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고소한 금융] 그 기업의 ‘화차(火車)’



그 기업의 ‘화차(火車)’

글, JYP


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금융 이야기를 <고소한 금융>에 담았습니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경제 미디어 어피티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이 함께 만든 코너예요.


오늘의 주제는 ‘연이비앤티 주주소송의 내막’입니다. 연이비앤티 피해주주의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우동형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내막을 알아볼게요.


공시가 중요한 이유


연이비앤티는 작년 말, 불성실공시법인* 벌점 누적으로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고 올해 1월 초 상장폐지가 결정됐습니다. 현재는 연이비앤티가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예요.


불성실공시법인


공시는 정보의 효율성을 위한 수단이에요. 공개적으로(公) 보여주다(示), 즉 기업이 사업내용이나 재무현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상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에게 알리는 제도를 뜻해요.


상장기업의 경우, 주식시장에서의 가격과 거래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임을 잘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시해야 할 내용을 알리지 않거나 번복하거나 바꾸는 식으로요. 


한국거래소는 공시에 대한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불성실공시법인’에 대해 벌점을 부과합니다. 벌점이 쌓여 15점 이상이 되면 거래정지가 되고, 상장폐지를 할지 말지 심사(상장폐지 실질심사)하게 돼요.


어피티 대표 JYP(이하 JYP): 연이비앤티는 어떤 사실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건가요?

우동형 변호사(이하 우동형):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2019년부터 시작된 연이비앤티의 지배구조 변경 과정을 살펴야 해요. 내용이 약간 복잡하니 주요 등장인물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 연이비앤티: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장비 및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기업
  • 연이홀딩스: 사모펀드에서 ‘연이비앤티’를 인수하기 위해 세운 회사. 현재 연이비앤티의 최대주주
  • IME파트너스: 말레이시아 소재 금융컨설팅 기업
  • IME인터내셔날: 말레이시아 소재 공연 기획사. 한국에서 연예기획사 ‘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iMe KOREA)’를 운영 중. 배우 봉태규, 그룹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이 이 연예기획사에 소속


506억 원을 빌려주다


#SCENE 1: 2019년 8월~2019년 10월

  • 2019년 8월 28일, ‘연이홀딩스’가 설립됩니다. 
  • 2019년 10월 경, ‘연이홀딩스’는 ‘연이비앤티’ 대주주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연이비앤티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SCENE 2: 2019년 12월

  • 2019년 12월 11일, ‘연이비앤티’는 ‘IME파트너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회사 자금은 약 506억 원에 달해요. 
  • 같은 날, ‘IME파트너스’는 전환사채*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IME인터내셔날’의 지분 51%를 취득했습니다.
     

전환사채


전환사채는 채권의 일종입니다. 채권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빚문서예요.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뜻해요. 영어로 번역하면 ‘Convertible Bond’라서 전환사채를 ‘CB’라고 부르기도 해요. 


돈을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 살펴볼게요. 

  •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 즉 돈을 빌려간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는 채권 형태로 가지고 있다가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 받으면 됩니다. 
  •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는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2019년 11월에 ‘연이비앤티’가 ‘IME파트너스’에 약 506억 원을 빌려줬다는 뜻이에요.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 ‘IME파트너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것이었고요. 


그리고 ‘IME파트너스’는 빌린 돈으로 공연 기획사인 ‘IME인터내셔날’의 지분 절반 이상(51%)을 얻었습니다. 


506억 원이 종잇조각 된 사연


JYP: 흠…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우동형: 문제가 밝혀진 건, 여기서 반년이 지난 2020년 6월부터의 일이에요. 


기업들은 매 분기별로 사업보고서를 통해 영업실적을 보고합니다. 이 중 2분기 사업보고서는 ‘반기보고서’라고도 불려요. ‘한 해의 절반에 대한 실적을 담은 보고서’라는 뜻이죠.


상장기업인 ‘연이비앤티’도 반기보고서를 제출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충격적인 내용이 확인됐어요. 

연이비앤티 2020년 반기보고서 > 재무에 관한 사항 > 재무제표 주석 > 기타금융자산


JYP: 이게 무슨 뜻인가요?

우동형: 6개월 전, ‘연이비앤티’가 ‘IME파트너스’의 전환사채를 약 506억 원에 취득했죠. 이게 ‘취득가액’에 나와 있는 내용이고요. ‘공정가액’은 현재의 평가금액을 뜻합니다. 


506억 원에 취득한 전환사채가 반 년만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으로 평가받았고, 이게 ‘연이비앤티’의 장부에 기록된 거예요.


2020년 12월 31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환사채는 전액 손상처리 됐습니다. 506억 원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전환사채를 받았는데, 전환사채 자체가 휴짓조각이 됐어요. 


그리고 그 후, 막 나가는 행보


JYP: 그렇다면 ‘연이비앤티’가 피해를 입은 거잖아요. 

우동형: 구조만 보면 직접적인 피해자는 ‘연이비앤티’인데, 문제는 경영진이 의심스럽다는 점이에요. 


‘연이비앤티’의 임원진들은 회사 자산의 40%에 달하는 자금으로 인수한 전환사채가 전부 휴짓조각이 되었는데도, 그 이유나 절차 등에 대해 재무제표 주석에도 제대로 써놓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도 ‘연이비앤티’는 공시를 번복하거나 공시를 제때 내놓지 않으면서 벌점을 몇 차례나 받았습니다. 결국 벌점이 15점 이상 누적되면서 ‘연이비앤티’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의 대상에 올랐습니다. 바로 이 심사에서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죠. 


A씨가 여기서 왜 나와?


JYP: 그런데 ‘IME파트너스’가 빌린 돈으로 ‘IME인터내셔날’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된 걸까요? 

우동형: 여기에도 영 찜찜한 부분들이 많아요. 


#SCENE 3: 2019년 말~2020년 초

  • 2020년 5월, ‘연이홀딩스’는 A씨를 ‘연이비앤티’의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합니다. 
  • A씨는 ‘IME파트너스’와 ‘IME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던 인물이에요. 


즉, 2019년 11월 기준 ‘IME파트너스’의 대표이사 겸 2019년 11월 기준 ‘IME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가 6개월 뒤인 2020년 5월에 ‘연이비앤티’의 신임 대표이사가 된 거죠. 2019년 11월은 ‘연이비앤티’가 ‘IME파트너스’에 약 506억 원을 빌려준 시점이었어요. 


JYP: 확실히 좀 수상하네요. 회삿돈을 506억 원 어치나 빌려주고 그렇게 얻은 전환사채가 반년 만에 휴짓조각이 됐는데, 그 사이에 ‘돈을 빌려 간 기업’의 대표이사가 우리 회사에 새로운 대표이사로 들어온다?!


주주의 피해, 보고만 있을 텐가?


JYP: 변호사님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시나요? 

우동형: 저희는 이 사건이 일부 주주 및 그와 공모한 일부 이사들의 잘못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피해를 입은 연이비앤티 주주들과 함께 주주대표소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동형 변호사는 ‘연이비앤티’ 피해주주들을 모집하는 중입니다. 연이비앤티 총 발행주식의 1%인 약 20만 주를 모아 회사를 대신하여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해요. 


자세한 내용은 공동소송 커뮤니티 ‘화난사람들’ 웹사이트에 개설된 프로젝트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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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독자: 잠깐잠깐… 연이정보통신, 아이엠이연이는 뭐예요?

JYP: ‘연이비앤티’가 이름을 많이 바꿨어요. 원래는 ‘연이정보통신’이었다가 ‘아이엠이연이(2020년)’, ‘연이비앤티(2021년)’으로 바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