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예요. 금융의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주택을 담보로 이용하면서 ‘전세보증금’으로 목돈을 빌려주는 사적 대출이죠. 집주인이 집을 빌려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세 세입자가 돈을 빌려준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가 은행에서 빌려왔다고 해도, 거래 자체가 본질적으로 사적 대출인 만큼 정부는 함부로 전세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웠습니다. 갭투자 때문이에요. 갭투자는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걸 뜻합니다. 전세보증금에 집주인이 받은 기타 대출 등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거죠.
그런데 집주인이 기타 대출을 받을 때,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고려해 한도를 차감하지 않죠. 전세보증금도 전세 만기에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니까 대출금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입자의 전세자금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가 추가로 대출을 받아서 전세보증금만큼 채워야 합니다.
아무리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해져도 전세자금대출까지 건드리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갭투자를 지탱하고 있던 큰 디딤돌이 빠지면서 연쇄적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전세 실수요자가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거에 더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고요.
독자 님이 알아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