래소에서만 약 50조 원어치의 주식을 사 모았어요. 덕분에 한국 증시는 코로나19에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걸 바로 ‘동학개미운동’이라고 한답니다. 우리나라 한국증시 역사의 한순간을 새로 기록할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어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수십조 원 매수하면서 생긴 변화, 평범한 사람들의 머니무브는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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