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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고소한 금융] 사상 첫 펀드 100% 배상, 그 뒷이야기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최소한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죠. 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금융 이야기. 

그 이야기를 금융소비자를 위한 경제 미디어, 어피티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이 만나 풀어냅니다. 


<고소한 금융> 이번 에피소드는 ‘라임펀드 사태’입니다. 오늘은 금융전문변호사인 법무법인 대호 이성우 변호사, 자본 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폴리데이터랩 이종욱 대표와의 인터뷰를 가져왔습니다. 

사모펀드 사태의 뒷이야기와 함께 님이 알아야 할 것들을 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오늘 기사는 지난주 화요일에 발행된 <고소한 금융> 3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아직 3화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이 링크에서 지난 기사를 읽고 와주세요!

✔️ 님 또는 주변 사람이 라임사태로 인한 피해를 입으셨다면, 화난사람들에서 이성우 변호사님이 진행하는 ‘라임사태 대응 전문가 가이드’를 참고해주세요. 




라임사태

요약정리 ✍️


어피티 박진영 대표(이하 박진영 대표): 이번 에피소드는 첫 번째 에피소드였던 ‘동양증권 사태’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이슈였죠. 인터뷰로 넘어가기 전에 지난주에 설명한 ‘라임펀드 사태’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갈게요.

 

사모펀드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공모펀드’와 다릅니다. 사모펀드 하나당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로 적고, 각종 규제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에요. 

최소 투자금액도 3억 원(라임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1억 원)으로 높은 편이라, 개인투자자 중에서는 자산가 또는 증권사에 노후자산을 맡겨둔 고령자가 많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은 적은 수의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여러 명의 투자자로부터 많은 투자금을 끌어오고 싶었습니다.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모자펀드(母子fund, Master-feeder Fund)’를 이용하기로 했죠. 

총 4개의 모펀드와 ‘모펀드에 투자하는’ 173개의 자펀드를 만들어,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게 됩니다.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의 투자 방식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은 투자자에게 안내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품에 투자했습니다. 리스크가 상당히 큰 방식을 사용했어요. 

주요 펀드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했지만 자산운용사는 이를 투자자에게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손실이 났지만 라임자산운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펀드 돌려막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기존 투자자의 펀드 만기 시점이 다가왔을 때,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돈을 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할 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생기는 구조였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에 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라임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몰려와 환매를 요청하기 시작합니다. 

펀드런이 시작된 거예요. 초반에는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요구에 응할 수 있었지만, 점점 ‘돌려줄 돈’은 줄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신규 투자자가 맡긴 투자금으로 돌려줬는데,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지 않으니 돌려줄 돈도 부족해진 거예요.




펀드런 (Fund run)


투자자들이 펀드가 부실해질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먼저 환매하겠다고 달려드는 새로운 금융 패닉 현상을 뜻합니다. 

은행이 부실해질 때, 은행에 돈을 맡겨둔 고객들이 서로 돈을 찾으려고 은행에 달려가는 ‘뱅크런(Bank run)’과 유사한 개념이에요. 

라임자산운용에서 펀드런이 시작되면서, 2019년 7월 말 5조 8천억 원 규모에 달하던 사모펀드가 12월 말에는 4조 3천억 원대로 줄었습니다. 

너도나도 환매를 요청하면서 5개월 만에 25.28%나 줄었어요.




결국 약 1조 6천억 원의 투자금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4천여 명의 투자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게 됐어요. 

 


판매사 vs 운용사

 

박진영 대표: ‘사모펀드는 죄가 없다’. 지난 주 화요일 머니레터의 제목이었죠. 말 그대로 사모펀드 투자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자산운용사의 문제라는 건데요.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손해에 대해 자산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요?

 

법무법인 대호 이성우 변호사(이하 이성우 변호사): ‘판매사’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판매사는 펀드나 카드, 보험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은행에서 펀드를 권유받아 가입했다면 은행이 판매사가 되고, 증권사를 통해 가입했다면 증권사가 판매사가 돼요. 직접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구분되는 개념이에요.

 

판매사로부터 투자를 권유받은 고객이 투자상품에 가입하면, 판매사는 ‘판매 수수료’와 ‘판매 보수’ 등 이익을 얻습니다. 

판매사인 은행, 증권사 입장에서는 쏠쏠한 수익모델이기 때문에, 본업 외에도 다른 금융회사의 상품을 권유하고 파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 라임 사태의 피해자들은 은행, 증권사로부터 라임펀드를 권유받았습니다. 피해자들은 판매사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면서, 그 상품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걸 문제 삼고 있어요. 돈만 받고 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번에도

불완전판매


박진영 대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았나요?


