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고소한 금융] 사모펀드가 뭐길래?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최소한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죠. 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금융 이야기. 

그 이야기를 금융소비자를 위한 경제 미디어, 어피티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이 만나 풀어냅니다. 


<고소한 금융> 이번 에피소드는 ‘라임펀드 사태’입니다. 

오늘은 이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다음 주에는 금융전문변호사인 법무법인 대호 이성우 변호사, 자본 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폴리데이터랩 이종욱 대표와의 인터뷰를 가져올게요.




라임펀드 사태

독해하기 🔍


* ‘펀드’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 영상을 먼저 시청해보세요!


‘라임펀드 사태’는 자산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약 1조 6,700억 원의 사모펀드를 판매해 4천여 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건입니다. 

구체적으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라고 불러요. 고객이 투자한 펀드를 깨서 돈으로 돌려 받고 싶어도 당분간 줄 수 없다는 거죠.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자산운용사, 펀드, 사모펀드, 환매 중단 등 낯선 용어가 많아서 사건의 개요를 이해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은데요. 

관련 용어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자산운용사’는 금융회사의 한 종류입니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증권(주식,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하도록 중개하는 회사라면,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회사예요. 우리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펀드에 가입하면, 내 돈을 굴리는 사람(펀드매니저)은 자산운용사에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는 직접 펀드를 팔 수 없고, 은행이나 증권사에 의뢰를 통해 간접투자가 가능해요.


👉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7월 말을 기준으로 사모펀드로 약 5조 9천억 원을 굴리던, 유명한 자산운용사입니다. 


펀드는 우리 말로 ‘기금’입니다. 기금은 ‘어떤 목적을 위해 모은 돈’을 뜻해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펀드는 자산을 불리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펀드는 투자자의 규모에 따라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나뉩니다.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펀드입니다. 

주변에서 ‘펀드에 투자한다’고 하면 대부분 공모펀드라고 이해하면 돼요.


‘사모펀드’는 사적으로 모인 펀드입니다.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펀드보다는 제한적이죠. 적은 모집인원에, 투자 금액도 최소 3억 원으로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모펀드 투자자 중에는 법인회사나 기관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요.

개인 투자자 중에서는 은행, 증권사에 목돈을 맡겨둔 자산가, 노후자산을 맡겨둔 고령자가 사모펀드에 가입하곤 합니다. 


👉 라임사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라임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중 46%가 60대 이상의 고령자였어요. 


마지막으로 ‘환매’는 내가 가입한 펀드를 해약하는 것을 뜻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를 되팔고,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를 되사는 거라서 ‘환매’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하면 자산운용사는 그 시점의 손익을 계산해서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산운용사는 투자자의 환매 요청에 반드시 응해야 해요. 


👉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에 응하지 않는 ‘환매 중단’이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이제 그 이유가 관건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은 왜 환매 요구에 응할 수 없었던 걸까요?



왜 투자한 돈을

돌려주지 못했을까?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건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기사와 이야기가 돌자, 사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구하면서 돈을 빼가기 시작합니다.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은 환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그날 이후로 환매를 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라임사태의 피해자가 된 거예요. 


금융감독원의 감이 들어맞았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은 펀드를 ‘돌려막기’로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당시에 라임자산운용이 판매하던 상품은 주로 ‘만기가 짧게 잡혀있는 사모펀드’였어요. 새로 시작하는 펀드에서 자금을 끌어오고, 만기 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굴려왔던 겁니다. 


동양그룹 사태에서도 ‘돌려막기’가 나타났죠. 동양그룹 계열사의 부실한 회사채, CP를 판매하면서, 새로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만기일을 맞은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고 설명해 드렸는데요. 돌려막기 방식으로 상품을 운용하면, 언젠가는 투자자가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합니다.

폭탄을 받아낼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 투자자에게 돌려줄 돈이 없으니까요.


라임자산운용이 그런 상태였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간 이후, 신규 투자자는 줄어들고 기존 투자자들은 환매를 요구하면서 어느 순간 ‘환매 요구에 응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거예요. 



알고 보니

더 큰 문제


문제는 단순히 돌려막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들의 돈을 어떤 자산에 투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돈을 굴렸는지 조사에 들어갑니다. 애초 투자자들에게 안내한 것과 다른 곳에 투자했고,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자산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졌어요.

