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70%는 노후 요양병원에 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한 달에 100만 원을 더 내야 해요.”

2023년 5월, 한 요양병원에서 벌어진 학대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가 됐어요.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이제 우리나라는 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고령사회예요. (2050년에는 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된다고 해요) 노령화 시대와 맞닥뜨린 우리는 노인 돌봄과 부모 부양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매일경제신문이 요양병원 대해부 시리즈를 준비하며 어피티와 만남을 요청했어요. MZ세대의 요양시설 이용 실태와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36만 구독자 대부분이 2030으로 이루어진 어피티와 협업하기 위해서였죠. 어피티는 머니레터를 통해 요양시설 이용 경험과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2024년 1월 9일부터 31일까지 2,933명의 답변을 받았어요.

응답자 인구특성은 다음과 같아요

  • 총 2,933명 응답
  • 응답자 중 82.7%가 여성
  • 응답자 중 72%가 미혼(싱글)
  • 응답자 연령대(2024년 기준)
    • 만25세에서 만30세 사이: 43% 
    • 만31세에서 35세 사이: 27.6%
      • 응답자의 70.6%가 25~35세
  • 응답자의 73.9%가 직장인 
  • 응답자의 연소득 규모
    • 3천만 원 이하: 37.4% 
    • 3천만~4천만 원 사이: 25.8% 
    • 4천만 원 이상: 36.8%

90년대생도 요양시설에 관심 많아요

노화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체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현상이에요.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지원과 보조가 필요해지기도 하죠. 노화로 인한 기능저하는 회복되지 않고 계속해서 심화되는 특성이 있어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평균 65.8년이에요. 대략 70세 전후가 되면 가족이나 전문인의 돌봄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여성 가족 구성원이 돌봄을 도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가족이 따로 사는 일이 보편화되면서 가족의 돌봄을 요양원·요양병원 같은 돌봄시설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우리 사회에서 이제 막 돌봄이 필요해지고 있는 세대는 1950년대·1960년대생이에요. 당사자는 물론이고 자녀 세대인 1980년대·1990년대생 또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의미로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어요.

돌봄시설에 대한 관심도를 물어보는 질문에서도 응답자들의 높은 관심도가 드러나요. 응답자의 95.5%는 돌봄시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가질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어요. 돌봄시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앞으로도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4.5%에 그쳤어요.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요양시설에 입원해요

요양시설은 물론 가정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는 만65세 이상 노인은 2018년 103.6만 명에서 2022년 167.3만 명으로 5년 만에 161.5%나 늘어났어요. 설문조사에도 가족이 요양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2.6%로 과반을 넘겼어요. 

*여기서 ‘가족’은 부모님 양쪽의 조부모님, 부모님과 부모님의 형제자매, 나의 형제자매를 뜻해요

거동이 어려워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이용하는 요양원에 입원했다는 응답은 12.7%, 의료인이 상주하며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는 응답은 39.9%예요. 어피티가 매일경제와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는 요양시설 중에서도 요양병원 이용 간접 경험과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진행했어요.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요양병원 인식과 이용 경험에 대해 응답한 내용이에요


매순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요양원을 제외한 요양병원에 가족을 입원하도록 한 가장 큰 이유는 고령으로 노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38.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어요. 노환·숙환은 만성질환이기에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할 뿐더러 언제 갑작스럽게 악화될지 알기 어려우니까요. 집에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요양병원에 입원하도록 했다는 응답이 31.8%로 2위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가족의 안전과 정서를 걱정했어요

응답자들은 아픈 가족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면서 노인 학대 등 부당한 처사를 당할까 가장 크게 걱정했어요(36.5%). 가족이나 친척과 교류가 적어지면서 정서적인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컸어요(24.5%). 비용 부담은 23.5%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어요. 주관식으로 제출해 주신 의견 중 눈에 띄는 내용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임종하실까 두려웠다’는 것이었어요. 비슷한 걱정이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후 생긴 문제를 묻는 문항(그래프5)에서도 정서적인 악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이 25.6%로, 1위를 차지한 ‘높은 비용’의 뒤를 바로 이었어요. 간병인 등 돌봄인력이 서비스에 소홀했다는 응답도 22.8%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주관식 응답에는 ‘개인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요양병원 안에서 동료 환자들과 나쁜 관계가 형성됐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는 내용이 다수 들어왔어요.

100만 원을 추가로 벌어야 해요

입원 후에 가장 준비가 덜 되어 있었고, 정말로 문제가 됐던 ‘높은 비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할게요. 높은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답은 전체 응답의 31.2%를 차지했어요

실제로 ‘한 달에 감당 가능한 요양병원 비용 수준’을 물어보았을 때는 30만~50만 원이 32.7%로 가장 높았고, 50만~70만 원 선을 각오하고 있다는 응답이 31.4%로 나와 최대 70만 원이 보편적인 한계로 짐작됐는데, 실제 입원 후 들어간 비용을 따져보면 70만 원~100만 원 사이가 14.1%, 100만~150만 원 사이가 13.9%, 150만 원 이상 들어갔다고 응답한 비율도 9.2%에 달했어요. ‘잘 모른다’가 47.3%로 가장 많았어요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실제 들어가는 비용 사이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예요.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확충해 주세요

가족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요양병원 내 노인학대를 방지하려면 열악한 의료시설과 모자란 의료진을 확충해야 한다고 응답했어요(35.8%). 또 요양병원 안에서 학대나 방치가 벌어졌을 때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30.6%). 간병인 등 돌봄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5.7%로 3위를 차지했는데, 주관식 답변 중에서는 간병인과 관련된 의견이 풍부하게 들어왔어요.