폴리데이터랩 이종욱 대표(이하 이종욱 대표): 어떤 판매사는 투자자의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기재했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투자상품을 팔려면 판매사들은 투자자로부터 ‘공격투자형’이라는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자본시장법 조항 중 ‘적합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절차예요. 


박진영 대표: 요즘 와디즈나 핀트, 증권사 같은 투자 앱에서도 가입할 때 ‘투자자 성향’을 진단하게 돼 있더라고요. 여기서 안전지향형이 나온 사람이 나중에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려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다는 걸 숙지하고 있다’는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고요. 그런데 고객의 투자성향을 판매사가 임의로 변경했다는 건가요? 


이종욱 대표: 네 그렇죠. 일반투자자로 분류돼있는 투자자의 성향을 임의로 공격투자형으로 바꿔서 투자계약을 맺었어요.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한 겁니다. 투자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판매사가 해당 펀드의 원금 손실 가능성과 투자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박진영 대표: 지난번 동양증권 사태와 비슷하네요. 그때도 판매사인 동양증권이 투자자에게 동양그룹의 회사채, CP를 팔면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문제가 됐었죠.


이성우 변호사: 맞습니다. 자본시장법 조항 중, 설명의무를 위반한 거예요. 그런데 이런 면에서 판매사도 억울한 점이 있을 거예요. 애초에 라임자산운용이 판매사에게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거든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의 투자제안서를 전달받았기 때문에, 판매사들은 ‘본인들도 사기 피해자’라는 입장이에요. 


박진영 대표: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이 판매사에 ‘투자자에게 100% 보상’ 책임을 물은 걸 보면, 판매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보네요?


이성우 변호사: 그렇죠. 자산운용사가 핵심 정보를 허위‧부실로 기재했지만, 투자제안서를 판매사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투자자에게 설명한 거니까요. 판매에 따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거죠. 좀 더 파고 들어가 보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판매사도 있어서 ‘단순 중개만 했다’고 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요. 



100% 배상

이후 이야기


박진영 대표: 일반적으로 이런 사건에서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에서 판매사의 배상비율을 20~50%로 잡는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가 배상비율에 불만족할 경우에 분쟁조정을 따르는 대신 소송을 진행하고요. 이번처럼 100% 배상이 되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는데, 판매사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성우 변호사: 판매사들도 100% 배상 조정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굉장히 고심했습니다.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판매책임을 인정하는 거니까, 자사 고객과 주주들에게도 신뢰를 잃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실제 배상에 들어가는 금액도 많고요.


그런데도 판매사들이 권고안을 받아들인 건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상권


다른 사람의 빚을 대신 갚아준 뒤, 나중에 채무 당사자에게 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라임사태에서는 먼저 판매사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주지만, 소송을 통해 문제의 원인이 라임자산운용에게 있다는 걸 밝혀서 다시 돈을 받아오겠다는 거예요.




하나·우리은행을 포함한 판매사들이 아직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인 단계라서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에요.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야 한다


박진영 대표: 머니레터 독자분들은 앞으로 부자가 될 사람들이니까, 미리 위험에 대해 알아두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사모펀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까요?


이종욱 대표: 일단 사모펀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해요.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약해진 규제를 자산운용사가 악용한 게 문제인 거죠. 이런 식으로 경영진은 챙길 거 다 챙기고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 사례가 꽤 많습니다.


사실 이번 라임 사태 같은 경우에는 투자자가 투자제안서를 잘 확인했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투자제안서 자체가 거짓이었으니까요.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고,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계산법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투자자는 그 위험성을 잘 인지한 상태로 투자해야 하고요. 


이성우 변호사: 앞으로는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될 거예요. 개정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판매사보다는 자산운용사가 어떤 곳인지 눈여겨보는 게 필요합니다. 


라임사태의 판매사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같은 우량한 곳이었습니다. 비슷한 사건인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판매사도 NH투자증권 같은 내로라 하는 곳이었거든요. 그에 비해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운용경력이 길지 않았죠. 라임자산운용은 갑자기 커진 경우였고,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이렇다 할 사업경력이 없는 곳이었어요.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싶은 분들은 ‘나에게 상품을 권유하는 판매사’보다 ‘상품을 만들어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규모와 계열사부터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하겠습니다.



📍 이 기사는 경제적 대가 없이 어피티와 화난사람들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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