고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지만 큰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주요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했지만, 라임자산운용은 투자자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겼습니다. 정상적으로 운용 중이라고 안내하면서 신규 투자자를 모집했죠. 

투자자에게 펀드를 팔 때부터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 부분(최대 98%)이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상품도 있었습니다


어떤 펀드에서 투자한 상품을,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하는 다른 펀드에서 사주는 방식으로 운용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임직원들은 개인적 이익을 얻는 부당이득도 발생했어요.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했어요. 

당연하게도 투자자들의 손해는 이미 엄청나게 커져 있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이 백기를 들고 환매를 중단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어요. 

손해는 이미 예전에 난 상태였고, 거짓 정보를 믿고 들어온 새로운 투자자의 투자금을 돌려주고 있었는데 ‘돌려막기’까지 불가능한 상태가 됐으니까요. 



사모펀드인데

피해자가 4천여 명?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투자자가 사적으로 모여 투자하는 펀드라고 이야기했죠. 그런데 라임 사태의 피해자는 왜 이렇게 많았던 걸까요? 


같은 펀드에 50명 이상의 투자자가 모이면 공모펀드로 상품을 출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산 운용 규제, 성과보고서 공시, 외부 감사 등 여러 규제가 적용돼요. 

투자 대상도 주식, 채권 등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자산으로 제한되고요. 반대로 사모펀드는 비교적 규제가 덜합니다. 

투자 대상도 주식, 채권에만 제한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요. 


라임자산운용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덜 받는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많은 투자자를 모으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운용수수료가 많아질 테니까요. 이때 라임자산운용이 이용한 건 ‘모자펀드(母子fund, Master-feeder Fund)’입니다. 





자산운용사는 ‘여러 개의 펀드’에 모인 자산을 ‘하나의 펀드’에 통합해서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상위에 있는 ‘하나의 펀드’를 모(母) 펀드라고 부르고, 모 펀드에 투자하는 ‘여러 개의 펀드’를 자(子) 펀드라고 불러요. 모자펀드 시스템을 활용하면 모 펀드를 운용하기만 해도 여러 개의 자 펀드가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수백 개의 펀드를 운용하면서도 수고로움을 줄이는 방법이죠.


라임자산운용은 모 펀드 4개, 모 펀드에 매칭되는 자 펀드 173개를 운용했습니다.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도 수많은 투자자를 모집하고,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을 굴릴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어요. 같은 이유로, 모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이 자 펀드에 이어지면서 피해 금액은 1조 원대로 커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잘못했지

사모펀드가 잘못했냐!


여기까지 들어보면 ‘사모펀드’가 뭔가 문제 있는 상품인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올해 줄줄이 터진 사모펀드 사태의 주요 원인은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자금 운용과 미비한 규제에 있습니다. 사모펀드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라는 뜻이죠. 오히려 사모펀드는 비상장기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를 제공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장점 때문에 정부에서 밀어줄 때도 있었는걸요.


지난 2015년,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와 관련된 규제를 대폭 줄였습니다. 사모펀드를 활성화해 금융 산업과 벤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죠. 

이때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가 되기 위한 요건도 완화됐습니다. 


이 틈을 타서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한 곳이 바로 라임자산운용사입니다. 올해 라임 사태와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관련 사태로 자주 언급됐던 ‘옵티머스자산운용’도 이 시기에 사모펀드 운용사로 변경했어요. 사모펀드에 규제가 적다는 점을 이용해 여러 투자자의 자산을 불법으로 운용한 거죠.


다시 라임펀드 사태의 타임라인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올해 8월, 금융감독원은 라임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에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금융 관련 분쟁조정 역사상 첫 100% 배상 결정입니다. 


그런데 배상 책임 대상이 라임자산운용사가 아니라 증권사와 은행에 돌아갔습니다. 잘못은 분명히 자산운용사에 있다고 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다음 주 화요일에는 이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대호의 이성우 변호사, 폴리데이터랩 이종욱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가져오겠습니다. 

라임 펀드를 판매한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리고 비슷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우리가 뭘 알아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 드릴게요. 



📍 이 기사는 경제적 대가 없이 어피티와 화난사람들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