‘간병인을 구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구해도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고 일단 구하는 것부터 너무 어려워요. 간병인을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처우를 강화해 주세요.’라는 절실한 응답이 눈에 띄었어요.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없는 분들이

요양병원 인식과 기대에 대해 응답한 내용이에요


불안하지만 시설을 믿고 싶어요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없는 응답자들에게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을 물어보았어요. 응답자의 78.6%나 되는 다수가 불안하거나, 미흡하다고 여기면서도 요양병원이 도와주는 사람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 돌봄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여기고 있었어요.

다만 안심하고 아픈 가족을 맡길 수 있다는 응답은 8.2%밖에 되지 않아, 요양병원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았어요. 본인을 포함해 누군가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길 거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묻는 질문에서도 요양병원을 여러 모로 믿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39.8%로 1위를 차지했어요.

그래서인지 나이 드신 부모님이 앞으로 편찮아지신다면, 요양병원에 모실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0.2%로 절반을 넘지 못했어요. 응답자의 51%는 그런 상황이 실제로 눈앞에 닥쳐와야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고, 8.8%는 모실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혹시 자신이 나중에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게 된다면, 그 이유는 맞벌이나 육아 등으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가라는 응답이 38.8%로 가장 높았어요. 실제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의견과 다르지 않은 결과예요. 그만큼 우리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이 가족을 돌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반면 응답자 본인이 노후에 건강이 악화됐을 때 요양병원에 갈 수도 있다고 밝힌 비중은 69.1%로, 가족을 모실수 있는지에 묻는 질문 대비 긍정 답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어요. 역시 그때 가봐야 알겠다는 응답은 25.4%였고, 요양병원에 갈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5.5%였어요. 가족은 요양병원에 맡기기 꺼려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스스로는 감내하겠다는 태도로 해석돼요. 

이 설문조사의 결론은 다음과 같아요


요양병원이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어요

대체로 노후가 되면 요양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았을 때는 가족이 요양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자신의 노후에 요양병원을 이용할 의사에 다소 차이가 났어요.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노후에도 요양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74.5%였던 반면, (요양병원이 아닌)요양원·경험 없음·잘 모름 응답자의 노후 요양병원 이용 의사는 67.6%~69% 사이에 분포해 5% 이상의 차이가 나타났어요. 가족의 요양병원 입원 유경험자는 ‘그때 가봐야 알겠다’는 의사결정 보류 비율도 다른 그룹에 비해 최대 6.6%까지 적었습니다. 이미 한 번 겪은 일이기에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은 줄어드는 반면,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가 있었던 셈이에요.

간병은 소통도 중요해, 외국인은 싫어요

응답자들이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인은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같은 돌봄인력의 전문성과 평판이었어요.(37.3%). 그외 의료진의 전문성과 신뢰를 본다는 응답이 20.9%, 요양병원의 등급과 평판(후기)를 본다는 응답이 20.8%였어요. 가장 부담스러운 요인이 높은 비용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 합리적인 비용은 요양병원 선택에 우선순위가 높은 요소는 아니었어요.

최근 한국 사회 여러 곳에 인력이 부족해요. 요양병원 등 돌봄 분야는 그중에서도 언제나 인력이 부족한 곳이에요. 돌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일이 고되고 보상이 적어서예요. 그래서 시장에는 외국인 간병인이 늘어났어요. 특히 언어가 그럭저럭 통하면서 월급을 상대적으로 적게 줄 수 있는 재중동포(조선족) 인력이 많았습니다만 이제는 아니에요. 세대가 교체되며 한국어 사용이 가능한 재중동포가 줄었어요. 또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받으며 우리나라에 일하러 오는 사람도 예전만큼 많지 않아요. 

때문에 이제는 한국어 능력이 유창하지 못한 외국인 간병인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데, 응답자들은 언어 차이로 인한 소통 부족(24.8%)과 문화적 차이가 가져오는 정서적 교감 불능(22.7%)을 이유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어요.

신뢰를 회복해야 해요

2030의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 및 경험, 기대에 대한 조사 결과는 ‘불신’과 ‘불안’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돌봄 서비스를 받는 노인과 돈을 내는 가족, 제공하는 요양시설 사이는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어요. 불신은 정부로도 향해 있어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년 각 요양병원의 의료수준과 질을 점검해 발표하는 등급의 신뢰성을 물었을 때,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43.3%, 신뢰할 수 없다는 단언이 36.5%로 총합 79.8%를 기록하며 높은 수치를 나타냈어요. 돌봄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있어요. 2027년부터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요. 응답자의 71.7%가 해당 정책 추진을 찬성한 만큼, 더욱 강력한 개입과 실질적인 개선 대책이 과제로 남은 셈이에요.

노인 돌봄에 관해 쉽고 유용한 지식을 쌓고 싶으시다면, 어피티 전문가 칼럼인 <돌봄의 경제학>을 읽어보세요. 돌봄시설, 돌봄인력, 돌봄재정 등 돌봄에 관한 기초적인 상식부터 앞으로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어요.


혹시 성별이나 소득, 나이에 따라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이 다른지 스피어만상관분석을 통해 검증해 보았어요. 스피어만상관분석은 계수가 ±0.3일 때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요. 숫자가 커질수록 상관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상관성이 충분해야 인과관계를 검증할 근거가 생기는데요, 아래 그래프에서는 색이 짙을수록 상관관계가 높아요. 

결과 상 연령과 혼인관계, 연령과 소득수준을 제외하면(연령이 높을수록 기혼인 경향이 있거나, 소득수준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뜻이에요) 요소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몇 가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소득이 높다고 해서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었고,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정서적 민감성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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